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의 종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면 누구나 한 번쯤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무심히 스쳐갔던 자신을 반성하며 비록 작은 관심과 사랑이라도 성심껏 전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국내 대형병원들이 송년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원 환자와 가족, 의료진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초대해 음악회를 열고 방송국과 함께 하는 환우 위안의 밤 행사를 갖기도 한다. 올해에는 각 사회단체나 기업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개인기와 율동, 마술쇼, 핸드벨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으로 장기 투병 중인 환자나 어린이 입원 환자들을 위로하는 행사도 크게 늘었다.
 이처럼 인간 본연의 감성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휴먼터치 서비스가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은 이미 우리가 감성시대를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소장인 롤프예센은 고도의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꿈과 감성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지로 서구 선진 의료계에서는 쉽게 휴먼터치 서비스를 발견할 수 있다. 존스 홉킨스 병원의 `보호자 디너파티`는 그 좋은 예다. 한 달에 한번 병원에서 준비하는 이 디너파티는 환자를 돌보느라 자칫 우울해지거나 지치기 쉬운 입원환자 보호자들에게 모처럼 좋은 식사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잠시나마 심신의 휴식을 갖도록 배려하는 이른바 `인간존중 형` 프로그램이다.
 보호자 디너 파티에 초대되었던 이들의 행복한 체험은 곧 존스 홉킨스병원의 경영이념을 전하는 도구이자 병원 구전마케팅의 동력으로 작용된다.
 국내 병원들 가운데에도 감성적인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뤄가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치과병원은 지하에 클래식 공연장을 갖추고 정기적인 공연을 통해 병원의 색다른 이미지를 만드는가 하면,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연극을 지도해가며 치료하는 정신과 병원도 있다. 인근의 화랑과 계약을 맺어 병원 로비에 근사한 미술 전시회를 하는 병원도 등장했다.
 그 동안 제도적 환경적인 열악함 때문에 문화와는 담 쌓고 그저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굳혀 왔던 우리나라 의료계에도 이처럼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무섭고 멀리하고 싶은 병원은 결코 사회적으로나 의료 산업면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 병원의 문턱을 낮추고 가깝고 친근한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인간의 오감을 통해 병원을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병원의 실내부터 사람향기가 나는 `인간중심의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물만으로도 환자들에게는 작은 위안이나 기쁨을 전할 수 있다.
 소아과 병원 한 곳에서는 어린이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소원을 써서 매다는 작은 전나무를 놓아 두었는데 호응이 대단하다. 햇살이 환히 들어오는 병원 로비에 푸른 색 잎이 큰 화분들을 가지런히 놓아 둔 내과 병원 원장님은 환자들이 시각적으로 위안을 얻는 것 또한 병원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한다.
 청각적인 요소도 효과적이다. 같은 음료수라도 시원하고 맑은 물소리를 실은 음향을 광고에 활용하면 판매가 증가한다. 병원로비를 들어서는 순간 들려오는 낮은 음악은 환자의 우울한 마음을 위로한다. 이때에는 가사가 들리기 보다는 연주나 자연의 소리가 주를 이루는 음악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에게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음향이 들리는 치과나 성형외과에서는 청각적인 요소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아로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테라피적인 측면을 고려해 병원을 가꾸는 경우도 있다. 무의식 상태에서 사람은 후각에 대한 기억을 가장 오랫동안 기억하는데 이를 이용해 섬유에 향기를 넣는다거나 가전제품이나 인테리어 장식에 향을 포함시키는 향기 마케팅도 증가 추세다.
 특히 병원은 독특한 약품냄새로 인해 만들어진 고유의 냄새가 있는 바 꽃 향기나 향초, 포푸리, 방향제 등을 통해 중화 시켜 환자들의 긴장감을 해소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지나치게 인공적인 강한 향은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가장 자연스러운 향을 활용하도록 한다.
 감각적인 것 못지 않게 진료에 관련된 부분을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려는 경영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반상회 등의 회합에서 건강지식을 알려주거나 건강상담을 해주며 거리를 좁히거나, 운동회나 어린이 집 등에 무료봉사로 치료를 해준다거나 가능한 한 지역사회에 특성에 맞춰 시간외 치료·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들은 작은 곳에서부터 새로운 의료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선구자라 볼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 기부된 벤치나 노인정의 운동기구를 기부한 병원 명은 뜻밖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퇴원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그 후의 경과를 물어보고 있는 세심한 환자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 또한 높은 감성 지수를 보여준다.
 좋은 음악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벽에 걸린 아름다운 그림들로 마치 갤러리에 들어 선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병원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인간의 진정한 건강에 의미를 둔 오늘날의 의료계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높은 감성 지수를 가진 병원들이다.

하 민 회
이미지 전략가
이미지21 대표
이미지 리더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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