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 의료기관평가 뒷말 무성

우리나라 현실 안맞는 불완전 지표
성급한 공개로 소비자 판단 우려
정작 질개선 필요한 병원 의지 꺾여
복지부·심평원 겹치기 평가 가능성

 500병상 이상 2주기 의료기관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결과 발표도 지난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이저병원들의 압력설이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평가에서 사용된 임상 질 지표는 미국 의료기관평가에서 이용하는 임상질지표 중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몇 개 지표만을 뽑아 만든 것이다. 이 지표의 도입을 두고 복지부가 학회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참여한 11개 학회 중 10개 학회가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다. 한국형 임상질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료 과정에서 지표 자료를 생성해 개발하고 각 병원의 현장에 따라 중요한 질 지표를 선택하도록 하면서 질지표의 타당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즉 지표생성 과정 자체가 오류이며 순방향이 아닌 역방향의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선희 의료기관평가위원(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질 평가에서 모든 지표가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의 지엽적인 지표로는 제대로 된 질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폐렴 부문 우수" 형식으로 결과가 공개되다 보면 의료소비자들에게 "○○병원은 폐렴을 잘보고 나머지 병원은 못 본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요구에 서둘러 공개

 이번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임상 질지표"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임상질지표 공개 여부를 놓고 평가위원회 내부적으로 격론이 펼쳐진 것도 공공연한 사실.

 당초 복지부는 임상질지표 도입을 두고 일단 시범사업 성격으로 진행, 개선할 사항을 파악하되 평가 결과 공개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에 결정하기로 하고 평가를 진행했다.

 이번 임상질지표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해 모 평가위원은 "결과 공개 하루 전날 공개 방식을 놓고 진행된 회의에서 시민단체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임상질지표 전면 공개를 종용, 결국 "모유·수유" 부분만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었다"며 "성급하게 평가 결과를 공개해 소비자들의 판단을 호도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직하게 평가받으면 손해"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는 불완전한 지표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타당성이 떨어지고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분들이 우수 질 지표로 둔갑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박창일 원장은 "시범사업은 무엇이 잘못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목적인데 시행 처음부터 성급하게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들의 판단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정직하게 평가에 임한 병원들이 손해를 보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는 현재의 평가 방식이나 결과 공개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임상질지표인 "중환자실", "폐렴", "수술감염 예방적 항생제 사용", "모성 및 신생아"보다는 합병증 발생이나 의료사고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병원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질 평가의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순위 지상주의 타파해야"

 의료기관평가가 지나치게 순위 경쟁으로 치닫는 점도 문제이다.

 이 교수는 "정말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어느 병원이 1등이고 2등인가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점이 무엇인가"라며 "현재처럼 순위경쟁으로 가다보면 상위권 병원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고 정작 질 개선이 필요한 하위권 병원들은 관심에서 소외, 질 개선을 위한 의지조차 꺾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위권 병원들이 소외되고 논외의 대상이 되는 현재의 의료기관평가와 결과 공개 방식, 그리고 86개 병원 중 35개 병원이 올A를 받을 정도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의료서비스 수준이 높아졌냐는 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 난무

 또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와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평가, 병원신임평가, 응급의료기관평가, 지방의료원 운영평가 및 올해부터 실시되는 암검진기관평가까지 난립 수준으로 증가한 온갖 평가들이 "평가를 위한 평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반짝쇼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의료기관들의 입장이다.

 특히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는 임상 질 지표를 평가하고 있고 지표가 의료기관평가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같은 자료를 두 번에 걸쳐 제출해야 하는 소모적인 업무를 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2주기 평가 당시 복지부와 심평원은 자료수집은 같이 하되 결과의 활용은 따로 하기로 일시적 합의를 했으나 올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복지부와 심평원의 평가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겹치기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올해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별도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며, 임상 질 지표 자료 수집 방법, 시기, 활용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다른 평가들도 마찬가지지만 기존의 평가를 뛰어넘는 새로운 평가가 아닌 비슷한 아류의 평가라면 결국 의료기관에 반짝쇼를 부추기는 평가가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3주기부터 인증제 전환

 복지부는 3주기가 시작되는 2010년부터 국가인증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의무적 평가방식에서 탈피,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수검비용을 부담하여 평가를 신청하면 해당 병원을 평가하여 일정 기준을 통과할 경우 국가에서 인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22일 복지부 브리핑과 27일 의료기관평가 결과 보고회에서 연이어 강조한 것.

 국가인증제는 평가기준을 지금보다 더 높여 적용할 것으로 보이며, 평가결과 우수병원에는 수가를 차등지급하고,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하고 있다. JCI(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같은 제도를 무조건 도입하기보다 아시아권에 맞는 평가제도를 마련, 동남아 평가시장을 선점하고 해외환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들은 국가인증을 받기 위해 시설과 인력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내년중 의료기관평가 전담기구를 설치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의료기관평가뿐 아니라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평가, 응급의료기관평가, 공공의료기관평가 등을 통합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계는 현재의 병원신임평가를 활성화시키면 새로운 전담기구를 설치하지 않아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 계획을 달성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복지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종관 기자 / 최홍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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