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치료 환자 거부감 먼저 없애야


ADHD·우울증등 기저질환 파악해 함께 치료를

 중독치료는 생물학적인 측면에서의 약물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과 부모와 가족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치료의 장애요소로 등장한다. 특히 청소년환자의 경우 성장기의 감수성을 고려해 단순히 진단·치료만 하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이해자가 되어 환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환자가 치료의 주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부모·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장기간의 치료에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약물 치료전 상담 필수

 약물치료 전 환자와의 면담은 필수적이다. 성격검사, 심리검사 등을 통해 ADHD나 우울증 등 기저질환이나 성향을 밝히고 이에 대한 약물치료도 병행한다.

 인터넷중독, 도박중독 등 행위중독에는 오피오이드(opioid) 수용체 길항제인 날트렉손(naltrexone)을 사용한다. 날트렉손은 중추신경계의 쾌락과 갈망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해 알코올중독의 갈망을 줄여주는데도 사용된다.

위약군과의 시험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였으며 50㎎으로 시작하여 최고 250㎎까지 증량 사용했음에도 구토, 두통, 어지러움, 피로, 불면, 불안, 우울 등이 나타났을 뿐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Biological Psychiatry, 2001;49:914-921). 날트렉손은 아편계 수용체를 차단함으로 아편계 진통제와의 병용사용은 금하고 있다.

 세로토닌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는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에 사용된다. 보통 날트렉손과 함께 플루오세틴(fluoxetine)을 병용하고 이를 통한 큰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SRIs는 전전두엽이나 안와전두엽의 세로토닌 수치에 영향을 줘 인간의 충동적 행동을 조절한다는 기전으로 강박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DHD에 대해서는 도파민계 약물인 덱스트로암페타민(dextroamphetamine)이나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등을 사용한다. 도박중독 환자 중에는 조증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에 기분조절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직 효과는 명확하진 않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 날트렉손, SSRIs, 도파민계열 제제를 사용하고 이와 함께 N-methyl-D-aspartate(NMDA) 길항제인 아캄프로세이트도 사용한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음주에 대한 충동 및 갈망의 원인이 되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mma-Aminobutyric Acid, GABA)의 활성화를 억제시키고 흥분성 아미노산인 NMDA-glutamate의 전도증가를 억제한다.

병용투여, 장기치료에 적합하지만 신부전환자, 임부 및 수유부, 소아 및 고령자에게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경미한 피부·위장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 환자가 주체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에게 중독증상의 현실적인 부작용들을 알려주고 중독이 치료 대상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질중독이나 도박중독의 경우 환자가 주체가 되지 않으면 치료효과가 떨어질 뿐더러 재발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의사의 자세가 중요하다. 환자의 행위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신영철 교수는 "시인의 감성과 과학자로서의 이성을 합치시키라"고 말한다.

 중독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의 내적 통제력을 통해 충동을 조절하고 일상생활을 다시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참여도는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서 5R을 강조한다. 환자 자신의 행동변화가 자신의 삶과 관련된(Relevance) 것이라는 점을 인지시키고 변화의 중요성을 확신시키는 것. 그리고 변화 후의 보상(Reward)과 변화 전의 위험(Risks)을 비교하고 차이를 인식시켜 변화의 걸림돌(Roadblocks)을 제거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의 중요성과 확신을 반복(Repetition)시킴으로써 중독치료에 환자가 주체적으로 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중독을 비롯한 다양한 중독에 대한 자료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http://www.addictionacademy.org)

▶도움말
- 한우상 서울의료원·정신과/한국중독정신의학회 홍보이사
- 하지현 건국의대교수·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익명의 중독자모임 자발적 치료동기 부여

 치료에 대한 확신을 환자에게 심어주는 데에는 치료경험과 치료후기들을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 AA) 모임은 좋은 계기를 제공해준다.

 AA는 세계적인 알코올중독자들의 자조모임으로 170개 국가에 9만7000개 이상의 모임이 있고 약 2백만 명 이상의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2001년 현재). 이를 통한 효과도 인지행동치료나 동기강화치료만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의학적인 치료와 함께 모임에 참가하는 것을 권장한다.

 AA는 직업, 종교, 인종, 나이 등 여타 조건에 상관하지 않고 익명으로 회원을 받아들이며 알코올 중독자들의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만큼 강제성이 없고, 치료에 관련된 모임을 진행하지 않으며 종교, 복지, 사회봉사 등 사회적 조건에 편향되지 않는다.

 음주라는 한정적인 주제에 대해서 공개발언, 공개토의, 비공개토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정신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들은 알코올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강조하고 경험을 토대로 제작한 "12 단계" 회복원리를 실천한다.

 12단계에 대해서 계요병원 김한오 알코올센터장은 ▲중독에 대해 죄와 병의 개념을 통합해서 역사적이고 ▲불교, 유교, 기독교, 실존주의 등 종교와 철학의 원리에 입각해서 보편적이며 ▲개인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단계적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AA의 원리를 적용한 익명의 니코틴중독자들(Narcotics Anonymous, NA), 익명의 도박중독자들(Gamblers Anonymous, GA)이 세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GA의 경우 국내에서는 단도박 친목모임이라는 이름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IT강국…인터넷중독도 세계 최고

치료후 가족 관심이 재발 방지에 큰 역할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16일부터 청소년 인터넷중독 치료를 위해 "인터넷 중독 집중치료 캠프"를 운영했다. 올해 2번째로 시행되는 치료학교는 개인·집단상담과 수련활동, 자치활동을 위주로 진행한다.

작년에 33명의 인터넷중독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결과 79%가 인터넷중독 개선 효과를 봤고, 58%는 인터넷 중독에서 거의 벗어난 것으로 나타나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캠프 후 5명에게서 인터넷중독 증상이 재발했다. 부모와 가족의 사후 관리와 지속적인 관심의 부재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치료는 근절보다 조절이 목표가 되기 때문에 가족의 지속적인 협조·관심이 없다면 치료는 이뤄질 수 없다.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는 활동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터넷 중독 집중치료 캠프"의 경우 단체게임, 문화활동, 취미활동 개발, 커뮤니케이션 기술학습, 모험활동, 전통놀이, 레저활동 등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는 활동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중요한 문제는 인터넷 중독 환자와의 면담에서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2008; 165: 306- 307)에 "DSM-Ⅴ의 인터넷 중독"에 대해 평론을 발표한 제럴드 블럭(Jerald Block) 정신과 개원의는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중독 치료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터넷 중독이 대부분 게임을 통해서 중독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신과 상담의가 게임에 관련된 용어나 구성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해설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 환자를 이해하기 힘들고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성인 게임중독 환자들은 자신이 게임중독이라는 점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정신과 의사들은 치료사례가 적다는 이유로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론에서 "한국 고등학생의 인터넷 사용시간은 주 23시간이고 120만명이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한국의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보건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인터넷 중독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주목받고 있는만큼 이에 대한 치료는 물론 관리·예방하기 위한 연구와 대책도 세계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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