경쟁서 이기려면 불황이 "기회"
2010년 초까지 M&A 움직임 활발할 것

 불황기에는 일시적 자금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우량 기업마저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M&A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

 제약, 바이오산업의 M&A는 물론 의료기기산업도 지속적으로 M&A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동종업계 기업인수는 선도 기업들이 시장지배력과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며, 전·후방 관련 기업인수는 해당 산업 내 입지를 강화하고 내적 효율성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됐던 화이자의 와이어스 인수 등 선도 기업들이 강력한 재무 유연성을 바탕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불황기 M&A가 더욱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미국 헬스케어 M&A리서치그룹 Irving Levin Associates(ILA)가 최근 발표한 "M&A DEAL AND DOLLAR VOLUME FOR 2008"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헬스케어 기술 분야 M&A는 총 523건인 가운데 의료기기산업 166건, 바이오테크 150건, 제약 140건, E헬스 67건이었다.

 이중 바이오테크 M&A는 2007년에 비해 116% 성장한 937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의료기기도 14% 성장한 665억달러, 제약 583억달러, 이헬스 41억달러로 나타났다.

 ILA는 "헬스케어 산업의 경우 지속적인 금융경색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으로 휘청거리는 기업이 발생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2010년 초까지 M&A를 노리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기 제품 확대 전략 "시장경쟁력"으로 이어져



기업 움직임

 최근 M&A 움직임이 활발한 의료기기 기업의 경우 제품군 확대를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심방세동, 수면무호흡증 제품군 강화를 위해 M&A를 시도했다.

지난해 9월 자회사를 통해 총 4억 캐나다달러(4560억원)에 크라이요캐쓰(CryoCath Technologies) 인수를 결정, 심방세동의 냉동절제술 주력 제품인 아크틱프런트(Arctic Fronta)의 판매망을 구축하겠다는 기대를 밝혔다.

 또한 지난 4일에는 225만달러(3150억원)에 어블레이션 프론티어(Ablation Frontiers) 인수를 발표, 주력하던 심방세동 질환과 부정맥 치료 분야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수면 무호흡을 치료하기 위해 입천장 뒤쪽 연한 부분에 사용되는 치료재료인 필라시스템 제품군 확장을 위해 2900만달러(290억원) 규모의 리스토어메디칼(Restore Medical)의 인수합병 작업을 완료했다.

 나아가 이비인후과 제품군 확장을 위해 지난 1월 폐쇄성 무호흡증 치료의 외과적 치료 제품 기술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인플루언트 메디칼을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애보트는 안과 사업영역을 강화하기 위해 어드밴스드 메디컬 옵틱스(AMO)를 2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AMO는 백내장 수술, 레이저 시력교정(LASIK), 아이케어 제품 전문기업으로 전세계 라식 수술기기 부문 시장점유율 1위, 백내장 수술기기 시장 2위, 콘택트렌즈 케어 제품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일스 화이트(Miles D. White) 애보트 회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의료기기 사업 분야를 더욱 다각화할 것"이라며 "특히 고급 아이케어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앤존슨(J&J)은 유방 임플란트 업체인 멘토(Mentor)를 10억 70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콜라겐 피부 필러를 런칭해 미용 성형에 도전한 J&J가 이 분야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영업망 확대를 위해 도매업체를 인수하는 사례도 있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은 지난해 4월 임플란트 제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의료기기 수·출입 및 도소매업체인 백암메디칼의 주식 1만주(지분율 100%) 및 경영권을 2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간 인수·합병은 저조
해외기업과의 M&A 등으로 시야 넓혀야

우리나라 현황

 국내 기업의 M&A는 전 산업 분야에서 사실상 거의 어려운 수준인 가운데, 의료기기 산업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중일 국가간 M&A 특징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 상황에서 한국은 가까운 중국, 일본보다 M&A가 저조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내 M&A는 전년대비 51% 증가한 78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일본 내 M&A 역시 844억 달러로 전년대비 16%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M&A는 35% 감소한 133억 달러에 그쳤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의 경우 경제위기를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해외기업 인수와 자국기업 매각을 진행하고 있고, 산업구조를 선진화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일본 역시 다른 어느 나라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해외기업 M&A를 진행해 경기 회복기에 일본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반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원화약세, 외환보유고 불충분 등의 거시경제적 이유와 당장의 생존 위주 전략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실정. 따라서 첨단기술 확보, 신성장동력 발굴 등 기술지향적 해외 M&A 확대와 해외기업 M&A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보강 등을 기업들에 주문했다.

 특히,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영세한 기업이 다수인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M&A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다.

경쟁력있는 유사 제품을 한데 묶어 합치는 형태의 M&A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지만, 지속적으로 경쟁 제품군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

 A기업 임원은 "기업의 경쟁력은 영업력을 보강해 매출액을 늘리는 것에 중점이 돼 있다"며 "자금력은 물론이지만, 유사 제품끼리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생존 시장에서 M&A는 무리"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한해서라도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이사는 "다품종 소량 생산인 국내 의료기기의 경우 해외 수출 등의 경쟁력 제고에 눈을 돌리다 보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분명 M&A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조언하며,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지사 설립 정도에 그치는 현재 상황에서 대형 다국적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성토했다.

건국대 의공학과 김성민 교수는 "업계는 당장 가지고 있는 기업의 현실과 가치를 명확하게 알고, 지나친 욕심은 지양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정부 역시 영세한 회사를 묶어주는 벤처펀드 등의 제도 마련을 통해 건전한 산업 발전을 이루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외 판매망 확대를 통한 정부 지원이나 유사 제품간 M&A가 수월하도록 제도적인 절차부터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 피해 "우려" vs 인수 가능성 "희망"

업체들 반응

 현지 기업들의 잇따른 M&A에 대해 국내의 반응은 어떨까.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들은 대체적으로 피부로 체감되기에는 미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메드트로닉코리아 관계자는 "인수 소식이 들려와도 내부적으로는 큰 관심이 없다"며 "사업영역은 넓어졌지만 국내서는 당장의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시장 확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내 상황에 맞는지에 따른 연구개발 단계를 거쳐야 하며, 허가나 보험 단계까지 진행되면 M&A 절차 외에도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다국적기업들이 자금력으로 무장한 M&A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인해 국내에서 수입을 전담하던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멘토의 유방 임플란트 제품을 주력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동방의료기 관계자는 "J&J의 멘토 인수 소식을 듣고 국내 유방성형 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업체가 등장한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본사 차원으로 국내지사를 통해 판매중지 명령을 내린다면 우리는 20년간 해온 마케팅을 한 순간에 접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다국적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시장을 해치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는 의견과는 반대로 기회를 틈타 M&A를 희망하는 기업도 동시에 생겨난다. B기업 관계자는 "특정 영역의 제품에서 기술력이 충분하다면 선도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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