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서 큰 관심

 우울증이 이번에는 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의 문을 두드렸다. 노인우울증이 화재에 오른 적은 있으나 치매우울증은 치매의 그늘에 가려져 도외시 됐던 것도 사실. 하지만 우울증은 일반 노인에게는 물론 치매환자에게 더욱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한치매학회는 이번 추계학술대회의 첫 세션에 치매와 우울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강의를 배정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 진행됐지만 많은 참석자가 우울증과 치매에 대한 관심을 대변했다.

동반 질환이자 위험 요소

 우울증은 일반인에게도 흔하게 발병하지만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쉽게 인식되지 못한다. 노인의 우울증에서는 이런 양상이 더욱 심해진다.
 기운없음, 수면장애, 식욕감소 등은 우울증이 없는 노인에게서도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우울증 유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 특히 치매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기억력·집중력의 저하, 의욕저하 등 우울증 증상은 진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와같이 임상에서 치매환자들이 보이는 증상들이 우울증을 치매의 전조증상 혹은 위험요소로 보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답은 나와있지 않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는 우울증을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전조증상으로 규정하기에는 두 질환의 독립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우울증은 치매의 동반질환 및 위험요소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일반 우울증과 증상 차이
망각·집중력 저하 더 심해
적응장애와 감별진단 필요


 치매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망상, 환각, 집중력 저하, 수면·정신운동 장애, 피로감 등의 증상은 더해지고 가치상실감, 과도한 죄의식 등은 덜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와 함께 치매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일상생활활동(ADL), 도구적 일상생활활동(IADL) 등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치매와 함께 접근·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우울증은 약물 반응도가 좋은 편이지만 노인환자에게 우울증은 뇌 이상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이점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경증일땐 비약물치료 먼저

 용인효자병원 한일우 원장은 "치매우울증의 치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노인환자들이 우울증 증상에 대한 표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응장애와의 감별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증 우울증일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시행하기 전 2~4주 동안 일상생활에서의 활동과 치매 및 우울증 교육 등 비약물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고 자살이나 폭력적 충동, 금식 등의 중증 우울증에는 바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SSRI 약물 부작용 적어

 1차 치료제로 시탈로프람(citalopram), 서트랄린(sertraline) 등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의 약물을 권장한다. 한 원장은 SSRI 약물이 치매우울증 치료에 이전의 삼환계 항우울제(TCA)보다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떨림, 변비,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아직 우울증과 치매 사이의 연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저용량(시탈로프람 25mg/day, 서트랄린 10mg/day)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효과가 없을 때 증량한다.

일부 고용량, 장기투여 환자군에서는 9주까지 치료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반복적인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최대 사용량으로 시탈로프람은 150mg/day, 서트랄린 40mg/day으로 추천하고 있다.

 1차 치료 효과가 없을 때는 2주의 기간을 두고 미트라자핀(mitrazapine)을 처방, 75mg/day로 시작해 15~30mg/day까지 증량한다. 트라조돈(trazodone)도 저가로 삭감의 우려가 없는데 비해 효과적인 2차 치료제로 권장한다.

파킨슨병 우울증 또 달라

 치매뿐만 아니라 뇌졸중 등의 뇌질환에 우울증은 쉽게 동반되기 때문에 기능회복의 저하와 사망률 상승과 연관이 있고 인지기능의 위험요소와 사회적 재활의 저해요소로 작용해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파킨슨병의 경우 운동증상 이전에 우울증이 선행되는 경우가 12~37%로 결코 낮은 편은 아니지만 운동증상 이전 약 4.7년 전부터 신경세포가 소실됐다는 보고, 파킨슨병의 시작이 운동증상 발현 7년 전이라는 보고 등 감별에 있어서의 다양한 논의들이 있기 때문에 우울중의 성격을 규정하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파킨슨병에서도 뇌의 이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증상들이 보이기 때문에 파킨슨병 우울증은 전조증상보다는 위험요소로 인식한다.

 파킨슨병 우울증은 치매우울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운동기능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 등이 심해지고 자기비하, 죄책감, 망상, 실패감, 자살충동 등은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인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화두 질 평가·관리로 옮겨가

 이제 형태를 갖춰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안전성과 품질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질 평가 및 관리가 다음 해결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정책시행 4개월을 맞고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노인병 관련 학회들에서 터줏대감처럼 자리잡았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의료비를 줄여보겠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정책이지만 노인질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시행 전부터 지속돼 온 이야기.

 하지만 새로운 주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의 끝을 짐작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제도 시행 전후에 있었던 요양기관과 재가서비스의 수요부족 논란에 종지부를 찍듯 정책시행 140여일을 맞은 현재 공단은 요양기관 1529개, 재가서비스기관은 5531개로 필요수요를 거의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이번에 등장한 주제는 요양기관의 질 평가 및 관리다.

환자 유치에만 열 올리기도

 지난 7~9일 열린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 프로그램의 한 편에 배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세미나에서 있었던 요양기관의 유인행위 소개에서는 등급판정 환자를 데리고 오는 간병인에게 TV를 주는 곳도 있었다.

 노인환자의 등급판정은 1(최중증, 6개월 이상 움직이지 못한 경우), 2(남의 도움이 있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 3(외부 활동에 도움이 필요한 정도)으로 나누어지고 등급에 따라 금액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일부 요양시설에서는 이를 노리고 환자 유치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시설에서 방치되는 경우 환자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날 세미나에서 공단은 제도의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시설의 환경과 운영방식, 환자 기능상태의 중증도를 평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현재 법령으로도 공시되어 있는 부분.

 하지만 전체적인 환자등급, 서비스의 이용, 인프라 변화에 대한 연구가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라 자세한 체계가 확립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 인력의 질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6개월을 기준으로 등급을 구분하지만 실제 방문조사에서 의학과 임상의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질병과의 상관관계나 호전의 가능성을 파악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평가지표 개발 의료계 의견 반영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질 향상이라는 안건에서 정부, 병원, 학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문제는 이를 위한 평가지표 개발의 방향이다.

세부방향 이전에 서비스의 표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공통적인 기준이 마련되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달 27일 질 평가에 있어서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토론에서는 아직 서비스 초기라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한 매뉴얼이 나올 수는 없다는 점에 공론이 모아졌지만 조남범 재가노인복지협회장은 1998년과 2004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재가시설이용평가에서 사용된 평가지표 항목이 100여개에 가까워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사례를 들며 추후 평가지표 개발과정에서는 학계와 실무진 사이의 객관적 논의를 통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대봉 노인복시시설협회 사무총장은 서비스 제공자와 평가자가 동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객관성의 선결은 물론 평가지표가 점수평가에 얽매이지 않은 현실적인 기능평가가 중점이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넘어야할 산 아직 높아

 이 제도가 안정권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요양보험"이라는 이름에 맞게 현재 흐름은 재가서비스, 요양시설에 집중되고 요양병원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현황이다. 의료서비스가 배제되어가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급성기·아급성기 기관과 요양을 잇는 제도적 장치 여부는 불투명해서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공단은 이에 대해 요양병원을 주치의로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상황. 현재는 협력의료기관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게다가 현재 재가서비스에서 복지용구의 사용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신체 사용비율을 줄임에 따라 체력이나 근력 등의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

 나아가서 복지용구 시장의 거대화로 인해 미국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는 노인 대상 보험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는 부분이라는 의견이다.

 제도의 대상자가 2~3가지 만성질환을 앓고있는 환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확한 의학적 소견이 뒷받침 된 상태에서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의학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의사소견서 실제 적용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지금 질 평가에 있어서는 조기부터 적극적이고 객관적인 논의를 통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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