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희 진
결핵연구원 기술협력부장 / 결핵전문의

 결핵은 유사이래 인류와 함께 지내는 질환이다. 효과적인 항결핵제들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퇴치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유사이래 가장 많은 1800만명이 결핵을 앓고 있다. 또한 연간 180만명이 사망하고 있어 감염병 중 AIDS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감염병 질환에 의한 사망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일반 국민이나 의료인 사이에서 관심도와 중요성은 떨어져 있다.

현 황
 우리 나라는 해방 이후 혼란기와 한국전쟁 당시 일부 지역에서 집단 피난 생활을 하면서 결핵이 만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1962년에 전국 보건소를 대상으로 국가결핵관리체계가 세워지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1980년 중반부터 Isoniazid와 Rifampicin을 포함한 효과적인 단기 초치료 처방이 도입되면서 결핵 유병률이 점차 감소하게 되었다. 그 결과 1965년 전국실태조사에서는 엑스선 상 활동성 폐결핵 유병률이 5.1%(도말양성은 0.69%) 이던 것이 1995년에는 1.0%(도말양성은 0.09%) 으로 감소하였다. 2004년 추정 유병률은 0.38%로 184,000명이 결핵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약제 내성률도 1980년의 47.5%에서 1995년에는 9.9%로 감소하였다. 2001년 결핵정보감시체계 도입이후 신고된 신환자 현황은 2001년 34,123명(72.1/105), 2002년 32,010명(67.2/105), 2003년 30,687명(64.0/105)으로 3년간 평균 5.8%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에 비해 2.5배, 12.3배 많아 결핵에 관한한 아직 후진국에 속하고 있다. 또한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에 가장 많이 있으며 이것은 결핵균이 아직도 지역사회에 활발히 전파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반면에 결핵이 감소한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결핵 환자가 노령층에서 발견되고 있다. 2004년도는 9월말 기준으로 신고된 결핵 신환자는 총 23,294명, 이중 폐결핵 신환자가 20,664(88.7%)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다제내성 결핵은(Isoniazid와 Rifampicin을 포함한 약제 내성) 1994년 1.6%, 1998~1999년 2.1%, 2003년 2.4%로 증가, 통계적 차이는 없지만 치료를 잘못한 결과에 의한 것이므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결핵퇴치 사업은 크게 공공과 민간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국가결핵관리 체계하에서는 각 보건소마다 `결핵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로 간호사가 환자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환자 진단 방법, 치료, 관리 등이 지침서로 표준화되어 있어 전국 어느 보건소에서도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전 검사로 흉부엑스선 검사, 객담도말, 배양검사와 약제감수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6개월 단기초치료 처방으로 무료 치료를 하고 있다.
 또한 결핵관리 간호사가 보건교육과 환자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치료 중단율이 낮은 편이다. 그 결과 결핵 치료 성공률은 80%를 넘고 있다. 각 시, 도에는 결핵관리 의사, 결핵지도 간호사가 배치되어 있어 보건소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을 지도, 감독하고 있다. 중앙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에이즈/결핵과에서 항결핵제 보급, 결핵관리사업의 계획, 평가와 행정적인 업무를, 결핵연구원에서 BCG 생산, 훈련, 교육, 연구/조사, 결핵정보감시체계 운영과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민간 병의원에서는 환자 발견시 관할 보건소로 7일 이내 신고하는 의무 외에는 공공 부문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각 의료 기관마다 독자적으로 진단, 치료를 하고 있어 치료 처방이 다양하다. 보건소 등록환자와 비교하여 치료가 잘 안되거나 부작용 또는 합병증이 있어 표준 처방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장기간 치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별도로 결핵 환자 관리를 위한 인력 배치가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환자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치료 성적은 저조하여 1993년의 조사에서 치료 성공률은 63%에 지나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중단자율이 27%로 보건소의 3.5%와 비교하여 높았기 때문이다. 2002년에 민간 병원에서 치료받는 폐결핵 신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치료는 계속 민간 병원에서 하되 보건소 혹은 결핵연구원의 보건요원이 환자 교육과 관리를 담당한 시범사업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민간병원에서 치료받는 신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이 기존 치료군의 71.8%보다 훨씬 높은 91.6%에 달하였으며 보건소의 80.5%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2003년 결핵정보감시체계에서는 신환자의 62%가 민간 병의원에서 신고됐다.
 보건소 등록환자는 100% 신고되는 반면에 민간 병의원의 신고율은 100%가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민간 병의원에서 치료받는 환자의 비중은 더욱더 높을 것이다. 결핵 퇴치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할 때 이제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환자에 대해서도 민간과 공공 부문의 상호협력을 통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향후 전망
 그 동안의 실태조사를 토대로 앞으로도 계속 매년 약 5%씩 결핵이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핵근절에 가까운 상태는 2070년경에나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결핵 유병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정책 당국의 결핵에 대한 관심도 저하, 결핵 전문가의 감소, 인구의 고령화, HIV 감염자의 증가, 탈북자/외국 근로자의 유입 증가, 노숙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감소 둔화, 오히려 증가할 우려가 있다.
 결핵 감소 추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핵을 퇴치하겠다는 정책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위에 언급된 결핵의 고위험군에 대한 철저한 관리, 북한 결핵문제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대책, 그리고 민간과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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