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옳지않아도 죄의식 없이 행동…정치인·사업가에 많아
법망피해 미친척…"PCL-R" 진단으로 가려낼 수 있어



PCL-R 진단 항목
 20개 평가항목별 0~2점을 매긴다. 40점 만점에 30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PCL-R은 또한 사이코패스와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감별을 허용한다. 사이코패스는 2개 항목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보이는 반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factor 2에서만 높은 점수를 나타낸다.

전혀 그렇지 않다 - 0점 / 조금 그런것 같다 - 1점 / 정말 그런것 같다 - 2점

▲ 대인관계 변수
1. 입심 좋은/표면적 매력(말 잘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2. 자기 가치에 대한 자랑(과대망상)
3. 병적인 거짓말
4. 속이고 조작하기
5. 양심의 가책 및 죄책감의 결여
6. 감동의 부족(감동적인 것을 보아도 무감각한 경우)
7. 매사에 냉담/공감 부족
8.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 결여

▲ 사회적 일탈 변수
1. 자극의 필요성/쉽게 지루함을 느낌
2. 기생적 생활양식
3. 행동의 자제가 약함
4.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목표 결여
5. 충동성(자제력 부족)
6. 무책임
7. 청소년기 비행력
8. 아동기 행동 문제
9. 조건부 가석방의 취소

▲ 기타 특징
1. 여러차례의 단속적인 결혼관계
2. 난잡한 성행위
3. 범죄에 대한 다재다능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Catch me, if you can"의 주인공 프랭크 아비그네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사이코패스(psychopath, 정신병질자)와 반사회적 인격장애 중 어느쪽일까? 정답은 사이코패스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역시 사기, 연쇄살인, 성폭행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자들이지만, 이들 중 감정의 기복없이 지능적이고 겉으로 보기에 매력적이기까지 한 자들은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이코패스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아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며, 사회는 범죄자로서의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중 30~50%

 1968년 미국정신의학회는 반사회적인 성격장애라 지칭하는 사람들의 특성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쉽게 무시 혹은 침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향이 아동기 혹은 청소년기 초기부터 꾸준하게 발현된다고 규정하였다. 교도소 구금자의 80%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보고되어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 중 30~50%는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사이코패스로 분류되기 위한 기준은 보다 엄격하다.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불안이나 망상, 환각 등의 정신장애 징후없이 이성적이며, 지능이 높고, 언변이 뛰어나 외관상 친화적이다.

성격은 자아중심적이고, 냉담하여 공감능력이 떨어지며,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화를 내는 일이 적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기에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일부 분류되는 정신분열병자는 사이코패스에 해당될 수 없다. 사이코패스는 자질적 문제이지 정신병은 아닌 것이다.

 "전체 인구의 1%, 수용되어 있는 범죄자들의 15~25% 정도가 사이코패스에 해당되며 이들의 재범 가능성은 그 어떤 범죄집단보다도 더 높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해어 교수가 그의 연구에서 지적한 내용이다(Criminal Justice and Behavior 1996;23:25).

범죄자를 사이코패스의 예로 든 것은 아주 극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우리주변에서도 사이코패스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 이들의 특징은 진정한 상호적 인간관계가 아닌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관계를 맺는다. 이를 위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으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위도 잘 맞춘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갈등이 생겼을때는 본색을 드러내게 된다.

 이처럼 법의 규제범위는 아니나 온당치 못한 행동을 일삼으며 법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사이코패스는 정치인, 사업가 중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들은 "평생 지속성 비행자"로 부를 수 있다.

 원인으로는 유전적으로 타고난다는 주장과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주장이 맞서 왔으나 최근들어 유전적 요인이 더 크다는 이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밖에 사이코패스에서의 전두엽 기능 손상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ADHD 어린이에서도 전두엽 기능장애가 보고되고 있기에 이들이 성장하여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은 정상 어린이에 비해 높다.

 한 종단적 연구에서 ADHD 환자의 27%가 반사회적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2001;110:516).

범죄 처벌 이후 지속관리체계 필요

 그렇다면 보다 심각한 형태의 사이코패스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 것인가? 몇가지 사각지대가 발견됐다.

첫째 진단 왜곡의 가능성. 우리나라 형법에 의하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10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현재 범죄인의 정신과적 판단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MMPI, ICD-10, DSM-4 등은 피검자가 미친척 함으로써 조각(阻却)받을 수 있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 환자와 완전히 다르기에 왜곡 가능성이 있는 척도는 더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이코패스 및 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PCL-R은 학교생활, 전과기록 등 대상자의 인생 전반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종합판단하는 방식이다.

인터뷰시 범죄자가 진실을 왜곡하려 할 경우 기록을 통해 왜곡 여부를 확인하여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재범 가능성 예측에 대한 가장 정확한 척도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형을 종료하는 시점에 재범 가능성 평가, 판결전 참고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두번째로 사이코패스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형집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3건 이상의 전과력을 가진 사이코패스의 경우 형 집행 이후에도 치료감호소에 입원시켜 주기적인 감정을 실시하고 통과시에만 사회에 복귀시킨다.

그러나 국내 치료감호소에서는 형사적 책임을 조각해줄만한 정신분열병자만 치료를 받고, 사이코패스는 교도소로 보내지며 이후 사회적 문제 예방을 위한 관리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가중처벌과 관련한 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전자감시 제도를 통해 성도착자에 가중 요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세번째 문제점은 진단 및 상담을 위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 정신과 전문의일지라도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 오판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법을 모르는 의사와 임상을 모르는 범죄심리학자. 이같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를 위해 협력과 절충을 통한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의료계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도움말
 -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
 - 김창윤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과
 - 박영민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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