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저용량 장기간 사용 유익성 연구 필요

 

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노화의 한 과정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한 여성의 숙명이다. 일반적으로 폐경의 연령은 48~52세이며 한국여성의 폐경 연령은 49.7±3.8세로 50세 전후이다. 현재 50세 이상의 폐경여성 인구는 총 여성의 22.3%를 차지하며 2030년에는 약 43.3%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현재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81.8세로 여성은 일생의 3분의 1이 넘는 30여년 동안을 폐경 후에 보내게 되는 것이다. 통계청은 한국의 노령화지수가 2005년에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2020년 선진국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선진국의 2.5배 수준에 달해 세계에서 노령화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지금, 폐경 인구에 대한 의학적 접근과 이들의 건강관리는 의료계가 대처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폐경 초기 치료 시작땐 이점 더 커

 호르몬요법은 1990년대 초부터 폐경증상 완화, 골다공증 및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그러나 2002년 7월 미국에서 발표된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결과는 호르몬요법에 대한 과거 수십 년간의 인식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이후 후속연구 및 호르몬요법 관련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결과에 대한 해석과 호르몬요법의 득과 실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폐경 여성에서 호르몬요법 시 발생하는 위험성과 유익성을 평가하기 위한 "WHI" 연구는 유방암과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기종결됐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겐 복합투여군은 심근경색증의 빈도는 29% 증가, 뇌졸중 41%, 유방암 26%의 증가를 보였으며 대장암과 고관절골절은 각각 17%, 34%의 감소를 보여 위험성이 골절과 직장대장암 감소의 유익성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보고된 "WHIMS(WHI Memory study)"에서도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겐 복합요법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경증인지장애(MCI)를 예방하지 못하며 치매는 2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WHIMS"는 65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로 이후 65세 이상의 고령여성에서는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호르몬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권고되지 않는다.

 그러나 "WHI" 연구를 대상군의 나이와 폐경기간에 따라 분석해보면 복합요법군에서는 폐경 후 20년 이상 고연령에서만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성이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초기 폐경여성에서는 위약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추적연구에서 에스트로겐 단독 투여군에서는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가 50~59세에서 0.56으로 유의성은 없으나 감소를 보였으며 60~69세에서는 0.92, 70~79세에서는 1.04로 나이의 증가에 따라 그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JAMA 2004;291).

 유방암에 대해서도 복합요법군의 상대적 위험성은 24%로 유의한 증가가 있었으나 에스트로겐 단독 투여군에서는 평균 7년간의 사용 후에도 유방암의 위험성은 유의하지 않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폐경 이후 호르몬요법을 빨리 시작한 여성은 나중에 시작한 여성과 비교해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는 호르몬 사용의 시작 시점에 대한 중요성을 시사한다(JAMA 2007;297).

 즉 초기 폐경여성에서는 유익한 효과를 보이나 폐경 수년 후 호르몬요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유익성은 소실되고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대한폐경학회는 60세 이하 폐경여성에게 적절한 일차치료제로 호르몬요법을 권장하고 있다.

 호르몬요법 시 유방암의 위험이 증가하며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에 비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겐 복합요법이 유의한 증가를 보인다고 알려졌으나 이런 증가는 지금까지 밝혀진 유방암의 위험성인 가족력, 폐경 후 비만, 알코올 섭취 등을 상회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천연 프로게스토겐을 사용해 유방암의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일련의 연구들은 호르몬의 종류, 용량, 투여경로를 적절히 선택해 유방암의 위험성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Climacteric 2002;5, Int J Cancer 2005;114).

혈관운동 증상엔 에스트로겐 일차 선택

 "WHI" 발표 이후 호르몬 치료는 폐경 관련 증상을 조절할 목적으로 최소한의 기간동안만 사용하도록 하며 가능한 저용량의 호르몬 치료를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표준용량보다 더 적은 양의 에스트로겐을 사용해 용량에 따른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순응도를 높여 효과적으로 치료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저용량 호르몬요법이더라도 기존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인 자궁내막증식증, 질출혈, 유방통 등을 피할 수는 없다.

호르몬요법의 금기증으로는 현재 유방암 또는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됐거나 의심되는 경우, 진단되지 않은 질 출혈이 있는 경우, 활동성 혈전색전증, 활동성 간질환 또는 담낭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와 이들 질환의 기왕력이 있는 경우다.

 최근에는 안면홍조와 같은 혈관운동성 증상에 대한 치료로 다양한 천연 약초의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식물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을 다량 함유한 대두, 적클로버와 북미와 유럽에서 부인과 질환에 오랫동안 사용됐던 승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에스트로겐과 비교한 유익 혹은 유해성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엔 연구결과가 부족한 상태로 폐경기 혈관운동 증상의 조절에는 에스트로겐 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골밀도 변화·골절 예방은 장기연구 필요

 호르몬요법의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효과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으며 "WHI"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5.6년 동안 복합호르몬요법을 이용한 폐경여성에서 고관절, 척추 및 전체 골절이 24~35%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6.8년 동안의 에스트로겐 요법 시에도 30~39% 감소했다.

 그러나 현재 많이 이용되고 있는 저용량 호르몬 치료는 최대 연구기간이 3년에 불과한 단기간의 연구들만이 진행돼 저용량 호르몬 치료 시 나타나는 장기간의 효과나 안정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특히 골밀도의 변화는 관찰할 수 있었으나 골절에 대한 효과는 알 수 없는 상황.

 조기페경이나 60세 이하 폐경여성에서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호르몬요법을 일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60세 이상 폐경여성에서는 오직 골다공증만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으며 적절한 골다공증 치료제와 비교해 고려해야한다.

북미폐경학회에서는 비스포스포네이트를 폐경 후 여성의 골다골증 치료 시 일차치료제로 정하고 있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1년 이상 사용한 경우 척추골절을 40~50%가량 줄이고 비척추골절은 20~40%가량 예방한다.

또 일일 1000~1500㎎의 칼슘과 400~800IU의 비타민 D 섭취도 권장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여성종합진료센터 공동기획


황정혜 한양의대 산부인과 교수


5년 이상 투여 말아야
위험성 발견땐 즉시 중단


 "호르몬요법은 폐경여성의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나 장기복용 시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있고 당뇨병이 있는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다른 위험성이 있다면 즉시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

 황정혜 교수(여성종합진료센터 폐경·골다공증 클리닉)는 유방암이나 혈관질환의 위험성 때문에 5년 이상 호르몬요법을 지속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호르몬요법 이후에도 비스포스네이트 등을 이용한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는 지속해야 할 것을 조언했다.

 호르몬요법은 복용을 끊을 경우 일부 환자에서 안면홍조 등의 혈관증상이 재발해 치료중단에 어려움을 준다. 이는 초저용량 호르몬요법도 마찬가지. 그러나 호르몬요법 중단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지침은 아직 없다.

황 교수는 "갑자기 복용을 중지하는 방법과 서서히 용량을 줄이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환자의 증상을 관찰하면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무엇보다도 폐경여성을 대하는 의사들은 환자의 상실감 등을 고려해 충분한 상담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며 환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