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환자관리 공동발전 이룬다


 A의원은 B병원과 급성기 환자의 진료의뢰 등의 상호협력을 위한 협력병원 협약식을 체결했다. 양 기관의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협약식에서 A원장은 "협약 체결을 통해 상호협력을 통한 공동발전과 환자 편의를 향상시키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2008년 0월 00일"

 이같은 내용의 협력병·의원 협약 체결 소식이 각 병원마다 쏟아지고 있다. 협약의 취지나 내용은 물론이고, 하나같이 두 원장이 악수를 하면서 현수막 아래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도 거의 유사하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잘만 운영하면 "협력병원 그 이상"의 관계마케팅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협력병원 환자 신속히 예약·검진해줘
회송은 미흡…1차기관 불만없게 해야


 협력병원 협약을 맺으면 상호간 어떤 혜택이 있을까. 협약서에는 2·3차 병원이 1차 병·의원에 의해 정밀검진 환자나 중증질환 의심 환자 유입을 목표로 ▲진료의뢰 환자에 대한 편의제공 및 의학정보 교환 ▲임상, 기초분야 공동연구 및 학술지원 ▲각종 학술대회, 교육 참여 기회제공 ▲의료정보시스템 개발, 구축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1차 병·의원이 의뢰서를 통해 환자를 의뢰하면, 각 병원별로 마련된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회신, 신속하게 예약을 담당해준다.

 1800여 개의 협력병의·원을 둔 서울대병원의 정은희 진료협력팀장은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보통의 환자보다 빠른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다"며 "특히 모든 EMR에 협력병원을 통해 온 환자임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어 의료진의 협조도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440여개 병·의원과 협력을 체결한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협력병·의원장 전용 전화를 설치하는가 하면, 야간 협력센터 운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응급실에 별도의 핫라인을 마련해두고 있다.

의뢰 실적에 따라 진료비 감면, 무료주차 이용, 장례식장 이용료 감면, 교육장소 제공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삼성서울병원은 협력병·의원 전용사이트인 리퍼 시스템(www.refer.co.kr)을 운영, 환자의 각종 검사결과를 비롯해 약처방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중소병원이나 의원들은 2·3차 병원과의 협력병원 인증서나 간판을 내세워 홍보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또한 일부 병원의 경우 외래교수 직함도 획득할 수 있어 원장 이력에 교수직함 한줄 더 넣고 싶어하는 원장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C내과원장은 "다수의 대형병원들과 협약을 맺은 상태"라며 "인지도 있는 병원들과의 협력병원 간판을 내세워 환자들로부터 그 병원과 충분한 상호간 교류가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지방의 경우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1차 병·의원에서 협력병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전성모병원 길소영 의료협력팀장은 "보통 동네의원에서 단골환자가 응급수술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연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협력병원 체결 요청을 한다"며 "해당 의원 원장들에게도 중요한 고객인 만큼, 의뢰서를 받으면 중복된 검사를 시행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차 병원인 대전성모병원에서 진료지원이 되지 않거나 환자의 요구가 뒤따르면 3차 병원인 충남대병원으로 보내는 것도 도와주며, 암 질환 등을 이유로 서울권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하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은 물론 타병원 의뢰센터에 연락, 예약을 처리해준다.

길 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서울처럼 협력병원 유치에 사활을 걸기 보다는, 협력을 맺은 원장들의 단골환자라는 인식 하에 편의 제공 측면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차 병·의원들은 의뢰에 대한 회신 부분은 만족하지만, 자신의 병·의원으로 회송(되의뢰)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병원이 늘어나고 2·3차 병원에서도 지역환자를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수술이나 진단이 끝난 외래 환자가 다시 1차 병·의원으로 보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D중소병원장은 "인근 3차 병원과 협력병원을 체결했는데, 새로 개원한 병원으로부터 협력병원 제안이 왔다"며 "협력병원이라는 간판하나 달아주고, 환자를 다 채가도 아무말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대목동병원 진료협력센터 박정순 간호사는 "여건상 회송에 대한 별도의 전담부서를 두고 운영하는 병원은 많지 않다"며 "이대병원도 미처 여력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피력했다.

서울대병원 정은희 팀장도 "회송에 대한 지적이 많아 전담 인력을 두고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작년대비 인력을 140% 증가했다"며 "안정기에 접어든 환자들을 위해 외래 로비에 안내 문구를 써두거나, EMR 프로그램 안에도 의뢰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의료진을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이 협력병·의원 관계에 긍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1차 병·의원에서 홍보효과를 노리고 접근하는 등의 이유로 한건도 의뢰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를 특별히 제제하거나 협력병원 자격 자체를 박탈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대병원은 회원으로 등록하고 의뢰기간이 지나면 일정 기간에 협력병원으로 인증을 해주는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순천향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은 협력병원 협약을 1~2년 단위로 맺어 의뢰 실적이 있는 경우에만 갱신한다.

 협력병·의원에서 의뢰받은 환자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병원들은 그들을 고객으로 인식하면서, 협력병·의원 간담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특히 지역 내에서 "우리는 함께"란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지역내 인사를 초청해 지역사회 차원의 행사나, 유용한 정보 공유의 장(場)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달 인근지역인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구로구 의사회 소속 병·의원장들과의 협력을 다지는 "제3회 지역협력병의원장의 밤"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서현숙 이화의료원장은 물론, 한경민 강서구의사회장, 조종하 양천구의사회장, 김재현 강서구청장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하대병원도 지난달 45개 협력병·의원장을 초청, 전현희 국회의원의 "의료계 현안 및 보건복지가족부 의료법 개정 현황"과 송형석 회계사의 "병원경영 환경변화와 경영 활성화 방안"에 대한 특강을 마련했다.

 박승림 원장은 "협력병원과의 실질적인 관계 강화를 이뤄낼 수 있는 각종 아이템 개발을 통해 공동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진료인력과 각종 학술행사, 특수클리닉 등 전문진료 영역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국, 협력병원의 관계는 1차 병·의원의 적절한 의뢰 협조와 다수의 협력병원 협약을 맺는 2·3차 병원들이 의뢰받은 환자에 대한 적절한 회송이 어우러져야 그 빛을 발휘할 수 있다. 간담회 자리를 통해 그들의 고충에 귀기울이거나 하는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됐다. 협력병원 숫자와 협약식 자체에 연연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를 의뢰하고 의뢰받으며, 또 회송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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