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상당수가 기본적인 내진설계조차 없이 지진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특성상 지진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대규모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며,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국민의 안전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보건복지가족위원회)이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종합병원 건축물의 내진설계 실태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전국 52개 종합병원은 내진설계조차 없었다.


이애주의원에 따르면 병동을 비롯해 각종 시설에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은 가톨릭대 강남성모, 성모자애, 성빈센트병원과 강동성심병원, 강릉 고려병원, 강릉 아산병원, 건양대병원, 경기도립 안산병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고신대 복음병원, 광주일곡병원, 금강아산병원, 대구가톨릭의료원, 대구파티마병원, 대우병원, 동산의료원, 동아대병원, 마산삼성병원, 부산보훈병원, 부산위생병원, 서귀포의료원, 서울병원, 서울보훈병원, 서울위생병원, 서울시 서울의료원, 성남중앙병원, 소화아동병원, 수영 한서병원, 순천향대병원, 여수성심병원, 여수전남병원, 영광종합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원광대병원, 원주의료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인천사랑병원, 전주병원, 제주대병원, 조선대병원, 진주제일병원, 청주의료원, 춘해병원, 충무병원, 충주의료원, 충남공주의료원, 하나병원, 한국병원(부분적용),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한성병원, 세종병원, 홍성의료원 등이다.


현재 복지부는 구체적인 관련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실제로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한 병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행 자연재해대책법 24조(내진설계기준의 설정)에 의하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진 등 재해가 우려되는 시설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 대해 관계법령 등에 내진설계기준을 정하고 그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련 법안에는 ‘의료법에 의한 종합병원, 병원 및 요양병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지난 2005년 1월 27일 법안 개정시 포함된 내용으로 지진 피해 예방과 빠른 복구를 위해 용도별 세부기준을 더욱 강화한 조치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난 3년 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매년 국내 지진발생 건수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소방방재청의 ‘지진발생 현황(2003~2008년 8월말 기준)’에 의하면 2003년 38회에서 2004년 42회, 2005년 37회, 2006년 50회, 2007년 42회, 올해 8월까지 27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중 진도 4.0 이상의 지진이 지난 5년간 7건이나 발생하는 등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진발생 지역도 영남과 호남권, 수도권, 강원권 등 전국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애주 의원은 “심신이 미약한 환자들이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에서 강한 지진발생을 겪는다면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의료기관의 자연재해 발생시 국민을 이송하고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관련 복지부의 안이한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이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이라는 최대 가치를 생각할 때 정부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애주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10월6일 예정인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