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프리온 생성·역할 아직 가설 단계


 프리온질환 


 프리온질환의 심각성은 병원체인 변형 프리온의 생성과 기전 및 구체적 역할에 대해 아직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데 있다. 질환의 명확한 원인과 전염경로 등 상당 부분이 아직까지 가설이나 추정에 머무는 수준이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vCJD 위험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 역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현재까지 BSE, CJD, vCJD에 대해 밝혀진 과학적 근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위험물질 사료 유입땐 소량으로도 전염 확산

BSE 1986년 영국 아일스 지방에서 광적인 이상행동을 보이는 소가 운동신경 실조현상을 거쳐 사망, 부검결과 중추신경계 전반에 공포현상이 발견됨으로써 이듬해 BSE로 명명했다.

 원인은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의 골육분 사료를 소에게 먹인 데서 기인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소의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종 자체의 TSE가 발생했고, 이 소의 골육분이 다른 소(특히 어린 소)의 사료로 재생산되면서 BSE가 확산됐다는 주장도 유력한 가설 중 하나다.

 렌더링 과정 위험물질 못 걸러내면 광범위 전파

 반추동물의 골육분 사료를 다시 반추동물에게 먹인 것이 BSE의 유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핵심은 오염된 BSE 위험물질이 동물사료 생산과정에 유입될 경우, 소량으로도 전염의 확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동물성 사료는 렌더링이라는 가공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해지는 열의 온도가 BSE 감염물질을 비활성화 시키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변형 프리온이 소량이라도 섞인다면 렌더링 풀(pool) 전체가 오염되는 것. BSE에 걸린 소의 뇌조직 1g 미만의 분량만으로도 다른 소를 감염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염된 위험물질을 걸러내지 못했을 경우, 이렇게 만들어진 골육분 사료를 소에게 먹이면 BSE가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료 먹은 비반추동물이 사료로 사용돼도 문제

 현재 골육분 사료는 비반추동물의 먹이로 제한된 상태에서 교역되고 있다. 하지만, WHO는 광우병 보고서에서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영국이나 여타 나라에서 골육분 사료가 소에게도 식용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골육분 사료를 먹고 자란 비반추동물이 다시 사료화 되어 반추동물에게 식용됐을 때다. 처음부터 오염된 사료가 이 사이클에 유입됐다고 가정한다면, 교차감염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WHO는 비반추동물의 사육용으로 골육분 사료를 적극 제한하고 있는 나라일지라도 개인농장 등에서 교차감염의 우려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SRM과 MRM

 감염성 프리온 단백질은 체내 전반에서 발견되는 정상 단백과 달리 뇌와 척수 등 충추신경계(90%)와 소장 말단부위·편도·등배신경절 등 특정부위에서만 나타난다.

바로 이 부위를 SRM(Specific Risk Materials), 즉 특정위험물질이라 부른다. 나라마다 SRM의 지정부위에 차이가 있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뇌·눈·머리뼈·척수·척주·편도·소장말단부 등 7개 부위를 SRM으로 지정하고 있다.

 SRM을 완전히 제거했다 해도 특정 도축과정에서 위험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 위험성(가능성)은 존재한다.

척수에서 뻗어 나가는 신경 부위와 등배신경절 등의 감염 가능성이 최근 보고됐기 때문. 문제의 소지는 기계적 압력을 가해 척추 등 뼈에 붙어 있는 골격 근육살을 떼어내는 MRM(Mechanically Recovered Meat), 즉 기계적회수육에 있다.

본래 골근육 조직에서는 BSE 감염물질이 발견된 바 없으나, 고압회수 과정에서 감염된 신경조직이 떨어져 나와 MRM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염된 신경조직이 포함됐을 경우 MRM이 주로 사용되는 햄버거·소시지·고기파이를 비롯해 가공육 제품을 통해 BSE가 인간에게 전염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서 3건 보고

 미국질병통제센터에 의하면, 2007년 현재까지 3건의 BSE가 보고됐다. 첫 보고는 2003년 12월. 당시 이 소는 2001년 8월 캐나다에서 수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에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소에서 BSE가 발생했음이 확인됐다. 2006년 3월에는 알라바마 지역의 소에서 세번째 BSE가 확인돼 발표됐다. 이 소가 미국내에서 태어났는지 수입됐는지는 정확히 밝힐 수 없었다.


인간에 발생…BSE와 무관

CJD sCJD, fCJD, iCJD CJD는 인간에서 발생하는 프리온질환으로 BSE와는 별개다. CJD와 vCJD가 엄격히 구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인 CJD는 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변형되는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산발형 CJD(sporadic CJD, sCJD)라 지칭한다. 전체의 85%를 차지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CJD라 함은 sCJD를 의미한다.

 여기에 프리온 유전자(PRNP)에 특징적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유전성 CJD(familial CJD, fCJD)가 10~15%, CJD에 걸린 사람을 수술했던 프리온에 오염된 성장호르몬에 의해 유발되는 감염성 CJD(iatrogenic CJD, iCJD)가 1~2% 정도에 해당한다.

 sCJD와 fCJD의 구분은 PRNP에서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돌연변이의 여부를 확인해 이뤄진다.

BSE 오염조직 섭취로 발병

vCJD vCJD는 인간 자체의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아닌 BSE에 걸린 소의 중추신경계 조직의 오염된 고기를 섭취함으로써 걸린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1996년 영국에서 BSE와 유사한 임상증상을 보이는 45세 이하 10명을 조사한 결과 최초로 보고됐다.

 BSE 발병 이후에 사람이 감염된 소의 위험물질을 먹을 경우 새로운 vCJD의 발생원인이 된다는 가설이 제기되면서 학자들 간에 논란이 있었으나, 1996년 영국정부가 그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현재까지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vCJD가 옮겨졌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vCJD 무증상 환자의 혈액수혈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에 대한 보고는 있었다(Lancet 2004;364:527-529).

 미국 발생 3건, 다른나라에서 감염

 2007년 1월 현재까지 3건의 vCJD가 미국에서 보고됐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현재 이들 모두의 증상이 확인된 것이 미국이지만 영국(2건)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BSE 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BSE 소 때문이 아니라 BSE가 발생했던 두 나라에서 노출돼 vCJD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 렌더링(rendering)이란?

 렌더링 자체는 매립이나 소각의 오염 위험성을 배제한 채 폐기물을 처리하고 질병 전염원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도축 후 폐기물에 열을 가해 지방·단백질 등 유용한 물질을 회수하는 과정으로, 본래는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해 상품을 만들기 위해 이용됐다.

사육동물의 체중증가와 우유생산 촉진을 위한 동물사료 생산의 저가수단으로 알려지면서 활용 영역이 확대된 것.

 동물성 폐기물의 렌더링은 지방·뼈·가죽·여타 찌꺼기 등을 풀(pool)에 넣어 고온으로 일정 시간 융합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얻어진 단백질이나 기름 성분은 동물의 사료나 윤활제·립스틱·비누·양초·의약품·잉크·시멘트 등 다양한 제품의 생산에 쓰인다. WHO는 2002년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만 매년 900만 톤의 동물 폐기물이 렌더링 처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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