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현미경은 내게 또다른 눈을 달아주었다"

인체는 끊임 없는 신진대사를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효소·호르몬 등의 대사 및 생체활성물질을 분비, 물질대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세포분비 기전의 이해는 인체의 성장·발달은 물론 질병의 원인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의 나노바이오연구가 이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미국 나노바이오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바누 프라탑 제나 박사는 세포분비에 관한새로운 이론을 개척한 나노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기존의 이론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학계의 외면을 받아왔던 그의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데는 최첨단 나노·바이오기술이 큰 몫을 담당했다.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던 세포융합공의 형태와 역동상을 나노수준의 해상력을 갖는 원자현미경을 통해 살아 있는 세포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그 실체를 화상으로 찍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197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조지 E 펄레이드 박사는 "세포물질을 탑재한 세포질내 포낭들이 세포막에 무작위로 융합, 포낭의 내용물이 조직 속에 분비되는 것"으로 세포분비기전을 설명해 왔으나 분비과정의 실시간 화상관찰이 가능해 지면서 기존의 믿음을 근원적으로 뒤집는 "제나 이론"이 검증된 것이다.

"세포막에는 프로좀이라는 융합공(fusion pore)이 산재해 있어 세포질내의 포낭들이 시그낼을 통해 이들 융합공에 독킹, 생체활성물질이 세포밖 조직으로 방출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실험에는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췌장의 아치니세포와 성장호르몬이 내장돼 있는 뇌하수체의 분비세포를 사용했죠. 직경이 150나노미터인 융합공이 울고 웃듯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포낭 내용물을 방출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제나 박사의 연구성과는 곧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융합공의 화상자료가 "Cell Biology International", "Endocrinology"와 같은 국제학회지의 표지도안이나 커버스토리로 게재됐다.

특히 "세포생물학에서의 원자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 in Cell Biology)"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그의 연구내용은 나노수준 세포기능 관찰의 바이블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공적으로 제나 박사는 2001년도부터 매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후보자로 추천돼 왔다.

학계에서는 그의 수상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제나 박사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와 원자현미경 기술을 이용해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비만세포분비의 조절"에 관한 연구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비만세포는 인간의 모든 염증반응, 각종 과민성반응, 면역반응의 조절에 핵심기능을 담당하고 히스타민, 인터루킨과 같은 비만세포내 물질들이 세포밖으로 분비됨으로써 상기 반응들이 진행된다.

이들의 작동기전이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세포나 췌장의 아치니세포와 같은지, 분비·방출과정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지난 11월 발족한 부산대 "아시아나노·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의 공동소장을 맡고 있는 김한도 교수와 제나 박사에 의해 공동으로 진행된다.

연구원의 주요사업중 하나지만 아직 국내기반기술이 취약한 "비만세포분비의 조절" 연구에 이분야 세계적 석학인 제나박사가 핵심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나노·바이오의 직접적인 기반이 되는 분자생물학 및 생물물리학 분야에서 한국의 연구인력 및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국내 생명과학의 장미빛 미래를 전망하는 제나 박사.

그가 바라다 보는 세계 나노·생명과학계의 미래 또한 구체적인 낙관론을 담고 있었다.

"나노바이오기술은 신 산업혁명을 유발할 과학기술의 신대륙이며 21세기의 연금술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핵심전략기술로 주목하고 개발을 서두르는 까닭도 그 잠재력 때문이죠. 인체의 혈관을 돌며 건강상태를 검진하는 극소형의 체내 인공위성, 극미세가공으로 놀라운 질병치료효과를 발휘하는 신약품, 이들 모두 21세기 경제시장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며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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