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량 제한 없어 "적게 먹어야" 인식 뒤집어

 최근 "NEJM 2008;359:229-241"에 다이어트와 관련한 중요한 연구가 발표됐다. 대표적 다이어트 방식의 체중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 것으로, 비만치료 식사요법에 새로운 전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은 "황제식 살빼기로 알려진 저탄수화물·고단백 다이어트가 기존의 전통적인 저지방·저열량 다이어트를 대체할 수 있느냐"였으며, 연구팀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2년이라는 장기간 체중감량 및 유지효과와 함께 지질·혈당수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지방 다이어트

 의학계에서 비만치료의 식사요법 전략은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고 소모량은 늘려 체지방의 축적을 막는다는 것이 대전제였다. 특히 식사조절을 통한 열량섭취의 제한이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돼 왔다. 저열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부분 저지방식이 사용됐다.

 이는 미국심장협회(AHA)가 내세우는 저지방·저열량 다이어트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의 비만치료 가이드라인도 특정한 다이어트 방식을 권고하지는 않지만, 식사요법은 열랑제한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중해식 다이어트

 지중해식 다이어트 역시 저열량 식이를 통한 체중감량을 목표로 한다. 다만, 지방조절 시 무조건적인 섭취량의 감소보다는 어유(魚油)·올리브유·견과류 등 심혈관계에 도움이 되는 지중해식 특유의 식습관을 통해 식물성이나 불포화지방산 등은 늘리고 포화지방산이나 경화지방 등을 피하는 방식이다.

 2006년 개정된 AHA의 저지방·저열량 다이어트 가이드라인 역시 1일 총 칼로리 중 포화지방량을 과거 10%에서 7%로 하향조정하고 트랜스지방은 1% 이하로 권고하는 반면, 오메가-3 지방산 등을 함유한 기름진 생선(oily fish)을 최소 주2회로 권장하고 있다.

다이어트의 패턴 자체가 섭취열량을 줄이면서도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저탄수화물·고단백 다이어트

 저지방식과 지중해식은 모두 총 섭취열량 제한을 통해 체중을 조절한다.  

그런데 탄수화물 섭취량 만 줄이면 다른 영양분은 많이 먹어도 된다는, 즉 열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혁신적인 다이어트 방식이 등장했다. 섭취열량을 줄이고 소비열량을 늘려 체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지방을 태운다는 체중감량 식사요법의 근간을 뒤집는 방식이다.

 황제식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제한할 경우 체내 대사과정에서 에너지 생산을 위한 연료로 포도당 대신 지방을 태우는 기전이다. 하지만, 케톤증(ketosis)을 유발해 신부전이나 지질이상 등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우려로 인해 학계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최근 발표된 일련의 연구들이 황제식 다이어트의 긍정적 측면들을 연이어 끄집어 내면서 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평균 섭취열량이 더 높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체중감량 결과가 열량을 제한하는 저지방식 다이어트와 비교해 더 좋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려했던 대사적 측면에서도 우수한 결과가 나오면서 학계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비만치료의 식사요법 전략을 놓고 학계의 고민이 시작됐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


"한국 식문화 맞게 응용을"

서구식 가공식품 불량 탄수화물 섭취가 문제
의사 처방 따른 개인별 식사요법 따라야

 
학계가 이번 연구성과를 인정하고 가이드라인에 반영한다면, 비만치료 식사요법 전략에 다소간의 수정을 전망해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비만인들의 살빼기 전쟁이 아직은 비의료 영역에서 상당히 왜곡된 형태로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작용도 상당하다. 이번 연구성과가 의학적 평가에 근거하지 않은 채 민간에 선전용으로 오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가정의학과,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로부터 비만치료 식사요법의 의학적 접근방식에 대해 들어 봤다.

 - NEJM 논문을 놓고 혼선이 있을 것 같은데?

 대한비만학회는 아직 저탄수화물식을 공식적으로 권고하지는 않고 있다. 저지방·저열량 식사요법이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적으로는 저지방 식이에 더해 탄수화물 섭취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단백질은 늘리는 전략도 추가적인 효능·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65%에 해당) 한국인에게 이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겠나? 덜 먹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제한할 수는 없다고 본다.

 - 우리나라 식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가?

 한국인은 곡류를 통해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한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탄수화물을 취하는 유리한 방식이다. 다만 밥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살이찌니 곡류를 먹되 양을 조절하자는 것이고, 더 많이 줄여야 할 것은 가공식품으로 인한 단순당(설탕, 시럽, 과자, 청량음료) 형태의 탄수화물이다.

 고유의 식습관으로 적정체중을 유지하던 후진국이나 개도국들이 서구화된 식습관의 변화로 비만과 질병의 만연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 룰이 명확히 들어맞지 않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미국의 한 비교문화학자는 한국인들이 급격한 서구화에도 불구하고 전통 식문화를 고수했기 때문에 비만의 만연을 그나마 덜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필요한 식사요법 전략은 무엇인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원칙은 우리 식문화의 골격을 유지한 채 적용이 가능하다. 서구화에 따른 가공식품의 단순당 섭취가 느는 것이 문제다.

저지방·저열량 전략을 유지하고 저탄수화물 식이를 선택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급격한 비만증가는 단순당 섭취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를 제한해야 한다.

 - 결국, 식사요법 역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춤형 식사요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만치료를 의사가 해야 한다. 근육량이 적은 것이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지방 식사에 탄수화물만 먹고 단백질이 부족해 살찌는 경우도 있다. 밥에 물을 말아 김치만 먹는 시골 할머니들 중 비만이 많은 것이 이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일률적인 저지방 다이어트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한국인의 경우 비만의 원인에 개인차가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비만의 원인과 환자의 상태·합병질환 등이 모두 다를 수 있다. 식습관·영양소 섭취량·비만도·체력수준·합병증·체격 등을 종합해 맞춤형 처방을 해야 한다.


강 교수가 전하는 비만환자 식사요법 때 반드시 고려할 점

열량·영양소 균형 맞춰 처방을

 첫째, 처방할 섭취열량을 결정해야 한다. 환자의 연령·성별·체격·체력수준·체성분·식습관·비만도·합병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처방해야 한다. 둘째, 영양소의 균형이 중요하다. 최근의 식사요법 동향은 열량제한과 함께 3대 영양소 비율을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 핫이슈다. 저지방·저열량 전략과 더불어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 비중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은 단순당을 줄이고 복합당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때 식이섬유의 상대적 비중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또한, 당지수와 관련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탄수화물을 택해야 한다.
 단백질은 지방이 덜 함유된 (단백질)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고단백이라도 지방 함유량이 많으면, 지방량과 총 칼로리가 증가한다.
 지방은 포화지방·트랜스지방 등은 줄이고 불포화지방 등은 늘린다. 생선기름 등 아무리 몸에 좋은 지방이라 해도 많이 먹으면 열량이 증가하니 적정량을 섭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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