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지속 가능한 병원 경영전략 세워 실천해야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산부인과 원장, 보험금 노리고 자신의 병원에 불 질러", "인근 병원 증가로 경영난에 빠진 정형외과 원장, 스트레스로 우울증으로 자살", "운영자금 마련으로 사채까지 손댄 치과의사, 사채업자로부터 협박받아"
이따금씩 들려오는 좋지 않은 뉴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계속되는 경영난에 한숨을 쉬고 있던 터에 도저히 남일 같지 않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해소에 일단 기대를 걸어보지만,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히 짙게 드리우고 있다.



빚쟁이 의사 20.5%가 "5억원 이상"

금리 갈아타기는 좀 더 지켜봐야

건설업 부진으로 신·증축 어려워



 금융위기로 인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빚쟁이 의사"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대한의사협회의 의원 부채규모 조사에 따르면, 1억원 미만이 14.8%, 1억원에서 2억원 사이 24.8%, 2억원에서 5억원 미만 40%, 5억원 이상이 20.5%나 됐다.

 시중 대출의 92%가 변동금리 상품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하나은행 닥터클럽 등 의사 대출 상품 역시 대부분 변동금리를 차지하고 있다. A성형외과 원장은 "대출 당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1~2% 정도 저렴했다"며 "금리가 갑자기 2~3%가량 급등할 줄 누가 알았느냐"고 토로했다.

 1억원을 빌렸을 때 금리가 1% 상승해도 1년에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100만원으로 대출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금리 인상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 닥터클럽 관계자는 "은행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문직 대출은 우선순위였지만, 의사들의 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당장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 PB고객부 이관석 재테크팀장은 "국내 금융시장에 다시 한번 큰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당분간 금리는 낮아질 추세여서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출을 갈아타면 전체 대출액의 1~2% 남짓한 수수료 부담 때문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원리금 상환기간이 당장 다가오는 것이 부담이라면 은행에 거치기간 연장을 문의해 볼 수도 있다.

 엔화 대출도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저금리임을 활용해 의사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작년 7월 100엔당 745원대에 머물렀던 원·엔 환율이 지난 9월 10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12일 현재 1368원에 달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무려 2배가량 급증함에 따라 원화대출로의 통화전환 옵션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만기일 1개월전부터 환율을 체크해 엔화 가치가 가장 저점인 시기에 전환해야 엔고(高)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외화대출 연장을 2년 이내로 허용한 것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만기 연장 옵션 수수료를 7~8%대로 올려받고 있고,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곳도 있어 부담을 경감시키지는 못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한동안 엔고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짐에 따라 대출을 상환할지, 갈아탈지, 연장을 할지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봐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이상 엔화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며, 미국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 때까지는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적 환율 공조로 엔화 상승 추세가 꺾일 수 있다는 희망도 원·엔 환율은 한동안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에 주춤하고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재투자를 통해 내년 신·증축을 계획하는 병원들도 많이 있지만, 건설업계의 부진으로 인해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B의료원은 암전문병원에 대한 설계를 마쳤지만, 지난 4월 공개입찰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사가 나서지 않아 2차 공개입찰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당초 목표인 2011년 개원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료원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신·증축을 준비 중인 모든 의료기관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의료장비 가격이 천정부지 솟아 건물은 지었으나 내부를 채워야 하는 병원들의 고민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09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에 따르면, 건설당초 계획에 비해 공정률이 15% 이상 늦어지고 있는 사업장이 크게 늘고 있으며, 미분양 및 자금난으로 인한 건설사 부도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조사결과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328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223개)에 비해 47.1%나 늘었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신성건설 회생 신청을 시작으로 연말에는 건설업체 부도가 증가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신·증축, 상가 분양 등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재투자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서 환자들은 비급여 상품 이용 자제는 물론, 병원의 방문 횟수 조차 줄이고 있어 어두운 현실을 피할 수가 없다. 인건비를 절감하거나 회생을 신청하는 등 나름 대로의 방법을 강구해 보고 있지만,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일시적인 침체라 믿고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고 싶지만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의사들을 위해 하나은행 닥터클럽은 고정금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변동금리의 장점을 살린 "이자 안전지대론"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6.0%로 대출 받을경우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그대로 6.0%가 적용되며, 금리 하락시에는 금리 하한선인 5.0%까지 떨어지도록 한 것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대출기간 중 두 번에 걸쳐 고객에게 변동금리(3개월)나 고정금리(1·2·3·5년)로 바꿀 수 있는 금리 선택권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향후 엔화 환율이 하향안정화 될 것이라는 기대에 신규 엔화대출 시장도 커졌다.
 물론, 당장 금융위기 해소가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든와이즈닥터스 최원식 PB 센터장은 "수익 창출 확신이 미지수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보다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인스엠 김지영 대표 역시 "지금 이 순간만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식의 마케팅이나 재무계획은 앞으로 더욱 큰 손실을 만들기 십상"이며, "앞을 내다보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영 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신·증축만이 새로운 전략이라 생각하며 규모의 경쟁을 일삼던 병·의원들. 엔고를 이용해 일본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보거나, 기존에 세웠던 전략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재점검해 보는 유용한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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