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움추리는 지금 행동하라"

당장 눈앞 불끄기 급급해선 미래 없어

 "기업이 지출을 줄여야 할 때에도 전략적 투자를 위한 기회를 늘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
 현재의 경영위기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소극적인 투자를 통해 당장 눈 앞의 불만 끌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투자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불황일수록 미래를 생각하자"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경쟁업체와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인텔은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급락하던 IT버블 붕괴기에 오히려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금액을 R&D에 투자했다. 이같은 투자로 결국 경쟁기업인 AMD를 크게 따돌릴 수 있었다.


리모델링·시설 증축 병원 늘어나
전문화된 센터 오픈해 경쟁력 확보
단순 홍보보단 전략적 접근 필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경영위기를 근본적인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고 환경친화적인 소형차 개발을 통해 미래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연비, 고품질 및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경쟁력 있는 차량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

정몽구 회장은 "지금 어렵다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면 미래성장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친환경, 핵심기술 등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친환경 차량 개발 등 향후 기술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병원계 역시 더이상 백화점식의 진료가 아닌, 특정 영역의 핵심역량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제일병원은 지난 2일 여성암 환자의 급증과 진료의 전문화 요구에 맞춰 유방암, 부인암, 갑상선암 등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여성암센터를 오픈했다.

 컴퓨터 자궁암 검사 시스템(AutoPap300QC System)을 운영하고, 유방암 감마카메라를 도입하는 등의 과감한 투자로 전문성을 강화했다.

암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리진단을 포함해 암 최종진단을 1일 안에 완료, 1주일 안에 입원·수술이 가능하도록 암 진료시스템을 정비했다.

 이화의료원도 유방·갑상선암센터, 부인암센터 등 여성암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2개의 암센터로 구성된 이대여성암전문병원장에 김승철 의무부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을 임명하고, 다음달 2일부터 진료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여성친화적이고 편안한 진료환경 구축은 물론, 첨단 장비 구축을 통한 원스톱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토요일 진료도 실시한다.

특히 여성 전문 종합 검진센터인 "여성 건강증진센터"와 여성암만을 연구하는 "이대여성암연구소"도 함께 오픈해 상호 시너지를 발휘, 이화의료원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삼성의료원장을 역임하면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하권익 신임 원장을 맞이한 중앙대의료원은 중앙대병원과 용산병원을 특성화 전략에 맞게 운영한다.

 경영컨설팅 결과인 "병원 전문화 방안"을 통해 중앙대병원은 3차 의료기관의 위상에 맞게 뇌, 심장, 암 등 중증질환 분야를 용산병원은 주변 여건을 활용해 척추·관절과 응급의학분야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5월부터 심장·혈관센터, 뇌신경센터, 암센터가 함께 자리하는 암병원 건립을 시작한다.

 암센터의 경우, 전체 암을 다 진료하지 않고 갑상선암 등 진료 상위에 있는 특정 암 진료를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해 "Big 5"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기존 병원을 매각하고 청담동 새 병원(구 청담병원)에서 환자진료를 시작한 안세병원은 경영 환경이 어려운 시점에서도 정확한 판단에 의한 과감한 투자와 베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진규 이사장은 "기존 병원이 명성에 비해 시설이 낙후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새롭게 문을 열게 됐다"며 "새병원은 현대식 시설과 장비 등을 갖춘 디지털병원으로 재탄생 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병원이 안정되는 대로 오는 11월 경기도 이천과 서울 영등포에 각각 2호점, 3호점을 오픈하고 11월 말에는 연변병원 착공식에 들어갈 계획도 마련해놨다.

 이 이사장은 "청담동 60병상을 시작으로 400병상이 넘는 네트워크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는 시점이라도, 작지만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확신으로 强小(강소)병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대 구로병원은 지난해 6월 신관, 본관의 진료환경 및 시스템의 일대 혁신을 이룬 그랜드오픈 이후, 꾸준한 환자유입을 통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7만2409명으로 역대 최대 환자수를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하반기 구로병원을 찾은 총 외래환자는 전년대비 18%나 급증했으며, 신규환자도 16% 증가했다.

 병원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한파로 인한 의료계 불황속에서 일궈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며, "어려울수록 투자할 것을 과감히 투자하고, 의료서비스 개선을 통해 진료실적 상승, 고객만족도 고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질적 양적 성과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4일 열린 "불황도 초월하는 병원마케팅전략" 세미나 강연에서도 강조된 부분이다.

 병원마케팅 전문기업 리얼메디 이창호 대표는 "보통 불황이라면 비용절감과 인력감축을 먼저 떠올리는데, 무엇을 절감하고 감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인분석보다는 단순히 조건 반사의 몸 움츠리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병원 광고, 홍보 등이 병원 수입 증대의 일부 단서는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인 병원마케팅의 광고홍보와 함께 뚜렷한 전략과 정책을 갖고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황을 견디는 힘이 내실경영에서 비롯된다면, 불황기를 딛고 일어서는 힘은 핵심역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얻어진다고 말한다.

 LG경제연구원 도은진 연구원은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미래에 대한 식견과 꿈을 바탕으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핵심역량에 핵심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임직원에게 다음에 돌아올 호황기에 대한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물론, 당장의 경기침체와 경영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눈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평소와 같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라는 뜻은 아니다.

당장 병원 생존의 갈림길에서 고심해야 하는 원장 및 경영진은 적극적인 투자와 움직임에 주춤해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용절감과 소극적 경영에 충실해 당장의 눈앞의 불 끄기에 급급한다면, 우리 병원의 미래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