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쓸 것 없나" 천연물질 나라마다 발굴 경쟁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약물의 60%가량은 천연물에서 유래하거나 천연물 파생 화합물이다. 천연물에 대한 관심은 1990년 미국의 대체의학 열풍에서부터 시작해 1994년 식이보조제보건교육법(DSHEA)을 통해 생약이 식품보조제로 분류되면서 자연스럽게 천연물의약품으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200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Botanical Drugs Guidance" 발표는 이런 추세에 전환점 역할을 한다. 기존 천연물의 인체대상 효과와 구조적인 안전성이 2상 임상의 기준에 적합하다면 1상 임상없이 3상 임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신물질을 개발하지 않아도 기존 천연물 사용의 효능에 대한 증명만 있다면 신약으로 등록되는 소요기간이 짧아지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세계적인 천연물신약개발의 움직임으로 발전했고 한의학, 인도의 전통요법 등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이 서서히 입증되어 가면서 열기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서양에 비해 풍부한 천연물의약품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비교적 짧은 연구기간동안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한국의 천연물의약품연구는 전통적으로 천연물을 다뤄온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의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이 축척되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타개발도상국에 비해 전통지식과 유전자원이 풍부하지 않으며 선진국의 천연물신약연구기간에 비해 짧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2000년 이전부터 천연물연구 집중

 미국의 경우 2000년도에 "Botanical Drugs Guidance"를 제정, 육상식물들로부터의 천연물신약개발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것을 기점으로 천연물신약 연구에 대한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국립보건원(NIH)에 식물의약품으로 신약개발승인(IND) 신청이 232건, IND 신청 직전이 54건이라는 수에서도 드러난다(2006년 6월 현재).

 또 USPTO(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에 1976~2003년까지 28년 동안 1968건의 생약제품(herbal product) 특허등록 중 2001~2003년 사이의 특허가 1359건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미국은 1937년 미국국립암센터(NCI) 설립 후 육상식물에서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 1960~82년 사이 3390종의 식물에서 캄토테신(camptothecin), 토포테칸(topotecan), 이리노테칸(irinotecan) 등의 항암제를 개발했다. 주목에서 추출한 원료에서 개발된 탁솔(Taxol)은 이 시기의 대표 항암제다. 브라질산 뱀독의 성분에서 기초한 ACE 억제제(Captopril) 개발도 이 시기에 해당한다.

 1986~90년까지의 2단계 천연물신약개발 단계에서는 열대 및 아열대지역 25개국에서의 천연물에 대한 연구를 시행, 5만종 이상의 천연물과 1만종 이상의 해양천연물을 확보하는 등 해외의 천연물확보에 나섰다.


 2004년까지 등록된 신약 868종 중 209종(24.1%)이 천연물유래 반합성물질이라는 점은 미국의 천연물신약연구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천연물 산업화의 압도적 선두

 유럽
은 "천연물신약의 산업화"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살리신(salicin)으로 아스피린을 제품화 한 것을 비롯 한국 주산품인 은행잎의 징코-플라보노이드(ginkgo-flavonoid)를 혈액순환장애 치료제로, 엉겅퀴(silybum marianum)를 간장질환 치료제 실리마린(Silymarin)으로 제품화 한 성과는 연구와 산업화의 연계가 탄탄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독일은 이미 1976년 독일약품법(AMGⅡ)를 시행해 "천연의약품은 식물약품"이라는 개념 아래 합성의약품과 동등하게 간주해 오고 있고 1966년부터 정부 주도 하에 민간회사와 함께 천연물 성분과 유도체를 수집·확보하여 신약, 신농약 등으로 개발하는 "Natural Product Pool"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2004년 독일의 의약품연방연구원(BfArM)에 따르면 허가된 천연물의약품의 수는 2269개에 이른다. 또한 일반 개원의 중 70%가 천연물의약품을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활용에 있어서도 정착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50개 이상 신물질 확보

 1982년 중국이 10년 동안 전국의 중약자원을 조사한 결과 총 1만2807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식물자원은 1만1146종(동물 1581종, 광물 80종)으로 국내의 4000여종에 비해 압도적인 양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붓순나무 열매(Star anis) 추출물에서 개발한 타미플루(Tamiflu)는 중국 천연물신약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1985년부터 중의학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특히 중국약학분야의 현대화 프로젝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국 제약산업의 성장률이 17.7%로 경제성장률(8%)보다 높다는 점은 이를 반영해 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0년까지 전통약물의 산업화를 체계적으로 이루고 기술, 연구결과를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이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과학원 산하 상해약물연구소와 운남성 곤명식물원은 2003년 7월~2005년까지 3000종이 넘는 천연약용식물자원을 채집하고 이를 순도 90% 이상의 화합물 샘플로 추출하여 최대 규모의 중약 천연성분 화합물 샘플·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다는 목표 하에 "식물화학조"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개똥쑥(Artemisia annua)에서 추출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테미시닌(artemisinin), 천층탑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활성물질, 오미자의 스키잔드린(schizandrin)과 돌나물의 사르멘토신(sarmentosin)을 분리·추출한 간장질환 치료제 등 약 250개 이상의 신물질을 확보했다는 점은 중국의 저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미국의 천연약물위원회(Natural Product Association)의 품질평가 연구소가 중국 상해에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시장가치를 확인해주고 있다.

개원의 72% 내과 보조치료 사용

 일본은 전통요법의 비중이 적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72%의 개원의가 한방약을 내과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처방하고 있고 전체 천연물의약품 중 80%가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사용되고 있다.

b 게다가 일본 후생성의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과 일본한방의약품 제조산업협회의 자체규정 모두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1990년 의약품산업 진흥기금 설치, 1991년 Human Science 진흥재단 발족, 1992년 Pharma Dream 계획개시 등 천연물분야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토대로 미생물, 해양생물 및 열대식물로부터의 활성물질 분리 등에서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인도식물인 콜레우스 포스콜리(Coleus forskolii)의 포스콜린(forskolin)에서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 임상시험을 완료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