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분 금연치료재원 활용을
잎담배 경작농가 생계대책·대체지방세원 마련해야

서 홍 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
본지 객원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질병은 `흡연`이다. 흡연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질병과 사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교정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인자이다.
우리가 고혈압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체중조절, 식이요법, 운동 등의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약물을 투여하듯이 흡연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이 있다.

우리나라 4천7백만명 중 무려 천만명에 달하는 흡연자들은 결국 금연 실패자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흡연자들은 금연을 생각하면서도 혼자 끊다가 실패하고, 자존심에 금이 간 경험이 있다. 아내나 아이들 또는 직장 동료들에게 담배 끊는다고 큰소리 치다가 실패한 뒤 스스로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의지가 약한 것일까? 물론 개인별로 의지가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금연에서 큰 고통을 받으면서 무자비하게 실패하는 흡연자의 상당수는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니코틴 중독이 심하기 때문이다.

사실 니코틴 중독이 심한 사람은 한 시간을 버티기 힘들다. 이들은 매 시간 니코틴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 한 시간만 넘어가도 안절부절 못하고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와서 담배에 불을 붙여야 한다.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다가도 중간에 나와서 한 대를 빨지 않으면 영화의 뒷부분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이 정도로 중독이 심한 사람을 아무 대책없이 그냥 끊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고문일 뿐이다. 마치 배고픈 사람에게 극기 훈련시킨다고 굶기다가 냉장고에서 음식을 훔쳐 먹으면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혼내는 꼴이다.

흡연자들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들의 60~70%는 담배를 끊고싶어 하지만, 담배처럼 끊기 어려운 것도 없다. 왜 이렇게 담배를 끊기 어려울까?
첫째는 담배 연기 속에 들어있는 니코틴에 중독되어있기 때문이다. 니코틴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은 니코틴이 공급되지 않으면 금단증상을 나타내서 다시 니코틴을 찾게 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첫 담배를 피는 사람이나, 금연장소에서도 담배를 참기 힘들거나, 하루에 1갑 이상 피는 사람은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서 담배를 끊으면 금단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둘째는 흡연이 특정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실 때, 화투를 칠 때, 바둑을 둘 때, 식사 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운전을 할 때, 커피를 마실 때 등 특정한 때에는 으레 흡연을 하려는 습성이 있다. 금연을 할 경우에도 흡연을 하던 버릇이 되어 있는 똑같은 상황이 오면 강렬한 흡연 유혹이 그 사람을 휘감게 된다. 담배에 심리적으로 의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한 약물이 개발되었다. 금연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약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담배를 끊다가 실패할 뿐 효과적인 약물의 사용에 대해 모르고 있으니 답답하다.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하면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피부에 붙이는 패치가 두 종류 시판되고 있으며, 구강 점막으로 흡수되는 니코틴 껌 한 종류가 시판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부프로피온`이라는 약물이 있는데 이 약물은 원래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니코틴이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자극하여 담배를 피지 않아도 담배를 핀 것 같은 안락한 느낌을 주어 금연을 돕는다. 마치 배 불리 먹은 사람이 먹을 것을 찾지 않듯이 미리 니코틴과 유사한 느낌을 줌으로써 담배를 찾지 않게 되고, 혹시 피더라도 담배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약으로 끊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로 인해 사망하지 않으려면 니코틴 중독에서 헤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에 있어서 올해 두 가지 일이 생긴다. 한가지는 담뱃값이 500원 인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올해부터 전국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선보인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 흡연자들은 대체로 금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정부 재원을 흡연자의 호주머니 돈으로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과 함께 "흡연자만 봉인가"라는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데 담배세를 인상하는 것만큼 한가지 방법으로 확실한 효과를 보는 것은 없을 정도로 이 방법은 효과가 높다. 다만, 문제는 담배세 인상으로 얻어진 세금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이다.

흡연자들에게서 거둔 세금이 교육세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쓰이는 것은 흡연자 입장에서나 비흡연자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담배 한 갑당 건강증진부담금 150원씩을 거둬 국민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메우는데 충당해 왔지만 이제는 담뱃값 인상분 전액을 흡연자를 위해 써야 한다. 우선 흡연자들이 원할 때 금연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금연보조제를 공급해야 한다.

또한 암을 비롯한 흡연 관련질병의 조기진단과 예방을 위해 흡연자의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해주고, 흡연자가 폐암이나 뇌졸중과 같은 흡연관련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를 지원해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바로 보건소에서의 무료 금연진료이다. 지난해 이를 위한 시범사업이 실시되었고 아직 처음이라 몇 가지 개선할 점은 있지만, 지역주민들로부터 놀라운 호응을 얻었다. 전국 보건소에서는 금연에 대해 교육을 받은 금연상담사가 금연상담을 무료로 실시하고, 이들에게 필요한대로 니코틴 대체제와 `부프로피온`을 공급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만약에 시판하는 식품에 극소량의 발암물질이라도 발견된다면 국민들은 기겁을 할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전체 암사망의 30%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시판하고 있다면 당장 그 판매업체 문을 닫으라고 연일 신문의 1면을 장식할 것이다.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으며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독성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담배가 버젓이 팔리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이대로 좌시하고만 있을 것인가?

담배는 일반공산품과 달리 인체에 명백한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식품의약청의 규제를 받아야 하며 빠른 시간내에 흡연율을 떨어뜨려 흡연자를 최소화한 뒤, 궁극적으로는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미리 미리 잎담배 경작농가의 생계대책도 마련해야 하고, 지방세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대체 세원을 마련하는 등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견지에서 상충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