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은 첨단 의료장비 싸움이다"라고들 한다. 그만큼 새로운 의료장비가 숱하게 쏟아져 나오며, 병·의원들이 저마다의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개원을 앞둔 원장들 역시 최신 의료장비를 들여놓고 싶기는 마찬가지. 특히 비급여 진료 개발을 위해 이것저것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임대보증금에, 인테리어에 이미 너무 많은 지출을 강행한 터에 과한 욕심을 내기는 어렵다. 한정된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의료장비를 구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신품"이라는데 현혹되지 말자

주위서 많이 쓰는 중간 가격대가 무난

환자 확보·안정단계 접어든 후 고가장비 고려해도 늦지 않아

진료컨셉·지역 특성 따져본 후 구입

품목별 모델 정해 가격·AS 정밀 분석

자금여력 없을땐 리스업체 이용해볼만



 개원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가 상당하다. 물론 진료과목별로 차이가 크며, 기종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내과의 경우 초음파, 내시경 등이 필요하며, 이비인후과는 ENT유니트, 레블라이저, 오디오 메탈기 등이 필요하다.
 만일 종합검진을 시행할 경우 임상병리실 내 별도 검진기기가 있어야 하며, 재활의학과는 물리치료기를 들여놓아야 한다. 외과, 정형외과 등 수술실을 마련한다면 수술도구, 수술대 및 관절경 등을 갖춰야 한다.

 비급여 진료과목에 대한 의료장비 종류와 가격은 더욱 극심한 차이를 나타낸다. 진료과목에 크게 의미가 없는 요즘에는 병·의원의 성장 활로 모색을 위해 피부, 비만 등의 비급여 아이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덩달아 장비 시장도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 있다.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체성분 분석기, 중저주파 비만치료기, 고주파치료기, 복합운동기 등도 필요한데, 3~4가지 장비를 한꺼번에 구입하려면 최소 1000만원을 호가한다. 피부클리닉에는 CO2 레이저, IPL, 레이저 토닉, 제모레이저 등이 있는데, 피부 치료 역시 관리실 장비까지 함께 갖추면 50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부터 형성되고 있다.

 이것저것 필요 장비를 고르려고 알아보지만, 무작정 구입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진료컨셉과 지역 특성을 고려해 환자군, 환자량, 예상 진료건수 등을 분석한 뒤에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 면적이나 규모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게 해서도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소비하고 병원은 "장비 전시장"이 될 수 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최신 장비에 현혹되면, 과잉 소비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의료기기 상설전시관 메드빌 성수철 의료기팀장은 "첨단이라는 말을 앞세운 고가의 장비가 상당한데, 중간 가격이면서 다른 원장들이 많이 사용하는 장비를 선택해야 한다"며 "잘되는 병원이나 선배 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알아보고, 가격도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특히 기능이 많기 보다는, 사용이 간단하면서도 성능이 검증된 것이 좋다. 성 팀장은 "중저가 장비를 사용하다가 안정 단계에 접어든 이후, 고가 장비로 교체해도 충분하다"며 "환자풀이 어느 정도 형성된 다음에는 의료장비로 승부 걸어도 되겠다는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IPL장비의 경우 최고 1억5000만원까지 하지만, 당장 환자풀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낭비라는 것. 국내 IPL제조업체인 AMT엔지니어링 김용성 전무이사는 "자사 제품을 비롯해 2000만원 선의 국내 제조업체 제품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 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피부, 비만 위주의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급형부터 시작해도 괜찮다"고 소개했다.

 필요한 장비를 선택하고 실제적인 구입를 위해 타병원의 실제 구입가를 파악하고, 각각의 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아본다. 품목별로 3개 정도의 모델을 놓고 가격, AS조건, 유지비용, 공급 및 거래실적, 장단점 등을 표를 그려 비교 분석하면,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최소한의 장비 위주로 구입을 하는데도 부담이 된다면, 신품의 50~60%가량의 가격으로 중고 의료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 병원 폐업을 강행하거나 중간 판매 등의 사유로 발생한 의료기기를 매입해 판매하는 업체가 몇 군데 있다. 그러나 저렴하다고 해서 무작정 신뢰하면 위험한데, 정확한 유통구조를 갖추지 못한 영세업체가 사후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1인 판매상 등 영세업체는 중간에 나몰라라하고 무책임하게 없어져 버릴수 있다"며 "소개를 받더라도 신뢰 여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이상호 회장도 "중국산 중고의료기기 등의 사용 피해 때문에 정부와 다각도로 중고의료기기 유통 관리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유통구조를 통한 의료기기 구입을 삼가할 것을 당부했다.

 장비 구입시 결제는 현금 결제 또는 할부, 리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현금결제는 계약금 10%를 낸 다음 세팅이 끝난 후 완납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상당 부분 의료기기의 거품이 빠진 상황인 터라 큰 할인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할부인 캐피탈은 예전에는 많았으나, 지금은 이율 증가로 할부보다는 리스를 많이 선호하는 추세다. 삼성리스 등 5~6개 리스 업체들을 통해 4~5%의 표면금리(실금리 10% 정도)의 원리금 균등상환 방법으로 구입할 수 있다. 대출보다는 연이율이 비싸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나 고가 장비를 많이 매입하는 경우에는 리스를 이용하는 것이 괜찮다.

 또한 여러 회사의 다양한 제품을 중개업체를 통해 한꺼번에 구입하는 일괄구매를 하면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장비구입에 따른 인적, 기술적, 시간적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오픈닥터스, 메디게이트, 아임닥터 등의 사이트를 이용하면 다양한 중고·신품 의료기기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으며, 필요시 의료기기 상설전시장에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할 수도 있다.

 특정 의료기기 구입을 결정했다면, 계약서에 액세서리, 납품일, 결제방법, AS조건 등을 꼭 명시해야 한다. 강조컨대 무조건 가격만 따지지말고,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는 만큼 AS조건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의료기기는 일련번호를 통해 유통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게끔 되어 있어, 제대로된 유통구조를 거치지 않았다면 본사 차원으로도 AS가 더디거나 추가 비용 부담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AS조건을 확실히 따지고 구입해야 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환자를 위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금 마련, 입지 선정, 인테리어, 직원 채용과 교육, 홍보마케팅, 장비 구입 등 6단계에 따른 "개원전 꼼꼼히 살펴볼 프로세스"를 알아봤다. 매 단계마다 살펴 보아야 할 부분이 달라 보이지만, 진료철학과 진료 컨셉만 확실하다면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삶의 기술이란, 하나의 공격 목표를 정해 거기에 모든 힘을 집중하는 것이라 했다.

 개원 준비도 마찬가지다. 각 단계별의 컨셉을 먼저, 또 따로 생각하는 "주객전도"의 행위는 금물이다. 자신만의 진료실에서 정성스런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맞이할 내일을 상상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자.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