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혈액보유분 13% 감소

우리나라의 헌혈률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걸맞는가.

그리고 혈액원 및 혈액은행에서의 혈액관리와 수가는 제대로 책정돼 운영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본부장 김동집)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헌혈인구는 245만9,430명으로 전년대비 0.34% 감소했다.

특히 동절기인 11~12월에는 5.98%나 하락했으며 이같은 상황이 올해 1~2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에 언론매체를 통한 헌혈홍보와 군대·직장에서의 단체헌혈 등 헌혈촉진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6일 현재 혈액보유분 현황이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13.3%로 조사됐다"며 "위험수준은 아닐지라도 혈액형별로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헌혈률 감소는 혈장수입률 증가의 원인중 하나로 작용, 작년 혈장수입이 28만리터로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헌혈자 감소요인으로는 가을철 아폴로눈병 확산, 11월 독감유행, 12월 대통령선거, 선거 이후 송년회 집중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헌혈인구가 아직도 20대, 특히 학생과 군인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전체의 58%를 차지하는 학생(43%)과 직장인(15%) 헌혈자들이 겨울방학과 연말연시 각종모임 때문에 헌혈을 등한히 하는 경향으로 헌혈 연령층 확대 없이는 동절기 헌혈감소현상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십자사는 헌혈부족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올해 등록헌혈제를 활성화하고 중년층대상의 헌혈홍보를 통해 혈액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정한 자격의 헌혈자 동의하에 필요시 헌혈을 요청하거나 정기적(연 3회이상) 현혈참여를 유도하는 등록헌혈제는 안정적 혈액수급과 혈액관리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기대되고 있다.

2002년 12월 현재 9만여명이 등록, 올해 4만2,500명을 모집할 계획이며 총 목표는 전체헌혈의 50%를 충당하는 30만명으로 잡고 있다.

또한 직장인 출퇴근 시간대 라디오 홍보를 집중하는 등 30~40대 헌혈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특히 혈액안전관리 강화를 통한 헌혈량 제고에 힘쓴다는 것이 적십자사의 목표다.

혈액안전관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려 채혈 및 검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오류 100% 방지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채혈·검사·보존·공급에 이르는 혈액관리업무 전과정의 정보가 전산시스템을 통해 네트워크화 되는 혈액정보관리시스템(BIMS)이 전국 16개 혈액원에서 운영된다. 현재 서울동부와 강원혈액원에서 사용중인 BIMS가 확대운영되면 ▲채혈현장에서의 헌혈자 선별기능 강화 ▲채혈업무 및 검사과정의 오류방지 ▲실시간 혈액정보 공유를 통한 계획채혈 강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또 혈액원을 대상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추진, 국내 혈액 및 혈액제제의 국제적 검증과 내부 품질관리에도 주력한다. 이외에도 국내 유병률이 낮아 유보돼 왔던 HTLV 검사 도입검토, 비용혈성수혈부작용을 막기 위한 백혈구 제거 혈액제제 공급, 핵산증폭검사 도입검토, 전국 혈액원에 대한 품질실사 강화 등 1백만분의 1의 오류 가능성까지 차단키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수 혈액원 시대에 혈액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보건복지부내 혈액관리 전담부서팀 및 식약청 혈액안전관리지침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올해 258만3천명의 헌혈자 모집을 목표하고 있는 적십자사는 "무엇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헌혈계몽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의 구두홍보 등 각계각층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임상현장에서는 "혈액관리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의 혈액수가는 혈액원의 공급자측 입장만 반영되어 의료기관에서는 공급된 혈액을시설·정비·인건비를 부담하여 적정 보관 조건하에서 안전수혈이 되도록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혈액료가 오른다고 해도 의료기관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삭감을감안하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대한수혈학회는 지금까지 3차·2차기관에서의 혈액 1유니트당 평균 적자는 2,139원으로 분석하고 지난해말 이를 바탕으로 적혈구제제, 신선동결혈장, 농축혈소판, 성분채집혈소판 등에 대한 관리료 책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혈액수가는 심평원 등 관계기관과 상관없이 정부가 국가 공익 차원서 일방적으로 고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의료기관에서는 대형기관을 제외하고 수술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병원은 응급차량과 인력을 동원하여 혈액을 운반하고 있지만 혈액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로 돼 있다.

모병원의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3차기관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상당수 지방병원과 중소병원은 혈액원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오히려 굽신거리며 혈액을 구입하는 실정"이라며, 이는 적자 운영되고 있는 혈액관련 부서와 전문의를 더욱 위축시키는것이라고 지적했다.

혈액과 관련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조혈액은 미국 FDA허가 제품(헤모퓨어)과 허가 가능성이 높은 캐나다의 헤모링크사 제품이 있지만 임상실험 결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조혈액은 인간의 혈액을 대체하지는 못하고 응급시 혈액 산소 운반용으로 부분 활용이 가능, 현재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종교적인 문제로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들여온 적은 없다.

한편 헌혈후 받는 "헌혈증"은 현재는 하나의 유가증권이 되어있는 실정으로 순수성을 해치고 적십자의 재정압박을 주고 있어 이젠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조용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헌혈은 곧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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