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대신 `hand-held ultrasound`

진찰 필수 장비로 등장…응급상황 빠른 결정 가능

 2차세계대전 이후 진단의학 영역의 변화는 과학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에 힘입어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영상진단 기법은 컴퓨터와 신소재의 발전에 따라 20세기 초반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이루었는데, 초음파도 그 일부에 해당된다.
 고가의 장비나 넓고 특별한 설치장소가 필요한 CT나 MRI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방사선 조사에 의한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덩치가 크지 않아 필요할 경우 환자가 있는 침상 곁으로 옮길 수 있는 이동성까지 겸비한 초음파는 매우 우월한 장점을 갖고 있는 셈인데, CT나 MRI가 거의 전적으로 방사선과 전문의들이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초음파는 방사선과 전문의들 뿐만 아니라, 심장내과를 비롯한 내과 및 소아과·산부인과·비뇨기과·혈관외과·마취과 등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일상 진료에 사용되고 있는 현 상황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영상진단 기법의 총아로 등장한 초음파의 계속적인 발전은 임상진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동반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신소재의 개발과 컴퓨터 공학의 발전으로 극단적인 소형화가 가능해질 전망인데, 벌써 임상에 도입되기 시작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hand-held ultrasound (HHU)`는 여러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그림>.



청진기는 전통적으로 흰 가운을 입은 임상의사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건으로 주로 가슴이나 복부에 밀착시켜 이를 통해 들리는 소리를 통하여 장기의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때, 소리의 강도나 종류, timing 등 몇 가지 되지 않는 변수들을 토대로 수 많은 기저질환들을 감별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과정이며 어쩌면 불가능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HHU를 이용하면 부정확한 청진기 대신 진료하고자 하는 부위의 영상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진단과정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접근하여 정확성을 높이는 장점을 갖게 된다. 현재 문헌상으로는 심장판막을 포함한 구조물들의 이상 유무를 포함한 심장기능 평가나 복부 장기의 크기나 종괴를 포함한 이상 형태의 확인이 HHU를 이용하여 가능하며 정확성이 이를 이용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높다는 고무적인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전통적으로 의사들이 시행해오던 신체검사 혹은 진찰(physical examination)의 근간을 이루어 오던 보는 것(시진, 視珍), 만지는 것(촉진, 觸珍), 두들기는 것(타진, 打珍) 및 듣는 것(청진, 聽珍)의 4요소 외에 HHU를 이용한 초음파 검사가 추가로 시행 되어져야 할 당위성이 인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HHU가 종래의 청진기를 대신하여 의사들의 신체검사 혹은 진찰의 근간이 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상적인 진료 외에 상대적으로 중환이 많고 따라서 빠른 임상의사 결정(clinical decision-making)이 요구되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외상 후 흉곽 혹은 복강내의 출혈성 병변이나 심장기능 평가가 가능하였고 이를 토대로 한 진료가 더욱 유용하였다는 최근 문헌 보고들은 이러한 진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도입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의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학생들 임상실습에 실험적으로 청진기 대신 HHU를 이용하기 시작한 실정이다.
 HHU의 보급이 초래하게 될 파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아마도 의과대학의 학생교육에서부터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할 터인데, 예를 들어 저학년에서 배우게 되는 해부학의 관점도 종래의 신체 조직 겉에서 안으로 잘라 들어가는 형태학이 아니라 초음파 영상이 주로 다루게 되는 tomographic image(단층영상) 관점에서의 교육이 필요할 것 이다.
 또한 해부병리 소견과 초음파 영상의 비교가 현미경 실습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청진기 대신 HHU와 같은 고가의 진료장비를 이용한 신체검사 혹은 진찰의 비용 부담이나 더욱 고가 장비인 종래의 초음파 기계의 이용이나 적응증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 지도 큰 의료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으리라 전망된다.
 사회의 어떠한 변화도 많은 문제점들을 만들어 내는 다원화 시대에서 이러한 진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눈 앞에 둔 현 시점에서 미리 해결점을 모색하며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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