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지원 서비스지자체 제각각
국가차원 통합시스템 마련해야





무료진료에 매년 건강검진

# A 춘천시에 5년째 거주하고 있는 필리핀 이주여성 A씨. 한국에 이주해 온 얼마후 보건소로부터 방문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어 찾아온 방문보건 간호사는 생활환경과 건강상태에 대한 설문과 함께 혈압, 당뇨병을 체크하고 영양제를 전달해 주고 갔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임신을 했고 모자보건사업을 통해 무료 산전검사와 출산육아용품 10만원 쿠폰을 받았다. 이주 직후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한글교육을 받은 탓에 보건소 방문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없었다.
 지난 해부터 매년 무료 건강검진을 받았고, 이후 B형간염 백신과 더불어 무료 독감 백신을 접종받았다.

입국 6년째 의사 못만나

# B 올해로 6년째 서울시에 거주하는 필리핀 이주여성 B씨는 두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임신·출산시를 제외하고는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
 감기에 걸려 심하게 앓은 적이 있지만 남편이 만류하였고 본인도 언어소통이 안되고 병원 이용 방법을 몰라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 C 이주여성 C씨는 홍천군에 정착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루프스에 걸렸다. 저소득층 건강보험 가입자이긴 하지만 아직 국적취득 전이라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 대상에서 제외돼 그녀는 현재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A씨의 사례는 의료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가족의 지원 하에서 보건소, 지자체, 건강관리협회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경우이다. 반면 B, C씨는 어떠한가? 한 나라 안에 거주하는 공공의료 이용자들 간에 두가지 양상이 확연히 대비되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시스템 부재

천안시의 경우 보건소를 이용한 적이 없는 이주여성은 2%에 불과했다. 이처럼 이주여성에게 보건소는 의료시스템 이용 정보의 창구이자 보건의 중추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부는 모자보건사업, 방문간호사업을 이주여성에 대한 기본 지원정책으로 삼고 있으며, 전국 공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밖에 일부 보건소가 지자체 예산에 의존해 실시하고 있는 사업으로 건강검진(건강관리협회와 연계 사업, 2007년부터 시작), 무료진료, 무료예방접종, 약제비 지원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의 유무가 이주여성 분포·경제적 특성에 기반을 두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점이 관찰된다. 실제 인접지역인 춘천시와 홍천군을비교할 경우, 춘천시(362가구 거주)는 무료진료에 약제비까지 전액 지원하고 있는 반면, 홍천군(250가구)은 자체 예산 부족으로 무료진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공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의 지역적 불균형이 의료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점은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공공의료의 목적에 맞는 서비스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에 의존한 산발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통합시스템 마련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가정내 인식·홍보 부족

 보건소 사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방문간호사업은 최초로 이주여성을 접하여 건강상담, 보건교육 뿐 아니라 생활환경에 대한 정보를 채집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방문 중 정신과적 상담이 요구되는 여성의 경우 일부 보건소는 정신보건센터 또는 민간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방문보건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상 여성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된다.


 홍보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젊은 여성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시스템 이용률을 매우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보건소의 경우 지역신문을 통한 홍보와 더불어 영문 홈페이지를 구축해 놓고 있으며, 내년에는 관내 국적별 인구분포에 따라 중국어 사이트를 개설할 계획이다.

정기적인 안내장 발송을 통해 사업내용을 홍보하고 있는 춘천시 보건소는 방문보건사업 참여인구가 총 361세대 중 557명(배우자, 자녀 포함)으로 매우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B씨의 경우는 사회적 지원보다 가정 내 인식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방문간호사업에 배우자를 포함시키는 보건소가 늘고 있다.

 복지부는 보건소 이용 효율을 높이고자 2007년부터 이주여성을 통역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10개 보건소가 베트남어 및 따갈로어(필리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건소 내원객뿐 아니라 가족형성기 가정의 방문간호에도 동행하여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보건소뿐 아니라 민간병원 이용시에도 의사소통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에 보건소 통역요원 서비스의 확대 및 전화연결도 고려할 수 있다.

영등포구 보건소의 경우 한정된 자원으로 다양한 국적의 방문 환자의 보건의료 편의를 위해 전화통역 서비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셋째, 국적취득 전 제한적인 의료혜택

 물론 국적 미취득자에게 동등한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주 후 국적취득 신청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만 2년을 거주해야 하고, 신청 후 취득까지 2.5년까지 소요되고 있기에 이주여성에게 국적취득의 과정은 멀고도 멀다.

만약 이 과정에서 C씨처럼 희귀질환이라도 걸리게 된다면 그같은 결혼을 선택한 그들만의 문제일까?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초생활대상자 등 기존의 내국인중에서도 보건의료면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주여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너무 이들만을 위한 혜택이 마련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천안시 보건소의 결혼이민자 생활수준에 대한 자료를 보면 기초생활보호자는 13.6%에 불과했다. 일부 보건소가 내국인과 동일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사회학과)는 "보편적 시민으로서 국제결혼 이주여성에게 복지에 대한 수급권 부여시 어느 수준이 적절한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결혼이민자수가 14만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시대편향적 지원의 이면에 숨어있는 진정한 건강평등권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인 것이다.


입국전 건강검진 인권문제일까

대부분 이주 후 처음 실시
질병 유입 가능성 장담 못해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주여성들이 보건소 등을 통해 그들 "생애 최초"의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는 것. 현재 이주여성의 이민비자 발급 과정에서 건강검진에 대한 의무조항은 없다.

 결혼 중개업자들 중 건강검진을 옵션으로 포함하는 경우도 있으나 정확한 파악은 안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출입국 심사팀의 정책기획평가팀 김병철 사무관은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인권단체의 거부 목소리가 높아질까 하는 우려에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다문화가족과의 이금순 사무관 역시 "입국 시 놓친 전염병을 복지부가 걸러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대적 저개발국에서 오는 이주여성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인권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건강권도 돌아보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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