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건보 약제비 감사결과 약가인하 압박 더 세질듯


"정부 정책따라 받은 약가 일방적으로 부당이득 매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나."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받아본 국내 제약회사들의 탄식이다.

 감사원은 2007년 2개월간 자료조사와 현장확인감사를 통해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 실태에 대한 특정 과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약품 유통이 투명하지 않아 리베이트 수수 등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유통비용 증가 등으로 의약품 시장 왜곡이 심각하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이 복지부에 권고 및 통보한 주요 내용은 한마디로 국내 제약회사들의 모든 약가에 대한 재검토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약가인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요지에서 크게 5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특허만료 및 제네릭의약품은 이미 독점적 권리 또는 높은 약가로 보상됐음에도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높은 약가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

▲신약 약가 산정업무를 이원화하면서 업무조정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아 기관간 업무 중복이나 일관성이 없는 점

▲당초 약가 결정 이후 약가변동 등을 반영할 목적으로 재평가 제도를 운영하면서 약가 결정방식과 다른 기준을 적용, 재평가에 따른 약가 인하효과가 미흡하다는 점 등이다.

 또 ▲국내 개발신약의 약가 산정 시 원가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지않아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못하고 일부 신약의 경우 부당한 원가가 포함되어 약가가 결정된 점

▲양도·양수 및 원료직접생산 의약품의 약가를 결정하면서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일부 약제의 기준을 임의로 적용 원료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데도 원료직접생산의약품으로 인정 약가를 과다 책정·지출한 점 등이다.

 이에 대한 국내 제약회사들의 반응은 왜 국내제약회사만 약가 인하의 집중 대상이 되는가, 그럼 국내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이다.

 일부에서는 더이상 보험의약품으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운 만큼 해외 수출이나 비보험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더 경쟁력을 갖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협회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그동안 정부의 강도 높은 약제비 절감정책으로 휘청거리는 제약업계에 사실상 결정타를 날리도록 주문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충격을 감출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제약협회는 제약기업의 생존과 생명산업의 미래와는 아무 상관없이 약값을 인하할수록 국민과 보험재정에 이익이 된다는 위험천만한 단순논리에 경악한다며, 정부가 이번 감사원의 처분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는 참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협회는 외국기업의 신약 가격은 온전히 타당하고 국내기업 신약은 잘못됐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역차별 감사 잣대라며, 신약개발 유인정책도 없이 책정된 국내 신약의 약가 산정에 문제기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지적된 국내 신약인 부광약품의 레보비르와 유한양행의 레바넥스는 결국 가격 인하라는 주의와 통보를 받았다.

 감사원은 레보비르 30mg의 경우 원가 계산 결과 캡슐 당 12,032원이 아니라 7,158원이 타당하며, 10mg은 5,231원이 아니라 2,578원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레바넥스 200mg의 경우 현행 1,036원이 아니라 693원으로 원가 계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해당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 자국 개발 신약에 대한 보호를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업체가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처럼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신약 약가 산정이라는 제도와 법 절차에 맞게 약가를 신청하고 약가 결정 기관의 통보에 따라 약가를 받았음에도 업체가 마치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처럼 한 것은 제도와 법이 잘 못 된 부분은 제쳐두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목적에 맞춰 업체를 결국 죽이는 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부광약품은 아직 복지부로부터 공식적인 약가인하나 관련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며, 향후 부당한 행정 처분을 받을 경우 법적인 절차 즉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고사 작전 아니냐, 새로운 정부가 친 기업정책을 펼친다고 했으나 제약산업은 예외인것 같다며 결국 친 기업정책은 다국적제약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감사원 지적에서는 제도적 문제 즉 약제비적정화방안 실시 이후 약가평가와 가격협상이 심평원과 공단으로 이원화된 점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결국 제도와 고시 등 법·제도상의 문제점이 있음에도 결국 책임은 제약업체에 떠 넘기는 처사는 도저히 납득도 안되고 화가 나는 상황이라며, 제도·절차를 불분명하게 방치한 공무원들에게는 왜 책임을 묻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제약협회는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해 감사원 요구사항대로 모든 것이 받아들여진다면 국내 제약산업은 다국적기업에 시장을 넘겨주고 우리 국민들은 수입의약품에 의존하게될 것이라며, 정부가 감사원 처분요구를 신중히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사항을 따를 경우 국내 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반문했다.

 잘못된 제도와 절차를 발빠르게 바로잡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더이상 국내 제약업체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약가를 받고도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매도되는 악순환을 근절해야 한다는 업계의 성난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크게 열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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