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방법 동원 고혈당 조기에 잡아라


기존 치료전략 벗어나 신속한 단계 전환

 최근의 고혈당 관리전략은 신속한 단계전환을 통해 유효·안전성이 확인된 가능한 모든 혈당저하 요법을 조기에 집중한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초기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우선적으로 A1C 목표치를 달성하고 이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기존 치료전략은 "생활요법(식사와 운동) - 경구약제 단독요법 - 경구약제 용량증량 - 경구약제 병용요법 - 경구약제와 기저인슐린 - 경구약제와 다회 인슐린 투여"의 많은 단계를 거친다. 문제는 너무 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인 A1C 목표치에 신속히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그림 1>.

 경구혈당강하제 요법은 초기에 어느 정도 혈당강하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초회용량 단독제제만으로는 A1C 강하정도가 1~1.5%대로 목표치에 도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통적인 단계적 전략의 경우, 각 단계별로 혈당이 어느 정도 조절되다 다시 상승되는 상태에서 치료의 강도를 높인다.

 이로 인해 혈당치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병용 등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 늦어지는 문제점이 노출된다.

 이 경우 고혈당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당뇨병 관리 자체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표적장기 손상 등 무증상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심혈관질환 등 주요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의 전략은 신속한 단계전환을 꾀한다.

 일례로 경구약제 단독요법 단계에서 일정 정도의 혈압강하 효과 후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정체상태에서 바로 병용단계로 전환을 시도한다<그림 2>.

 대한당뇨병학회는 단독약제의 용량증가보다는 병용이 혈당조절에 더 효과적임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전략을 통해 A1C 6.5% 미만의 목표를 우선 달성해 놓고 이후 "경구약제의 용량증량 - 기저인슐린 추가 - 인슐린 강화" 등을 통해 추가적 저하 또는 목표치 유지에 집중하는 것이 최근 고혈당 관리동향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초기·집중 혈당조절 패러다임과 대사기억의 역사

초기 집중조절 효과 장기간 지속 입증

 ▲DCCT와 EDIC 연구
 "대사기억" 가설은 1990년대 이뤄진 "DCCT(NEJM 1993;329:977-986)"와 그 후속으로 추가관찰을 진행한 "EDIC(NEJM 2005;353:2643-2653)" 연구에 기원을 둔다.

 혈당조절이 당뇨병 합병증 개선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형이던 당시에 제1형당뇨병 환자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으며, 더 나아가 초기의 집중조절 효과가 장기간 지속됨을 보여줬다.

 "DCCT" 연구는 제1형당뇨병 환자에서 당시의 수준으로 혈당을 정상범위까지 적극적으로 낮추는 집중치료군과 기존 방법을 유지하는 대조군을 비교했다.

집중치료군의 평균 망막증 위험이 대조군과 비교해 76%까지 감소되면서 연구는 6.5년 시점에서 조기종료됐으며, 이후 대조군 환자들은 모두 집중치료군으로 전환됐다. 이후로 현재까지 진행된 일련의 대규모 RCT 연구에서 집중 혈당조절 전략은 미세혈관합병증 개선에 뚜렷한 효과를 보여 왔다.

 "EDIC" 연구는 "DCCT" 대상환자들을 10년간 추가적으로 장기추적한 결과다. 주목해야 할 점은 "DCCT" 조기종료 후 대조군 환자들이 모두 집중치료군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관찰결과는 두가지 측면에서 학계를 놀라게 했다. 우선, 모두가 집중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DCCT"에서 나타난 집중치료군과 대조군의 미세혈관합병증 개선의 차이가 유지됐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과거 집중치료군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이 대조군과 비교해 42%(P=0.02),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사망이 57%(P=0.02)까지 감소했다. 미세혈관에 이어 대혈관합병증에서까지 개선효과가 관찰된 것이다.

 학계는 과거의 대조군을 집중치료군으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차이가 나타난 점에 대해 고혈당의 폐해가 어느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이같은 시점이 고혈당 노출 초기에 나타나는 세포단백질의 이상반응과 이에 대한 기억에 해당한다며, "대사기억" 가설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약물요법 합병증 예방 효과
생활요법 보다 높게 나타나

 ▲UKPDS와 UKPDS-10
 "DCCT"와 "EDIC"가 제1형당뇨병 환자를 검증했다면, "UKPDS(Lancet 1998;352:837-853, 854-865)" 연구는 제2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신규 당뇨병 진단 환자에서 생활요법 또는 약물을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 사이의 합병증 예방결과를 비교했으며 약물치료는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을, 과다체중인 하위그룹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을 투여했다.

 10년 관찰기간 동안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 치료그룹의 경우, 당뇨병 관련 종료점(대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에서 생활요법군 대비 12%의 위험도 감소효과를 보였다(P=0.029).

이같은 유의성은 대부분 미세혈관합병증의 상대위험도 감소효과(25%, P=0.0099)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심근경색·당뇨병 기인 사망·전체 사망률의 상대위험도 감소는 각각 16%(P=0.052)·10%(P=0.34)·6%(P=0.44)로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치 못하거나 개선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메트포르민 하위그룹은 당뇨병 관련 종료점의 상대위험도(32%, P=0.002)와 더불어, 심근경색(39%, P=0.010)·당뇨병 기인 사망(42%, P=0.017)·전체 사망률(36%, P=0.011)에서도 유의한 통계치를 얻었다.

 "UKPDS"가 완료된 후 또 다른 10년간은 내원과 설문을 통해 생존자들의 대혈관·미세혈관합병증 및 사망에 대한 모니터링이 실시됐다.

 두 그룹의 특정 치료방법 차이는 유지되지 않고 관찰 만이 진행됐으며, 이로 인해 과거 시험군과 대조군의 A1C 차이는 모니터링 시작 1년 후 소실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 완료시점에서 설포닐우레아 그룹 생존자들의 생활요법군 대비 당뇨병 관련 종료점 감소는 9%(P=0.04)로 통계적 유의성을 유지했다. 미세혈관합병증(24%, P=0.001)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심근경색(15%, P=0.01)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13%, P=0.007)조차 "UKPDS" 당시와 달리 유의성에 도달했다. 메트포르민 치료 생존자 그룹은 당뇨병 관련 종료점(21%, P=0.01), 심근경색(33%, P=0.005),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27%, P=0.002)에서 보다 큰 혜택으로 이어졌다.

혈당조절 늦었더라도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


 "DCCT"·"EDIC"·"UKPDS"·"UKPDS-10"은 고혈당 환자에서 초기·집중 혈당조절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전반적인 혈당조절의 중요성이 간과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최근 발표된 "ACCORD", "ADVANCE", "VADT" 연구 등에서 고혈당 노출이 장기화된 환자에서 공격적 혈당조절이 대혈관합병증 개선에서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학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혈당조절은 초기든 후기든 고혈당 전반의 과정에서 미세혈관합병증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세혈관합병증의 개선이 대혈관합병증 예방에도 기여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근거로 서구 선진국과 우리나라 학계의 가이드라인은 당뇨병 환자에서 A1C 6.5% 또는 7% 미만으로의 혈당조절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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