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급증 정말 "서구화" 때문만일까"


 1980년 전후 대장암(결장암과 직장암) 발생수준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미국인(특히 백인)과 일본계 미국인(대부분 이민 3세대)에서 가장 높아 남자의 경우 인구 10만명 당 연간 약 52명 정도(흑인은 45명 수준)가 발병하였다.

 이러한 발생수준은 유럽인보다는 1.6배, 일본의 일본인에 비하여 약 2.6배,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대부분 이민 1세대)에 비해서는 약 5.3배가 된다.

 그러나 그 이후 일본에서 대장암 발생이 현저하게 증가하기 시작, 2000년 전후까지 약 20년 동안 3배 가까이 높아졌다.
 현재는 인구 10만명 당 58명 수준으로 가장 높다. 미국 백인은 1990년 이후부터 발생 수준이 줄어들고 있고, 미국 흑인은 1990년대까지 증가하다가 2000년 이후부터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의 경우는 증가 현상이 멈춰있다.

 반면, 유럽인의 경우 1980년 이후 큰 변동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남자의 경우 10만명 당 연간 30~35명 수준이다.

 한국인은 36.1명으로 대장암 발생률은 낮게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대장암 발병은 급증하는 추세속에 있다.

 서울시 암발생 통계(1993~2002)에서도 대장암의 연 평균 발생률이 5년 사이(1995~2000)에 남자에서 40% 이상의 현저한 증가가 보였다. 이러한 증가 속도는 1985~1990년 한국계 미국인 증가율(80.5%)과 1980~1985년 일본에서의 증가율 약 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

 이에 따라 지난 20여 년간(1983-2006) 대장암 사망률은 남자 4.8배, 여자 3.6배 증가했다.

 특히 대장암은 발생 양상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달라 그 발병 원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질환이다. 과거 미국의 연구 결과로부터 "서구화된 식이 및 생활습관"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으나 개념적 수준의 이런 요인들이 최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급격한 변동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이들 요인을 기반으로 한 대장암 예방대책들의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견돼 왔다.

 대장암 발병 요인에 있어 해당 인구집단의 독특한 생활환경 및 습관 요인 외에 유전적 특성 요인과 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지식이 바로 그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암전문의들은 "과거 대장암에 관한 의학지식이 미진했던 당시에는 대장암 발생이 높았던 인구집단이 겪은 피해는 불가피했다"며, 그러나 그러한 피해를 발판으로 많은 의학지식이 쌓여 왔으며, 이는 대장암이 증가일로에 있는 인구집단에게는 대장암 피해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는 유효한 대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이 상황속에 대한암연구재단은 "서구화 생활습관(Westernized lifestyle)"이 대장암 발생 주요 원인인가?"를 내용으로 대장암 발생 관련요인에 관한 역학연구와 최신 분자생물학 연구동향에 나섰다.

 한·미·일·대만의 대장암 전문가 집단을 한자리에 초빙, 5일 서울의대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제15회 서울 국제암심포지엄을 개최키로 한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과거 대장암 발생수준이 가장 높았으나 최근 감소하고 있는 미국과 20여 년 전 만해도 대장암 발생수준이 낮았으나, 이제 가장 높은 발생수준을 보이는 일본의 대장암 관련요인에 관한 연구, 그리고 우리나라 현황을 비교함으로써, 이들 나라의 경험을 피해갈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결장암의 유전학적-조정 가능한 위험요소, 일본과 아시아의 결장암의 트렌드 변화와 이에 관련된 요소들, 후쿠오카의 결장암 발암기전에 있어서 생활습관/양태(lifestyle)의 요소들과 유전학적인 다양성, 미국의 결장암 : 생활습관, 환경, 유전학에의 영향이 발표되며, 높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을 동반한 결장암의 발병 등과 같은 이 분야 기초연구도 소개된다.



안 윤 옥 대한암연구재단 이사장


"발생률 감소위한 예방활동 힘쓸것"

 "지난 2년간은 위암에 대해 집중 해부하는 서울 국제암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올해는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특히 대장암은 한·미·일간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등 국제적 관심이 높아 향후 두 세차례 더 심포지엄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안윤옥 대한암연구재단 이사장(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은 다른 암과 달리 대장암은 발생률 등에서 한미일이 묘하게 대별되고 있다며, 발생률 등이 미국과 일본을 쫓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장암의 발병요인, 치료효과, 조기발견 등의 정보를 알고 있는 이상 지금부터는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통해 발생률 등을 낮춰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인과 관련, 생활습관 요인에 집중된 연구에서 이제는 유전적 감수성이 문제가 되지 않았겠냐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번 심포지엄은 이것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위암에 이어 이번에 대장암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다음엔 유방암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현재 대장암 발생위험을 높이는 식이 및 생활습관 요인으로는 비만, 음주, 흡연, 그리고 붉은 고기와 탄 육류 섭취를 들 수 있고, 발생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는 육체활동, 엽산섭취, 유제품 및 칼슘섭취 등이 많은 역학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는 최근의 의학발전은 가까운 시일내 혈액 한 방울로 개인별 대장암 발생 위험정도를 계량화하여, 개별화하고 차별화된 예방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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