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기 쉽고 감염후 간질환 사망률 17배

【The Lancet 2002;360: 9349: 1921】=B형 간염(hepatitis B) 바이러스와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동시에 감염된 사람이 간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만 감염된 사람에 비해 약 17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The Lancet誌 최근 호에 게재됐다.

학계는 이번 연구에 대해 HIV 감염 환자들이 B형 간염에 전염되지 않도록 예방, 치료에 대한 종합적인 보건 대책의 필요성을 일깨운 결과로 평하고 있다.

17배라는 사망률 증가의 차이가 그만큼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B형 간염은 다른 형의 간염에 비해서 백신 접종을 통해 효과적으로 예방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간염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B형 간염에만 전염되었을 경우 사망률이 낮은 이유는 이 질병을 앓는 상태에서 다른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HIV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동일한 전염 경로를 통해 감염될 수 있어 HIV 환자의 B형 간염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B형 간염 바이러스와 HIV의 경우, 이같은 동시 감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편이고 동시 감염이 없더라도 HIV에 이미 감염된 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환자들의 비율이 10%에 육박하는 실정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HIV 감염으로 인해 B형 간염이 악화되면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기작을 보이고, 실제로 미국의 경우 HIV에 감염된 100만 명의 사람들 가운데 B형 간염 같은 간 질환의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994년부터 2000년 사이에 수행된 한 연구 과제에 참여한 5,293명에 대한 임상 자료와 이들로부터 수집된 혈액 및 세포조직 시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대상 환자들은 네군으로 분류, 제 1군은 HIV에 감염된 환자, 2군은 B형 간염에만 감염된 환자, 제3군은 두 가지 바이러스에 모두 감염된 환자, 제 4군은 HIV나 B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은 경우로 구분했다.

연구진은 이들에 대한 유병률, 사망률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대상자 가운데 B형 간염에 걸린 경우는 6%에 이르는 326명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213명이 HIV에 함께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B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4,987명이었으며 47%에 이르는 2,346명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분석 결과,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HIV 감염증이 이미 충분히 진행된 환자들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HIV의 진행 정도는 CD₄ 세포 수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HIV 감염증과 간염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효과적인 HIV 치료법이 처음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부터 약 두 배 정도로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을 발견, 주목했다.

이런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HIV 치료를 장기간 받으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부작용이 한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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