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때 발생 3배


젊은 여성환자에 더 많아…예후 악화 부추겨

 심장병 환자에게 반드시 주의시켜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추가됐다. 주인공은 바로 우울증.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달 29일자 "Circulation Research" 온라인판에 관상동맥질환(CHD) 환자들이 조기에, 정기적으로 우울증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핵심은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우울증 발생빈도가 높으며, 이 경우 심질환 재발 등 예후악화의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

 AHA가 제시한 연구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이 우울증을 겪는 경우는 일반인과 비교해 약 3배 가량 많다. 입원환자 대상 조사에서는 심근경색 환자의 15~20%가 우울증 진단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심근경색 후 우울증 동반의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 AHA의 설명.

 문제는 이 우울증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관상동맥질환의 예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두 질환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 동반 시 심근경색 후 1~2년 기간의 여타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도가 최소 2배가량 높아진다고 AHA는 밝히고 있다.

 이같은 위험도는 우울증의 중증도와 연계돼 있다. 즉, 우울증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보다 치명적인 심혈관사건의 조기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일련의 연구에서 여타 위험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우울증과 심혈관사건의 상관관계가 나타나, 우울증이 독립적 위험인자임을 시사하고 있다.


심혈관사건 표지자 더 많이 나타나

우울증 행동 특성 치료 장애물 역할

CHD 예후 악화 왜?

 심혈관질환 환자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우울증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심혈관질환의 예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일까? 이에 대한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AHA는 두 질환의 상관관계를 생물학적·행동학적 기전의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생물학적 기전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우울증이 따라 올 경우 심혈관사건을 예견해 주거나 동맥경화 악화를 나타내는 혈중 표지자(biomarker)들이 비우울증 환자와 비교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몇몇 연구를 통해 관상동맥질환에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심박도 변이(HRV) 감소,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A) 기능장애, 혈중 platelet factor 4와 β-thromboglobulin의 감소(혈소판 활성도 증가), 혈관기능장애, C반응성단백질(CRP)·인터루킨-6·피브리노겐 수치의 증가(염증반응의 증가) 등이 보고됐다.

 행동학적 기전

 우울증 증상에 따른 특수한 행동패턴 및 사회적 고립 역시 관상동맥질환 예후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울증 증상이 생활요법·약물치료 등에 대한 순응도·흡연·음주 등을 비롯해 사회적 고립이나 만성질환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이 항우울제는 물론 심혈관질환을 비롯해 전반적인 약물요법 순응도 감소와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 메타분석에서는 우울증이 낮은 약물치료 순응도의 위험인자로 지적되기도 했다.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동반되는 우울증이 지속적인 치료의 장해물이 될 수도 있다.

AHA, 약물·인지행동·운동요법 권고

CVD환자의 우울증 치료

 그렇다면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AHA는 약물요법, 인지행동요법, 운동·심장재활요법 등을 권고했다.

 약물요법

 약물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계열의 2가지 약물이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에서 중등도·중증 또는 재발성 우울증에 효과적이며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안전함이 검증됐다고 밝혔다.

 AHA가 언급한 세르트랄린(sertraline)과 시탈로프람(citalopram)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항우울제 치료에 일차선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AHA는 또 심혈관질화 환자의 우울증 치료에 있어 안전성과 효과 및 상대적으로 약가가 높지 않은 점을 들어, SSRI가 심근경색 후 우울증 치료에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우울증 약물요법이 시작된 이후에는 첫 2개월간 자살위험이나 순응도·부작용 등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요구된다며 주의도 당부했다.

 인지행동요법

 인지행동요법은 항우울제 치료에 불내약성을 보이거나 약물치료를 꺼려하는 환자에게 다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약물이나 행동치료 각각의 단일요법 보다는 둘의 병합요법이 중등도~중증 우울증 환자에서 더 높은 반응률을 보인다고 AHA는 설명했다.

 운동·심장재활 프로그램

 운동과 심장재활요법은 우울증 증상완화와 더불어 심혈관건강도 개선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이같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
 AHA는 이 부분에 있어 순환기 전문의들의 조언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망률도 더 높게 나타나

 룆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08;109:133-138룇 = 미국 워싱턴의대 로버트 카니 교수팀은 심근경색 후 우울증 여부와 중증도가 5년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후향적으로 평가했다.

전체 심근경색 환자 가운데 중증 우울증이 163명, 경증 우울증이 195명, 비우울증 환자는 408명이었다. 심근경색 후 60개월(중앙값)간 관찰이 진행됐다.

 관찰기간 동안 106명이 사망한 가운데 중증 우울증(HR = 1.87; 95% CI: 1.17~2.98), 경증 우울증(HR = 1.67; 95% CI: 1.06~2.64) 모두 비우울증 그룹과 비교해 전체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우울증이 심근경색 발병 5년 후 사망의 독립적 위험인자라고 밝혔다.




간단한 질문으로 체크

 AHA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정기적인 우울증 검사와 함께 조기진단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순환기 전문의들도 쉽게 우울증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질문서를 제시하고 있다.
 질문서는 2단계를 거친다. 우선, 첫번째 2개 항목의 질문에 하나 이상의 "예"라는 답이 나올 경우, 다음 9개 질문으로 넘어가 구체적인 우울증 가능성을 평가한다. 9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숫자로 환산한 총점이 10점 이상일 경우 우울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하고, 정신과 전문의 의뢰를 거쳐 명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고 AHA는 권고했다.

1단계 질문. 하나 이상 "예" 응답땐 2단계

 ▲ 지난 2주간 아래와 같은 문제를 겪은 적이 있습니까?
 1.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기쁨의 반감
 2. 기분저하, 우울감, 절망감

2단계 질문

 ▲ 지난 2주간 아래와 같은 문제를 얼마나 자주 겪었습니까?
 1.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기쁨의 반감
 2. 기분저하, 우울감 또는 절망감
 3. 잠들기 힘들거나 너무 많은 수면시간
 4. 피로감 또는 기력감퇴
 5. 식욕저하 또는 과식
 6. 자괴감(내가 실패자라거나 나로 인해 나 또는 가족이 우울하다는 느낌)
 7. 독서나 TV시청 시 집중력 저하
 8. 예전보다 말 또는 움직임이 느리거나 조바심 또는 불안감으로 인해 너무 부산한 행동
 9. 죽는 것이 낫다거나 자신에게 해를 가하려는 생각
 ※ 각각의 문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을 경우 0점", "여러 날은 1점", "전체 기간의 절반 이상은 2점", 거의 매일은 3점으로 계산해 총점을 합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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