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사업 방향 부재 연구개발 걸림돌


10여년 남짓한 짧은 기간동안 천연물신약분야에서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거뒀지만 이 결과들이 천연물연구의 수준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품화, 산업화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연구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천연물신약연구의 문제점으로 정부의 사업방향설정과 지원방법이 지적된다. 2000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을 시행하고 천연물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적 보조는 없다는 것이다. 또 지속적인 지원의 부재는 연구에 어려움을 가져오고 나아가 연구의욕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장기간 연구 축적 뒷받침 있어야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한국천연물신약-한약제제개발센터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기관으로 출범했지만 1년만인 2004년에 재정난으로 폐쇄된 이 센터의 예처럼 지원정책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속성이 없는 투자와 지원은 단발적인 결과도출은 가능하지만 장기간 기술과 연구가 누적되야 하는 천연물연구에서는 제자리걸음밖에 될 수 없다는 것. 단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꾸준하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2001년 천연물신약 연구분야 개발비가 30억원으로 정부 전체 연구개발비 중 0.07%에 불과했던 것에서 현재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과 해양천연물신약사업단이 년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중국의 경우 상해약물연구소를 정부 직속기관으로 배정하고 주기적으로 설비, 건물의 업데이트는 물론 인력의 보충 및 양성까지 지원하고 있다.

국제 수준 안전·유효성 평가 필요

 천연물신약의 안전성·유효성 평가의 기준도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단일 성분인 화합물신약보다 다양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제약원료의 규격화, 약리·작용기전의 입증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성 자료의 요청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는 현재의 허가규정을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상위 기준으로 조정할 경우 대부분의 천연물신약 개발자들이 비용과 시간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서는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하지만 국제수준에 맞는 약효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 없이는 앞으로의 개발 및 제품화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는 얻기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천연물이 일반의약품에 비해 독성이나 부작용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임상적으로 부작용이 보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천연물 자체의 품질문제, 재배과정에서의 농약·중금속 등의 영향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관리에 있어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천연물의 산지, 기후, 채집시기, 재배, 건조 등 가공방법을 자연과 동일한 조건으로 조정해 품질의 안정화와 체계적 품질관리체계의 구축하려는 노력들을 시행하고 있다.

유전자원·전통지식 보호도 문제

 천연물신약연구에 있어서 대비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보호의 문제다.

이미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으로 자국의 천연자원보호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지적재산권의 문제는 아직 각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이 선진국에 의해 선·독점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전통문화, 지식 등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주장하고 있고 이를 위해 법적 구속력있는 국제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이 허용된다면 전통약물에 있어서 중국에게 열세에 있는 한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의 약제나 한약처방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전래됐기 때문이다. 현재 약물의 효능이나 처방에 기여한 비중에 따라 이득을 배분한다는 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대비책 수립도 시급하다.

최초개발자 보호 안돼

 식약청에 신약을 등록하는 자격도 개선해야할 점으로 지적됐다. 작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제약사, 수입상만 제약품목을 등록할 수 있다는 자격이 일반 사업자에게까지 확대됐지만 아직 개인에게는 해당되지 않고 있다.

대학에서 천연물신약연구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의 개인연구자가 직접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약사와 연구자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신약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평가도구 혹은 기관이 없기 때문에 연구와 제품화 사이에서 구조적인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최초개발자에 대한 보호가 없다는 점도 천연물신약연구의 투자가 낮은 이유로 지적됐다. 신약연구개발비의 회수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쉽게 시장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것이다. FDA의 경우 특허에 상관없이 최초로 등록한 개발자·기업에게 3~5년의 독점생산권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제2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의 우선 과제로 만성·난치성질환 치료용 천연물신약 개발 지원을 꼽으며 이를 위해 학계, 의료계, 산업계, 정부가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네트워크의 원활한 적용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우선되야 할 것이다.

 제2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의 종료가 2년여 남은 지금, 단기적인 결과에 따른 진행보다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단계적인 발전방향을 밟는 방향이 필요하다. 말그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도움말
 - 장일무 서울약대 교수·천연물과학
 - 이형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신약연구부장


자생식물 4000여 종
종자·추출물은행 구축
황금·해양 연구도 활발


국내 연구 현황

한국은 2000년 정부가 "천연물신약개발연구촉진법"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천연물신약개발 흐름에 동참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과학기술부의 21C 프론티어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이 발족해 실질적인 연구·개발에 나섰다.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사업기간은 2010년까지로 국내 자생식물 4000여종의 종자·추출물은행을 구축함과 동시에 난치성질환 치료, 예방용 식품의약개발, 고부가가치 천연신약소재 개발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어 제2차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의 목표와도 맞물려 있다.

 천연식물인 황금(Golden root)에서 추출·개발해 관절염 개선에 효과를 입증한 "유니베스틴케이"는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대표적인 성과다. 사업단이 1단계 연구기간(2000년 9월 16일~2003년 6월 30일)에 발표한 SCI 논문은 126건, 특허등록은 국내 6건, 국외 4건, 2단계(2003년 7월 1일~2006년 3월 31일)에는 SCI 논문 307건, 특허등록이 국내 98건, 국외 8건으로 천연물연구분야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양천연물신약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 해양천연물신약연구단은 국토해양부의 지원으로 2004년 10월~2013년 12월까지 10년의 사업기간을 가지고 대사성질환, 면역퇴행성질환, 감염성질환 치료제의 개발과 제품화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1단계(2004~2006년)까지 국외 SCI 논문 80건, 국내 19건을 발표했고 국외 특허등록은 4건, 국내는 28건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두 사업 모두 1단계를 핵심기반·기술 확립, 2단계를 기반기술을 활용하는 단계, 3단계는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화의 단계로 설정,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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