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로봇산업 고부가가치 황금어장

장비 구입에 의료진 교육까지 막대한 비용 소요
국산화 성공땐 비용절감 크고 아시아 우위 선점


국산 개발 진행 활발


 이번에 창립된 "대한의료로봇학회"는 산·학·연이 참여한 국내 최초의 의학회로 의료로봇 개발에 대한 각 계 전문가들의 소통의 장이 될 전망이다.

 카이스트 권동수 교수(기계공학과)는 "대한의료로봇학회는 엔지니어와 MD의 만남"이라며 "각자의 연구와 개발에 그치지말고 실제 임상에서 이용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데 학회가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료로봇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서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의료로봇은 한양대 차세대지능형수술로봇센터의 양방향 방사선 투시기 로봇시스템(BFRS), 국립암센터의 복강경 수술로봇(LapaRobot), KAIST의 미세수술용 원격로봇시스템과 NOTES(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 자연 개구부 내시경수술), 고관절 전치환 수술로봇(Arthrobot), 복강경 수술 보조로봇 등이 있다.

 촉각까지 느껴지는 햅틱 장치를 도입한 수술로봇도 개발 중으로 이는 현재 다빈치가 구현하지 못한 "느낄 수 있는 수술"까지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또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기구나 로봇이 점차 작아져 로봇을 혈관 내로 주입해 항로를 결정하고 치료를 하는 단계도 그리 멀지 않았다.

 특히 연세의대 이우정 교수(외과)와 카이스트가 개발 중인 한국형 다빈치는 빠르면 2년 내 완료될 예정이다. 다행히도 래보(ReeBo)라는 국내업체가 수술용 로봇개발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착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 대학교수는 "삼성이나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의료로봇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소위 "간을 보는" 수준"이라며 "막대한 투자비용, 의료사고 발생시 기업이미지 등을 고려해 참여를 고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개발자" 의사영역 확대

 이 교수는 국산 다빈치가 개발되면 수입되는 다빈치의 4분의 1~5분의 1 수준 가격에 공급할 예정이다. 5억 정도에 보급된다고만 해도 일반 개원가에서도 충분히 도입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원가에서 다빈치를 이용해 간단한 수술을 하는 날도 그려볼 수 있다.

 국내에 CT가 도입된 것이 1980년대 초이나 불과 20여년 사이에 CT 없는 병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개원가에서도 흔한 의료기기가 됐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국립암센터 조영호(의공학연구과) 박사는 "경제적 부담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로봇수술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면서 "향후 기술 개발의 진전과 경쟁업체의 출현 등으로 로봇수술의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면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인 큐렉소가 미국에서 이미 상용화한 고관절치환 수술로봇인 "로보닥(ROBODOC)"을 인수해 새롭게 제품 출시를 준비중이다.

또 로보닥을 이용한 로봇인공관절수술을 국내서 처음 시도, 2002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3000례라는 경이적인 수술건수를 기록한 이춘택병원 이춘택 원장은 부품의 국산화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 업그레이드된 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로보닥의 경우 대학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에서 도입한다는 점과 수술 전체를 로봇이 하는 것이 아닌 뼈를 깍는 부분만 담당한다는 이유로 비급여가 아닌 기존 인공관절수술과 동일한 급여 수술로 인정됐다. 환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병원이 장비값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로보닥의 가격은 17억원, 여기에 3차원 영상을 구현하는 멀티 CT까지 도입하면 10억원이 추가된다. 또 소모품인 커터까지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부품의 국산화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 이춘택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뼈를 자르는 커터의 크기를 줄이고 최소침습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환자의 절개 길이를 기존 17~20cm에서 7~10cm로 줄였다.

이같은 성과는 지난 3월 열린 아시아 컴퓨터보조수술학회(ACCAOS)에서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춘택병원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없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로봇관절연구소"를 만들고 본격적인 국산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최초의 일반 병원내 로봇연구소로 현재 로봇 관절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임상의사만해도 15명에 이른다.

개발해도 뛰어드는 기업 없어

 한양의대 김영수 교수는 지난 2002년부터 6년 동안 보건복지가족부 지원을 받아 "양방향 방사선 투시기 로봇시스템(BFRS, Biplane Fluoroscopy Robot System)"이라는 영상 유도 수술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상시험과 상품화 과정만을 남겨두고 기술 이전 희망 기업을 찾지 못해 개발된 로봇이 사장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김영수 교수는 "의료용 로봇의 특성상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많은 기업들의 외면을 받았다"며 "현재 제품 상용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의료기기 전문기업이 나타나 협상을 진행 중이나 향후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국산 의료로봇 개발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척추수술 시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5%까지 척추경 나사못이 잘못 들어가서 재수술 및 신경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BFRS는 사전에 입력된 환자의 CT 및 MRI 영상을 토대로 척추 수술시 척추를 고정하는 나사못을 정확하게 뼈에 삽입할 수 있도록 위치를 지정해주고 정확한 위치에 고정이 됐는지 감시도 한다.

 또 로봇팔에 어떤 수술도구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수술분야를 확대할 수 있는 수술 로봇 시스템으로 척추수술이나 신경외과 뇌수술,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의 수술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BFRS는 2006년 과학기술부의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의료계가 일군 로봇 분야의 쾌거임에도 정작 의료계의 스포트라이트는 못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유는 상용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열린 대한의료로봇학회 창립총회에 참석한 순천향대병원 신경외과 모 교수는 "국내 의료진이 이런 획기적인 수술로봇을 개발했는지 학회에 참석해서야 알았다"며 "신경외과 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수술에 이용할 수 있는 로봇인데 상용화 단계가 미뤄지고 있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뭉쳐 기술 쌓아야

 국내 의료계에서 로봇수술의 대명사 격으로 불리는 대표 수술로봇은 "다빈치"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 도입할 당시 25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10회 사용시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소멸되는 일종의 소모품인 로봇팔의 비용만도 500만원에 달해 외면당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으나 도입 1년이 안되는 시점에 손익분기점을 넘는 성과를 이뤄냈다.

수술비용은 비급여로 환자부담이 1000만원~1500만원에 달했으나 고급의료에 대한 요구도 증가와 다빈치의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고가라는 비용의 단점을 극복한 것.

 세브란스병원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영동세브란스병원도 업그레이드된 신형 다빈치(da Vinci-S)를 도입했으며 고대안암병원, 서울아산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부산 동아대병원 등 10여 개 대형병원에서 다빈치를 도입했다.

 다빈치시스템은 미국 인투이티브 사가 독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700대 이상 판매, 아시아권에는 30여대가 보급됐다. 다빈치 18대를 도입한 한국은 아시아 최대 보급 국가다.

 다빈치를 도입한다고 누구나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인 아니다.

의사와 어시스트 간호사가 팀을 이뤄 미국 본사에 직접 가서 연수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으며 심도있는 교육을 받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의료진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고 다빈치를 도입한 병원들 간의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도 하에 구형 다빈치를 이용해 "연세다빈치 트레이닝센터"를 개소했으나 정작 국내 의료기관의 반응은 냉담했다.

 세브란스병원보다 축적된 경험이 많은 해외 병원에서 연수를 하겠다는 것이 국내 의료기관들의 이유지만 그 내막은 병원 간의 자존심을 내세워 세브란스병원에서 연수를 꺼린다는 것.

현재 "연세다빈치 트레이닝센터"는 의사 대상이 아닌 간호사 연수기관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으며 다빈치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아시아권 의료진들의 연수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우정 교수는 "현재는 한정된 기능만을 하고 있지만 3개월 이내 공간을 확장해 동물실험까지 가능한 완벽한 트레이닝센터로 거듭날 것"이라며 "국내 의사들을 시작으로 아시아권 의사들이 국내에서 로봇수술 연수를 받게되면 우리나라가 아시아를 리드할 수 있는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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