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초음파로 진단 후 자궁경부봉축 수술땐 만삭 분만 가능

  
 30대 초반 임산부 K씨는 얼마 전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임신 22주만에 별다른 진통도 없이 양수가 터지더니 그대로 출산을 하게 된 것이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56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열흘을 견뎠지만 결국 가슴에 묻히고 말았다. K씨는 6개월만에 다시 임신이 됐지만 첫 아기처럼 허망하게 떠나보낼까 하루하루가 초초하기만 하다.

습관성 유산 왜?

 어렵게 임신을 하고도 별다른 이유없이 자궁이 열려 조산을 하게 되는 "자궁경부무력증(Cervical incompetence)"을 겪는 산모가 100명 중 1~2명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질환은 명확한 원인이나 엄격한 진단방법이 밝혀지지 않았고 임신한 후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 진단, 치료하지 않으면 조산으로 인해 아기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해 6만건 정도의 조산 건수가 발생하는데 이중 15% 정도가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해서다. 일련의 해외연구에 따르면 일반 가임여성의 1%가 자궁경부무력증이며, 임신 중반기 유산의 20%가 이로인해 발생한다.

 자궁경부무력증은 자궁경부에 힘이 없어 태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궁이 열리는 질환으로 임상적인 정의는 "자궁경부의 무통성 확장이 있으면서 임신 제2삼분기 말에서 제3삼분기 초(임신 16주~32주)에서 재발되는 임신소실"로 조산 또는 습관성 유산의 중요한 원인이다.

 한양대병원 여성종합진료센터 박문일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습관성 유산의 약 47.5%가 해부학적인 원인이며 그 중 32.2%가 자궁경부무력증이 원인이다.

따라서 유산이나 조산의 경험이 있는 산모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자궁경부무력증을 강력하게 의심해야 한다.

원인·진단 방법 아직 몰라

 자궁경부무력증은 1865년 Gream이 Lancet지에 최초로 발표하면서 조산을 야기하는 산과질환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동안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정의, 병태생리, 임신 중 증상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다만 여러 학설을 종합하면 선천적, 후천적, 생리적, 내분비적인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궁경부무력증 환자의 약 2%에서 후천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는데 이런 경우 일단 선천적 원인으로 분류된다. 자궁기형이나 선천적인 자궁경부무력증이 있는 경우다.

 후천적인 원인은 자궁경부의 손상으로 산과적 및 부인과적 수술 시, 탄환분만 등 자연적인 산과적 열상, 소파술 시의 과도한 자궁경부 기계적 확장, 전암성 자궁경부 병변(CIN) 시의 원추절제술 등이 이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무분별하게 소파술이 이뤄지면서 적지 않은 경우에서 자궁경부무력증을 야기하게 됐다.

 생리적 원인은 쌍태임신 등 자궁이 정상 단태임신에서보다 클 경우 자궁에서의 과다한 압력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이다. 내분비적 원인으로는 혈중 릴렉신(relaxin) 치와의 관계가 언급되고 있다.

 아직까지 자궁경부무력증의 객관적인 진단에 동원될 수 있는 단독적 임상적 소견이나 검사상의 소견은 없다. 그 이유는 진정한 자궁경부무력증이 어떤 특정한 해부학적인 질환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인자가 작용되는 기능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Ludmir 등은 여러 문헌을 정리해 표와 같은 진단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궁경부무력증의 진단기준은 조산과 유사하지만 자궁경부의 소실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질식초음파는 최근 자궁경부무력증의 객관적인 진단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력이 있는 경우 임신 제2삼분기 초기부터 1주일 간격으로 질식초음파를 통해 자궁경부의 길이, 경도, 외구 또는 내구의 개대정도, 방향, 기타 열상 또는 해부학적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수술이 유일한 치료방법

 국내 산부인과 관련 의학회에서 제시한 자궁경부무력증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지침은 없는 상태다.

 다만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 제시한 지침을 보면 "산모가 명확한 임신 중기 분만한 병력과 분명한 자궁경부소실이 동반됐을 때(임신 15주에서 24주 사이에 남은 자궁경부 길이가 2cm 미만일 경우) 자궁경부봉축술(cervial cerclage)을 권하며 이때 효과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점을 산모 및 가족에게 설명한다"이다.

 박문일 센터장은 "임신 12주 안팎에서 자궁경부의 길이가 2.5cm 이하로 소실된 경우 강력한 수술 대상이 된다"며 "자궁경부무력증은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프로게스테론, 베타길항제, 페사리 삽입, 오랜 기간의 안정 등 비수술적 치료가 시행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치료방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궁경부봉축술에 의한 치료의 예후는 각각 많은 보고가 있는데 75%~90%가 전반적인 성공률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 시 자궁경부의 봉합을 풀고 정상분만이 가능하며 다음 임신 시에는 재수술을 해야한다.

 수술의 종류로는 질식수술인 Shirodkar법, McDonald법이 있고 질식수술에 실패했거나 자궁경부가 심하게 손상됐거나 짧을 경우에는 복식수술을 선택해야 한다.

 복식수술은 질식보다 일반화되지 못했는데 임신 중에는 자궁에 혈액을 공급하는 자궁혈관들이 더욱 확장돼 있으며 자궁 자체도 상당히 부드러워져 자궁혈관 손상 등 합병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임신 중 개복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히 크다고 한다.

따라서 복식 자궁경부봉축술은 숙련된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외국에서도 극소수의 기관에서만 복식 자궁경부봉축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양대병원,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계명의대 동산병원 등 소수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질식수술은 임신 제1삼분기를 넘어선 14~16주가 일반적이고 복식은 질식보다 더 빠른 임신 10주에서 14주에 실시하는 것이 권장된다.




















"생체아교 이용 질식수술 만삭분만 90% "

박 문 일 교수
한양대병원 여성종합진료센터장


 "1500g 이하로 태어난 아기들은 2500g 이상으로 태어난 아기들보다 정신·신경학적 장애가 20배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자궁경부무력증을 조기에 수술하지 않아 조산을 하게 되면 아기가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갖게 되므로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수술이 중요합니다."

박문일 센터장은 자궁경부무력증을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조산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신 20주를 전후로 출산한 아기는 사망하는 사례가 많고 태어나더라도 심장이나 폐, 뇌 등에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 조산 후유증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기존의 질식수술 적응증이 안되고 복식수술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최근 복식수술의 대체방법으로 시행하는 생체아교를 이용한 변형된 질식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변형 질식수술 시행 후 정상적으로 만삭분만하는 경우가 90.9%에 달할 정도로 치료성적이 좋다.

 무엇보다 조산·유산의 과거력이 있는 고위험군 산모는 산전 진찰을 통해 조산 가능성을 파악하고 질식초음파 등을 통해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진단 내려질 경우 적절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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