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약업계는 최근들어 R&D 투자비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데 반해 신약 출시품목은 감소하는 등 투자 대비 수익효과를 늘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지난 한해 일부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이 불록버스터형 약물의 부작용 논란과 관련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인류의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세계 제약업계의 노력은 신약개발을 기치로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은 R&D 투자에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회사의 사활을 걸고 신약개발에 매진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됐거나 승인이 예상되며, 시판 허가시 제약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신약 후보약물을 살펴보면서 올 한해 세계 제약시장을 전망해 본다.

CB1 수용체 차단…체중 감량·금연
 ▲아콤플리아(Acomplia, 사노피-아벤티스)
 아콤플리아는 체중감소 및 금연보조제다. 하지만, 효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아콤플리아 임상시험 결과는 이 약물이 지질개선에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콤플리아는 음식섭취, 에너지소비 및 니코틴 의존성을 조절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EC(endocannabinoid: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의 CB1 수용체를 차단하는 효과를 통해 체중을 감소시키고 금연을 도와 대사 위험요인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아콤플리아를 섭취한 환자는 허리둘레가 3.5인치 줄었으며 평균 9㎏ 정도의 감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흡연자가 10주 안에 금연할 확률을 2배 증가시키는 효과도 보였다. 새로운 슈퍼약물(wonder drug)의 등장이다.
 사노피-아벤티스 측은 2005년 상반기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장마비 예방 복합제
 ▲리피토-토세트라핍(Lipitor-torcetrapib, 화이자)
 화이자의 리피토는 LDL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강력한 스타틴제로, 현재 전세계 매출액이 가장 높은 약물이다. 이 리피토에 HDL 콜레스테롤을 높여주는 약물인 torcetrapib을 혼합한 복합제가 현재 최종 임상연구 단계에 있다. 화이자는 이 복합제의 심장마비 예방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중이다.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심장마비 예방효과가 입증된다면 연간 매출은 리피토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심장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HDL 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리피토-토세트라핍의 성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올 한해 리피토, 크레스토, 바이토린의 이상지혈증치료제 3파전에 강력한 경쟁자가 또 하나 추가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비소세포성폐암 환자 생존 연장
 ▲타세바(Tarceva, OSI제약)
 타세바는 말기 비소세포성폐암 환자(NSCLC)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경구용 항암제로 2004년 7월 FDA에 신약신청돼 6개월여 만인 동년 11월에 NSCLC 단독요법제로 시판을 허가받았다. 73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 타세바를 복용한 환자는 2~6.7개월간 생존이 연장됐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였다.
 경쟁약물로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가 있으며 두 약물은 같은 기전을 갖고 있다. 2005년 한해는 항암제 시장에서 두 약물의 일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새로운 Glitazar 계통 약제
 ▲ 갈리다(Galida, 아스트라제네카)
 최근 제약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분중 하나가 세포전달 과정의 일부인 PPAR(peroxisome proliferation activation receptors) 타깃의 약물개발이다.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모두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로 개발된 약물중 일부는 동물실험에서 발암작용이 발견돼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구용 당뇨병치료제 `갈리다룑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PPAR 알파/감마 효능약이다. 현재의 Glitazone계와는 기능적·구조적으로 다른 새로운 Glitazar 계통의 약제로, 제2형당뇨병으로 인한 혈당과 지질이상·인슐린저항으로 인한 여러 증상을 타깃으로 개발됐다. 현재 최종 임상연구 단계에 있다.

동맥질환 치료 충분한 효과 기대
 ▲ 팩티마이브(Pactimibe, 산쿄제약)
 리피토나 조코와 같은 스타틴 약물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반면, 산쿄제약이 개발중인 약물 팩티마이브는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붙는 것을 막는다. 팩티마이브는 acyl-CoA cholesterol acyl-transferase(ACAT)라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이러한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팩티마이브는 동맥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다른 약물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에 추가적인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최종 임상연구 단계에 있다.

저혈당 위험 안높이고 혈당 낮춰
 ▲ LAF 237(노바티스)
 LAF 237은 GIP (glucagon-like peptide)라 불리는 단백질을 증가시키기 위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MSD도 같은 기전의 약물을 개발 중에 있으나, 속도는 노바티스가 약간 앞서 있다.
 이 약물은 저혈당의 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임상연구에서는 단독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가 뛰어났으며, 메트포민(metformin)과 같은 다른 당뇨병제제와 함께 사용했을 때도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현재 최종 단계 임상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힐라 독도마뱀 특유의 Exendin-4 펩티드가 GLP-1 수용체에 결합해 GLP-1보다 더 강력하고 작용시간이 긴 인슐린 분비촉진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엑세나타이드(exenatide, 일라이 릴리)도 주목해야 할 약물이다.

자궁경부암 예방
 ▲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HPV vaccine, MSD)
 자궁경부암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의 여성이 고통받는 질병으로 이중 절반 정도가 사망에 이른다. 국내의 경우 자궁경부암 유병률은 10만명당 31명 정도이고, 사망률은 10만명당 6.8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의 70%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D가 개발중인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을 예방하는 것으로, 예방접종 후 4년간 실시된 추적 조사에서 94%의 여성이 HPV 감염으로부터 보호됐으며 전암단계로 발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GSK도 같은 백신을 개발 중이다.

수면제 장기복용 문제 해결
 ▲에스토라(Estorra, 세프라코)
 에스토라는 불면증치료제로, 시판이 허가될 경우 사노피-아벤티스의 암비엔(Ambien)과 경쟁상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제적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푸어스(S&P)가 선정한 `가장 주목되는 10대 신약`에 포함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부 나라에서 이미 시판중인 서방형 약물로 미국에서는 현재 신약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첫 처방시 약물량을 7~10일간 사용량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되는 등 기존 수면제의 장기복용 관련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강점이다. FDA 승인은 올해 말로 기대되며, MSD와 화이자 등도 경쟁약물을 개발중이다. 듀크의과대학교 연구팀의 임상시험에 따르면, 에스토라가 유의한 수면유도 효과는 물론 수면의 질에도 향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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