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 관리 계획 세밀화 공감 확산

ADA·ACC·AHA, "환자따라 혈당 목표치 완화" 권고등급 상향 조정

VADT 연구결과 발표로 논의 촉발

 지난 1월 8일자 "NEJM 2009;360:129-130"에 "VADT(Veterans Affairs Diabetes Trial)" 연구결과가 게재되면서 2009년 의학계 논쟁의 서막이 또 열렸다.

 작년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이미 발표됐지만, 이번에 최종결과가 학술저널에 공식게재되면서 다시금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전략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VADT"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발표된 "ACCORD", "ADVANCE"와 함께 당뇨병 환자에서 집중혈당조절 전략의 대혈관합병증 개선혜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언론은 이에 대해 과거 "모든"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서 주문과 같이 작용했던 "강하고, 엄격하고, 낮을수록 좋다"는 암묵적 합의가 도전을 받고 있다고 평했다.

 이들 연구는 당뇨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서 혈당조절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기존의 표준보다 적극적인 집중혈당조절의 추가적인 혜택은 미미함을 시사하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적 관찰의 부재 등 한계로 이들 연구를 가지고 당뇨병 이환 전과정에서 혈당조절 전략과 합병증 혜택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해당 결과들이 최근 가이드라인에서 새로이 강조돼 온 "개별환자에 대한 맞춤형 고혈당 관리 패러다임"과 맥을 같이 하면서 치료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고혈당 환자의 혈당강하 전략에 좀 더 세세한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DA·ACC·AHA 입장 변화

 이같은 변화는 최근 ADA, 미국심장학회(ACC), 미국심장협회(AHA)가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선적으로 관찰된다.

이들 학회가 "ACCORD", "ADVANCE", "VADT" 연구결과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집중혈당조절 전략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

 공동성명이 기존 혈당조절 목표치에 대한 큰 변화를 주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가이드라인과 면밀히 비교해 보면 미미한 입장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들 연구에 대한 소개와 분석은 이미 여러차례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2008년 2월 25일자, 6월 23일자, 9월 29일자, 10월 20일자, 12월 22일자).

 이번 성명의 핵심은 7% 미만의 A1C 목표치를 전반적인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개별환자의 특수성에 따라 일부에서 이보다 완화되거나 강화된 목표치를 적용하는 것도 타당하다는 입장의 재확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한데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권고수준 C등급으로 높여

 대답은 권고등급에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최근의 가이드라인은 근거중심의학의 흐름 속에서 해당 권고가 얼마나 과학적 증거에 기반했느냐에 따라 권고수준을 크게 A, B, C, E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새로운 권고에서는 완화된 혈당목표치 적용의 권고등급이 상향조정됐다.

 ADA는 "심각한 저혈당", "짧은 여명기간", "소아", "여타 질환 동반이환"을 비롯해 장기간 당뇨병을 앓은 가운데 미세혈관합병증이 있는 경우 등은 A1C 7% 미만보다 다소 완화된 목표치 설정도 적절하다고 2008년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권고수준은 전문가의 견해나 임상경험에 근거한 "E" 등급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심각한 저혈당 경험", "짧은 여명기간", "미세 또는 대혈관합병증 진행", "여타 질환의 광범위한 동반이환", "인슐린을 비롯해 효과적인 약물치료에도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장기이환 당뇨병 환자" 등의 경우에는 7% 미만보다 다소 완화된 목표치도 적절하다며 권고수준을 "C" 등급으로 조정했다. 이는 권고사항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음을 의미한다.

"ACCORD", "ADVANCE", "VADT" 연구
집중 혈당조절 심혈관질환 감소효과 못밝혀

치료방법이 문제

 등급조정에는 앞서 설명한 세건의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 결과가 작용했다. 애초의 목적은 아니였겠지만, 연구 결과가 집중혈당조절 전략의 완화라는 권고에 반영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인정된 것이다.

 학회들은 공동성명에서 "세연구가 집중혈당조절의 유의한 심혈관질환 감소효과를 입증하지 못함과 함께 당뇨병이 상당히 진행된 고혈당 환자에서 현재의 치료전략이 대혈관합병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부정적 영향이라 함은 집중혈당조절로 인한 저혈당, 체중증가, 또는 여타 대사변화 등을 의미한다.

 성명은 특히 이들 연구의 집중치료군에서 심각한 저혈당, 인슐린을 비롯한 다제요법의 집중적 사용, 체중증가 등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심각한 저혈당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원인의 사망을 증가시키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 요인이 집중치료군의 사망증가와 관련됐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ACCORD", "ADVANCE", "VADT" 연구에서 심각한 저혈당은 표준치료군과 비교해 16.2 대 5.1%, 2.7 대 1.5%, 21.2 대 9.9%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심각한 저혈당과 "ACCORD" 연구의 사망위험 증가 사이에 인과관계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성명은 또 체중증가, 측정되지 않은 약물효과 및 상호작용, 과도한 치료의 집중성(인슐린 다용량을 포함한 다중약물의 사용, 목표치 도달을 위한 빈번한 요법의 조정, 단기간에 혈당조절을 위한 집중치료) 등이 "ACCORD"의 사망위험 증가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망이 증가하지 않은 "ADVANCE"의 경우 A1C 조절 정도는 "ACCORD"와 비슷했지만 평균 당뇨병 이환기간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조절이 점진적으로 이뤄졌으며, 집중혈당조절로 인한 체중증가도 없었다.

 특히, 16%와 21%대의 심각한 저혈당증이 "ADVANCE" 집중치료군에서는 3%대에 머물렀다. 성명은 이를 근거로 "ACCORD"에서 사망위험 증가가 낮게 조절된 A1C 수치 때문이라기 보다 혈당조절을 강화하는 과정의 치료방법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얼마나" 보다 "어떻게" 낮추느냐

 이상을 통해 고혈당 환자의 관리에서 A1C를 얼마나 낮추느냐와 함께 어떻게 낮추느냐가 전략의 핵심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문규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혈당조절의 방법 상 적극·집중전략을 사용한다 해도 임상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한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방법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별환자에 대한 특성파악과 이에 따른 방법의 적용, 즉 맞춤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최근의 고혈당 관리 가이드라인들은 혈당조절의 큰 틀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적용이 아닌 환자의 특성에 근거한 임상현장의 판단과 이에 따른 개별적 관리를 반드시 언급한다.

 이번 성명이 당뇨병 이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저혈당의 위험이 있으며, 대혈관합병증 병력이 있는 등 특수한 경우에 기존의 7% 미만보다 완화된 목표치를 갖고 치료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겠다.

 가이드라인은 임상치료에 있어 도움이 되는 전체적인 안내역할을 할 뿐 반드시 따르고 지켜져야 하는 지침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토대로 각각의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현장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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