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암이었으면"


의료비 수준 넘어 진단·치료 기술 개발도 지원을

확진에만 몇년…병명도 모른채 장기간 고통
80% 이상이 유전성질환…전문인력 양성해야


 희귀질환은 질병의 발생도가 매우 낮은 특성으로 민간 차원의 치료제 및 질병정보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 개입이 필요한 분야이다.

 각 나라에서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일본,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저소득층이나 중증환자에 대한 의료비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의료보장 수준이 높은 유럽연합 등에서는 의료비 지원보다는 진단 및 치료기술의 개발, 보급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의료비 지원에 그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어 보여주기식 지원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센터장 김현주 교수는 "매년 몇 개 질환을 확대 선정하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특성에 따라 질환군으로 구분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구해 포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기 유전상담 체계 필요

 대학병원에서 3분 진료를 양산하는 현재의 건강보험급여 체계에서는 희귀질환자들의 조기진단과 적절한 관리가 어렵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은 초진의 경우 30분 이상의 진료시간이 필요하지만 현행 체계하에서는 불가하다"며 "희귀질환 의심환자의 경우 조기에 전문 의료기관으로 의뢰해 확진과 유전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희귀난치성질환의 80% 이상이 유전성 질환이란 점을 고려해 유전학전문의 등 유전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유전상담사 인증제도 및 유전상담 급여를 마련하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

정부지원 사업 홍보도 부족

 작년 국감에서 장향숙 의원이 발표한 국내 희귀난치성질환 5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확진을 받은 경우는 37.3%에 불과하며 확진에만 5년~10년 이상 걸렸다는 비율도 21.2%나 됐다.

정부의 의료비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도 61.5%가 환우모임을 통해 알게됐고 공공기관을 통해 알게됐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또 17.5%의 환자는 지원사업 존재 여부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많은 환자들이 병명도 모른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으로 희귀질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환자들의 요구가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이다.

 희귀난치성질환은 "희소성"이란 점 때문에 경제논리에 따라 여러 지원책에서 차순위로 밀린다. 또 의료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제외된 항목이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희귀필수의약품 약가 강제실시권 도입 검토"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항목은 비보험 의약품 구입비.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말까지 1년 동안 발생한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총진료비와 환자부담액을 분석한 결과 고셔병이 환자부담액 약 4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뮤코다당증이 약 135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의약품 구입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최근 헌터증후군 치료제 엘라프라제, 뮤코다당증 치료제 나글라자임,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등 필수약품의 약가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이 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 전현희 의원은 희귀필수의약품의 약가협상이 연이어 결렬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못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단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정형근 공단이사장은 "협상이 결렬되면 조정위원회로 넘어가고 다시 장관 고시로 넘어가는 현재의 약가협상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희귀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강제실시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희귀필수의약품 약가협상 체제의 변화 논의로 확산될지가 주목된다.


"희귀난치성질환 특별법 반드시 제정"


복지위 정하균 의원

의료비 재원배분 효율화 해야
만성질환 분리한 별도법 추진


 임기 전 희귀난치성질환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정하균 의원을 만나 그가 구상하는 법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복지위 내 희귀난치성질환 특별법 제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는가?

 "대부분의 복지위 의원들이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처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으며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수년전 부터 있어온 특별법 제정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장 큰 장벽은?

 "현실적으로 재정상의 문제가 가장 크다. 근본적으로는 건강보험료 인상과 경증질환에 대한 건보지출을 줄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치료비가 많이 드는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한 건보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행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의 재원배분을 효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재원배분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당초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의 의료비 지원을 위해 시작된 것으로 상당부분이 만성질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2007년의 경우만 하더라도 70% 이상이 일반 만성질환자 진료비에 쓰여졌다. 만성질환과 희귀난치성질환을 구분해 의료비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

 - 희귀난치성질환 특별법 제정을 위한 로드맵은?

 "현재 외국의 법안을 분석하며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방안을 연구 중이며 내년 초 공청회를 갖고 의견수렴을 거친 후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희귀난치성질환 지원대책은 희소성을 배제하고 얼마나 절실한가를 봐야한다. 법안 마련에 앞서 환자들과의 자리를 자주 마련해 실제 필요한 목소리를 담을 것이며 무엇보다 환자 치료의 일선에 있는 의사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것이다. 의료계의 관심과 도움을 바란다."


외국의 지원 현황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주력

미국 1983년 "희귀의약품법(Orphan Drug Act)"이 발효되면서 희귀의약품 개발과정에서 세금공제 혜택, 특허수수료 면제, 최초 의약품에 7년간 시장독점권 부여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법 시행 전 약 10여년간 10개에 불과했던 희귀의약품 개발이 1983년 이후 1400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290여 개는 미국FDA의 승인을 얻어 시판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1년에는 희귀질환에 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 NIH에 희귀질환사무국을 두고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환자 복지부분까지 지원 확대

일본 1972년 "난병대책요강"을 마련해 조사연구사업인 "특정질환 대책연구사업"과 의료비 지원사업인 "특정질환 치료연구사업"의 두 개의 축으로 시작, 1993년에 Orphan Drug 개발시스템을 도입해 치료제 개발에도 지원을 시작했다. 특정질환 대책연구사업은 희귀질환에 대한 원인을 밝히고 진단법 및 치료법 개발 등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최근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된 118개 질환을 대상으로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1990년 이후에는 난병대책의 성공과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법이 상당수 개발되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요양대책 추진되고 있으며 전체적인 지원경향이 의료비지원에서 복지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해외원정 진단 비용도 지원

대만
 2000년도 "희귀질환 및 희귀의약품관련 법"을 제정하면서 자국 의료보험제도로 의료서비스비용의 약 70%를 보장하고 있다. 희귀의약품의 경우 환자들에게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인센티브나 임상시험 및 등록절차의 간소화, 10년 간의 독점권 부여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국외에서 진단을 하는 경우에고 정부가 40%, 민간단체에서 40%를 지원하는 국가간 협력진료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 포괄 지원

유럽
 유럽은 미국과 유사하게 희귀의약품 관련 대책을 마련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해왔다. 1998년 유럽위원회서 희귀의약품법 규정 승인 이후 2000년 4월 발효, 개발된 희귀의약품에 대해 유럽연합 전 지역에서 최고 10년까지 시장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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