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작용 신고제 "안다" 19%…"필요하다" 96%와 역주행

 질병치료를 위한 모든 약물은 필연적으로 위해반응이라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미국의 보고에 의하면 약물위해 반응에 의한 사망은 사망 원인 6위며, 입원 환자의 6.7%가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겪었고 이 가운데 0.32%는 사망했다.

 이같은 약의 두얼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의약품 시판을 허가하는 단계에서, 시판중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예기치 못한 중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각국 보건의료 당국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발적 부작용신고제도, 의약품재심사제도, 의약품 재평가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태를 파악하는데 기본이랄 수 있는 "약물부작용" 신고는 꺼리고 있어 부작용 발생 시 곧바로 신고할 수 있는 환경조성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발적 약물부작용 신고 제도는 지난 1988년 도입, 지역약물감시센터 확대 등을 통해 부작용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하지만 1988년부터 2006년까지 식약청에 신고된 약물위해 사례는 4592건에 머물고 있다. 인구대비 신고건수를 보면 100만명당 2004년 19건, 2007년 75건으로, 같은 기간 미국은 1454·1597건, 일본 237·251건에 비해 매우 낮다.

 FDA에는 1960년부터 자발적 부작용신고제도를 운영, 매년 46만건 이상 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영국은 1964년부터 적극적으로 약물위해 사례를 수집 분석해 350만건 이상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 광동 지역도 매 분기마다 3000~5000건의 위해 사례가 신고된다. 이처럼 부작용 정보가 축적돼 있으면, 재발방지와 함께 의약산업 발전에도 한몫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제도의 인지도가 낮은데다 신고로 인한 불편함, 사회로부터 좋지않은 의사·의료기관으로 매도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과 동국의대 피부과학교실 등이 실시한 고양시 의사·약사를 대상으로 한 자발적 부작용 신고제도 인식도 및 약물위해 사례 경험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물위해 사례가 발생하면 신고해야 한다는 응답이 96.1%에 달했으나 정작 이 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19.1%에 불과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제도에 대한 낮은 인지도로 인하여 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약사, 환자, 제약회사, 정부가 원활한 협조 체계 구축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신고자나 기관에 불이익이 없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약물 안전성에 대한 중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다기관 공동 약물역학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와 연구인프라 마련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재 9곳인 지역약물감시센터를 전국 30곳으로 늘려 신고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기금 마련과 부작용 신고시 적절한 보상도 한 방법으로 거론하고 있다.  박병주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회장(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은 "학회 차원에서 10여년 전부터 약물역학연구회, 시판 후 조사연구회, 병원약사 약물역학 SIG, 임상시험연구회 약물감시 분과 등을 운영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체계적이지 못해 국가 차원의 약물 안전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왔다"며, 전문가들이 공동 네트워크를 구성해 약물역학 연구를 수행하고, 약물과 부작용 발생간의 인과 관계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약품 부작용모니터링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병원과 전문종합병원부터 자체적으로 약물부작용을 모니터할 수 있는 조직을 신설토록 하고 의료기관 평가시에 이 내용을 비중있게 반영하면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호 동국대병원장은 "약물 부작용 사례를 가장 많이 접하는 임상의사가 솔선수범하여 먼저 신고에 나서는 등 전문가 역할을 수행하자"고 주장하고 약물위해 문제는 지난 2004년 PPA 성분 감기약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듯이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 분야에서 약물 위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을 시작으로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화사고로부터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정부와 의약·산업계가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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