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퇴행성질환 TSE 일으키는 주범 인식


프리온

뇌조직에 스펀지 형태의 구멍이 생기면서 죽음을 야기하는 신경퇴행성질환 TSE(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 전염성 해면양 뇌병증).

 동물과 인간 모두에서 발생하는 이 병증의 집합체를 학계는 현재 프리온질환(prion disease)이라 부른다.

 TSE는 프리온 질환이라는 병명이 붙여지기 훨씬 이전부터 보고돼 왔다. 200년 전 영국에서 보고된 스크래피(Scrapie)가 대표적 사례. 반추동물인 양에서 발병해 뇌병리학적 소견 상 비대해진 성상교세포(astrocytosis)·공포현상(vacuole)·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관찰되며, 오염된 사료나 목초를 통해 경구감염돼 수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 후 수개월 이내에 사망에 이른다.

 1920년대에는 인간에서 발생하는 TSE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이 처음 발견됐다.

 이들 모두 뇌조직에 구멍이 꿇리는 해면성 병변(공포현상)의 신경병리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질환은 전혀 새로운 특성의 감염 병원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병인에 대한 가설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괴질환이었다.

1980년대 학계는 TSE 발병동물 실험에서 바이러스나 세균과는 무관한 프리온이라는 감염성 단백질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을 확인, 그 특성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확대해 가면서 TSE의 병원체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라는 주장을 가장 타당한 가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뇌조직에 해면성 병변을 보이며 감염성 프리온 단백질이 검출되는 모든 TSE를 프리온질환이라 부르기에 이른다.

 결국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프리온질환인 광우병(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 인간광우병(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vCJD), CJD 등을 명확히 파악하고 대처키 위해서는 가장 타당한 감염물질로 알려진 프리온에 대한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정상 대사로 분해 안돼…정상 단백질 구조 감염 
인간에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간광우병등 유발 
안정성 높아 무력화 어려워…오존이용법 연구중 



스크래피 감염동물 뇌조직에서 발견

 1982년 미국 생화학자 프루시너(Stanley B. Prusiner) 박사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스크래피 감염동물 뇌조직에서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인 프로테나제 K(proteinase K)에 저항성을 보이는 단백 구조물을 발견한다.

 이후 이들 단백분획에 핵산을 제거하는 처치 후에도 감염력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음을 발견, 이 물질이 유전정보인 핵산이 포함돼 있지 않고 오직 단백질로만 구성된 병원체라는 가설을 제기하게 된다.

 1993년 이 병원체를 프리온(Prion, proteinaceous infectious only, 단백질과 같은 감염 입자)이라 명명한 프루시너 박사는 그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PrPC 와 PrPSc

 프리온질환의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정상 프리온 단백질과 질환을 야기하는 변형(감염성) 프리온 단백질을 구분해 내면서부터다. 프리온을 정상이나 TSE 감염 뇌조직에서 분리할 경우, 33 kDa 크기의 단백질이 분리된다.

 그런데, 정상 뇌조직의 프리온 단백은 프로테나제 K로 처리 시 모두 절단돼 완전 소실되는 반면, 감염 뇌조직에서 분리된 단백은 분해효소로 처리해도 소실되지 않고 저항성을 나타내는 단백분획이 남게 된다.

학계는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분해되는 프리온 단백을 PrPC(Cellular Prion Protein)로, 분해효소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프리온 단백을 PrPSc(Scrapie Associated Prion Protein)로 명명했다. 비정상적 구조를 갖는 PrPSc가 프리온질환의 원인으로 인식되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다.

변형·감염성 프리온 단백질 PrPSc

 알파 나선형(α-Helix) 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상적인 구조의 프리온 단백질(PrPC)은 현재까지 체내 전반에 존재하며 어떠한 부정적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단백구조의 40%가 베타띠(β-sheet) 형태를 갖는 비정상, 즉 변형 프리온 단백질(PrPSc)이다. 이 감염성 단백질은 체내 특정부위에서 축적돼 조직의 괴사를 야기한다.

 저항·증식 통해 전염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저항과 증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체내 신경세포를 파괴해 간다. 앞서 설명했듯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분해효소에 저항성을 나타내는데, 이는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통해 분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변형 구조의 단백질이 정상 단백질 구조를 비정상으로 변화시키는 전염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는 이를 프로틴 X(proein X) 가설을 통해 설명한다. 변형 프리온 단백이 정상 단백을 만나면 상호작용(촉매작용)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비정상으로 변화시키고 이같은 일련의 증식과정을 통해 체내 특정부위에 축적돼 간다는 것이다<그림>. 변형 프리온 단백의 발생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변성·비활성화에 저항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또 다른 특성은 지극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타 화학 또는 천연물질에 의한 변성(denaturation)이나 비활성화(inactivation)가 어려워 무력화시키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Philos Trans R Soc Lond B Biol Sci 356(1406):133-145).

 일반적으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무력화는 더 이상 정상 단백질을 비정상화시키지 못하도록 성질을 바꾸는 변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프리온은 섭씨 134도에서 18분 동안 노출시켜야만 변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Lancet 363(9402):51-56).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프리온이 변성이나 비활성화에 상당한 저항성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프리온은 360도의 고열에서도 1시간가량 생존하며 600도의 고열치료에도 불구하고 활동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WHO 2002년 보고서, "BSE의 위협").

인간 프리온질환 CJD 대표적

 이같이 비정상 프리온 단백이 정상 단백을 변형시키는 증식을 통해 중추신경계와 같은 체내 특정부위에 축적되면 해면(海綿) 모양과 같은 구멍이 뚫려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결국 뇌조직의 괴사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프리온질환 가운데 인간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사례는 CJD와 더불어 파프아뉴기니 원주민들의 식인 장례의식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알려진 쿠루(kuru), CJD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대부분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저스만 스트라우슬러 신드롬(GSSD),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FI) 등이 있다.

 동물의 경우는 BSE를 비롯해 양이나 염소에서 발견되는 스크래피, 밍크에서 발병하는 전염성 밍크 뇌병증(TME), 사슴에서 발견되는 CWD(Chronic Wasting Disease) 등이 있다.

 프리온에 의해 발생하는 이들 질환은 여타 전염성 질병과 비교해 몇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공포현상으로 대변되는 특징적인 병변이 주로 중추신경계에 국한돼 나타난다.

프리온의 특성 상 전염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염증반응 및 질병 특이 면역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차별화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매우 긴 잠복기를 가지며 일단 증세가 발현되면 100% 사망하는 치명적 질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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