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병·의원 함께 주민 건강 지킴이로


소외계층 물론 지역주민 서비스 향상 위해…협약 체결 잇따라


 보건소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우려섞인 목소리도 낳고 있다.
 환자를 보건소로 빼앗기게 만드는 요인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개원가를 옥죄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다보니 선심성정책이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보건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의 의료서비스가 필수적인 부분이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지역내 1차 의료기관과 보건소가 경쟁하는 것을 막고, 갈등을 해소할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병·의원과의 상생을 꾀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힘쓰는 보건소의 움직임도 늘고 있다.

"진료위한 진료" 아닌 포괄적 접근
중증 진료는 의료기관 연계 필요


 보건소에서 지역주민들의 기초적인 건강상식 증대를 위한 강좌 가운데, 인근 병·의원의 진료과별·질환별 전문의를 연자로 내세우는 형태가 많다.

보건소는 병·의원을 찾는 환자까지 폭넓은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병·의원도 보다 많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win-win 시스템이라는 것.

 성남시 분당구보건소는 ADHD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지난달 "학교현장에서의 ADHD, 산만한 아이 교실에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분당서울대병원, 백상정신과의원과 ADHD에 대한 강의와 선별 검사를 진행했다.

서울시 중랑구보건소도 아토피 질환 환아를 위해서 최근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를 초청,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좌를 가졌다.

 또한 중랑구 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는 의원에 내원하는 환자에게 아토피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1대 1 맞춤형 개별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금연, 절주 등 진료가 필수적이진 않더라도 관리가 필수인 영역에 대해서도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안산시 상록수보건소는 금연, 절주 권고사업을 신청한 안산중앙병원, 세화병원, 동안산병원, 양세의원, 김성봉내과 등과 협약을 체결, 고혈압, 당뇨, 간기능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 대해 권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중앙병원 임호영 원장은 "전국보다 높은 안산시의 흡연율과 음주율을 줄이는데 보건 의료인들이 당연히 앞장서서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 연수구보건소는 지난달 예향정신과의원이 위탁·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개소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주민들을 상대로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울산시는 지역 내 만성질환자를 낮추기 위해 고혈압당뇨병관리사업지원단을 구성, 이를 위해 병·의원 민간협력체계 구축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하는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의원 등에 대해서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교육 및 장비지원, 다양한 정보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울산시의사회 임원진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가졌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소개했다.

 또한 시설과 장비 투자가 보건소보다 잘 되어 있는 병·의원의 장점을 살린 건강관리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과천시보건소는 정선문내과, 한림대성심병원, 샘안양병원, 고유가정의학과의원 등과 협약을 통해 한국인에게 자주 발병하는 2가지 암에 대한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김귀순 건강증진팀장은 "일반 시민들을 위한 암검진 사업은 처음이었지만, 계속적으로 검진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초음파 검사 등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지정 병원을 통해 2차 검진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을 지원받아 2000명이 넘는 지역 주민의 암 검진을 책임지고,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치료까지 담당할 수 있게 되면서 해당 병·의원도 "1석 2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밖에 동작구보건소는 중앙대병원과 연계해 아토피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노원구보건소는 실시간으로 인근 상계백병원으로 각종 검사영상데이터가 전송되면, 30분 이내에 해당 전문의가 결과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일반 국민은 물론, 소외계층에까지 한 차원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보건소의 병·의원과의 협약은 필수. 서울시 중구보건소는 외국인 환자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내과 계통은 보건소에서, 안과 등 보건소에 개설되지 않은 진료과목은 보건소 지정의원에서 치료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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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환자는 서울백병원이나 제일병원, 국립의료원으로 후송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광주시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의료지원을 실시하면서, 보건소 진료 외 2차 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에 대해 브릿지 의료인회 29개 병·의원 및 광주시의사회와 연계해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학별로 외국인유학생 의료지원 협정 대상 의료기관을 연결해 주고, 상호간 의료지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외국인 유학생이 현지로 돌아가도 광주와 진료받은 병원의 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전시 중구보건소는 5월부터 만성질환 합병증으로 시력이 약화되어 불편을 겪는 불우노인의 시력회복에 나서면서, 이안과병원, 눈사랑 성모안과의원, 서대전 우리안과의원, 제일안과의원, 중부우리안과의원, 황안과의원 등과 함께 협력해 검사를 실시했다.

 인구가 적거나 수익이 나지 않아 병·의원이 부족한 의료 소외지역에서는 보건소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전라남도는 농촌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해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모두 떠나고 없는 농어촌지역의 임산부들을 위해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키로 했다.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6곳과 분만시설이 없는 4곳 등 총 10개 지역에서 의료장비를 갖춘 대형버스를 이용해 매달 순회 진료에 나서고 있다.

 보건소 의료서비스의 진화를 두고 위기의식을 느낀 일부 병·의원은 시설, 투자를 앞세워 보건소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제시하곤 한다. 그러나 보건소는 "진료를 위한 진료"가 아닌 포괄적인 건강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민에게 한 차원 가까워진 보건소로 발돋움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건강관리를 넘어선 중증 질환이나 특화 진료는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계와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료계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 의료의 한 영역에서 움직이는 보건소의 고객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건소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서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개선 정책만 이끌어 내지 말고, 지역 병·의원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갖춘다면 의료계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본래의 취지인 "폭넓은 건강관리 사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안산시 상록수보건소는 금연,
절주 권고사업을 신청한
지역 병원들과 협약을 체결했다.









보건소는
포괄적인 건강관리 차원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민에게 한 차원 더 다가서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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