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영상의학회, 한국원격영상의학원 설립

일자리 감소·판독의 전락 우려
"시장 커져 오히려 기회" 주장도


정부와 의료기관들이 해외환자 유치활성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서 실시한 검사를 우리나라에서 판독해주는 "원격판독"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병원협회·대한영상의학회 산하 대한엑스선검진협회·(주)인피니트테크놀로지가 공동으로 한국원격영상의학원(이하 의학원)을 설립하고, 전국 병원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의료영상 원격판독을 제공키로 하면서 외국의 경우도 서비스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

이들 기관들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의료영상 판독에 차질을 빚고 있는 병원에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한다는 차원에서 준비한 것이지만, 이같은 환경이 조성되면 나라간 "원격판독"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적 정비와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해외의료기관·환자유치보다 현실적으로 국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인피니트 이선주 대표이사는 "의료기관 소속이 아닌 환경에서 네트워크를 구축, 원격판독이 활성화된다면 미국에서의 검사를 인도에서 판독하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고 기술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7명의 의학원 이사 가운데 5명이 의사일 정도로 영상의학과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의학원에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

이같은 기반이 갖춰져야 외국 검사의 판독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또 의료계 내부에서 원격판독을 어떻게 디자인하여 윈윈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느냐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센터형태의 의학원 운영에 대해 이해관계에 있는 영상의학과전문의들은 서로 의견을 달리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판독의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최근 몇년간에 걸친 "귀하신 몸"에서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할 상황이 되고 그만큼 월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메가트랜드로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특히 영상의학회는 이 분야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병협은 "원격판독은 소비자인 병원들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질이 보장된 서비스가 제공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우선은 영상의학과전문의 부족으로 판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지방소재 병원과 중소병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원의 의료영상 판독 업무를 원활히 진행토록 하여 병원의 진료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 진료 역량을 확대시켜 수익 구조 개선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8년째 원격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윤여동 21세기의원장은 "우리나라는 IT와 인터넷이 급속히 발전한 나라다.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원격판독은 젊은 영상의학과전문의들에게 국제화로 나가는 또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며, 정부와 의료계에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복지부는 영상의학과전문의 한편에서 "병원들의 영상의학과전문의 기피", "좁아진 입지", "존재가치 상실"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0%에 이르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가산료를 청구하지 않아 재정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합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한편, 한국원격영상의학원은 원격판독 의료기관 선정, 전문판독의 구성, 솔루션 공급 등 준비과정을 거쳐 6월부터 판독의뢰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원격판독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초대원장에 아주대의무부총장을 지낸 서정호 인제의대 석좌교수를 선임한 가운데 첫이사회에서 앞으로 판독을 의뢰한 병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원격판독을 제공,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의학원은 △병협의 원격판독사업 홍보 및 마케팅 △엑스선검진협회의 판독 전문의 운영 △인피니트테크놀로지의 판독 시스템 및 서비스 운영 등을 중심으로 하는 역할 분담으로 수준 높은 영상판독 서비스를 제공,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영상의학과를 위기로 몰아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딛고 출발한 독립된 판독센터가 새로운 장을 펼쳐나갈 지 영상의학과뿐 아니라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손종관 기자 jkson@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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