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자문위 `메바코` 20㎎ 비처방 승인 반대

영국에 이어 미국서 추진돼 온 고지혈증치료제 스타틴의 일반의약품(OTC) 전환노력이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지난 14일 스타틴제 메바코(로바스타틴) 20 ㎎의 비처방 승인에 대해 20:3의 압도적인 표차로 반대를 권고했다.
 자문위원회는 의사의 도움 없이 스타틴제를 구입하게 될 경우, 소비자의 적절하고 안전한 사용을 담보할 수 없으며 임신부 복용 등 관련 부작용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로써 2000년에 이어 두번째 고배를 마시게 된 제약업계는 스타틴 적용범위의 확대를 통해 심혈관사고 예방을 대폭 향상시키겠다는 포부와 아스피린급 국민의약품의 새로운 탄생이라는 기대를 접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아직 최종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FDA가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따르는 것이 관례이자 일반적인 추세다.
 이번 결정에는 신청 당사자인 MSD가 제시한 관련 연구의 부정적 결과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스타틴제의 부작용 문제·바이옥스 퇴출 이후 약물규제에 대한 美 보건당국의 태도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MSD는 비처방 판매가 가능한 메바코가 LDL 콜레스테롤 수치 130~170 mm/dL에 흡연이나 고혈압·심장질환 가족력·HDL 콜레스테롤 40 ㎜/dL 미만 등 한가지 이상의 심장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남(45세 이상)·여(55세 이상)에게만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용전 콜레스테롤 검사를 촉구하고, 간질환이나 여타 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용금지를 경고하는 내용이 라벨에 포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지금 당장이라도 메바코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한 소비자의 1% 만이 라벨에 제시된 조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문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기준에 부적합한 소비자들의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신중 스타틴을 복용할 경우, 출생아의 결함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의들의 지적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주요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에 따르면, FDA는 메바코를 비롯한 여타 스타틴제를 임신부에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pregnancy category X`로 분류해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임 연령대의 증가와 스타틴 인지도 확대로 임신부의 스타틴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 사이의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스타틴 적용범위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서는 태아의 성장과정에서 뇌·심장·사지(四肢) 등의 발육에 필수적인 콜레스테롤 생성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이번 결정을 바이옥스 사태 이후 항응고제 엑산타·여성용 성기능촉진제 인트린사·통증치료제 아콕시아 등의 승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FDA 정책변화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전문가들은 효과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너무 부각된 것 아니냐는 견해를 펼치고 있다.
 MSD 측은 우선, "이번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성명과 함께 "메바코 20 mg의 비처방 판매가 콜레스테롤 조절은 물론 공중보건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1일 20 mg 스타틴 용량의 경우 부작용 위험이 극히 드물며, 적절한 스타틴 요법으로 인한 혜택이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위험도를 상회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경희대의료원 순환기내과 배종화 교수(본지 편집자문위원)는 "스타틴의 심혈관 예방효과와 저용량 사용시 부작용이 극히 드물다는 것은 이미 검증됐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유의한 심혈관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OTC 전환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용범위의 확대는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센터의 고광곤 교수(본지 편집자문위원) 또한 "스타틴 저용량의 경우 심장병·치매 등의 예방효과는 물론 복용시 이득이 위험을 상회하는 등 안전성이 확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고용량을 제외한 OTC 판매는 허용해도 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