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 등불이던 친구야 주님 품안에서 편안히 쉬어라


 경식아! 이렇게 너의 이름을 불러 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온 세상이 아름다운 꽃 대궐을 차리고 모든 나무들은 연두색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이 좋은 싱그러운 계절에 뭐가 그렇게도 급해서 우리 곁을 떠난단 말이냐.

 너는 항상 우리 동기 중 자랑스런 표상이었고 정신적인 지주인 것을 너는 알고나 있느냐?

 너는 명문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톨릭의대를 10회로 졸업한 뒤 국내와 미국에서 내과 수련을 마치고 국내 및 미국내과전문의라는 그 어려운 자격을 따내고도 그 당시 누구보다도 부귀영화가 보장되었건만 너는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하고 헐벗고 힘없는 사람의 친구를 자청하고 나섰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너는 진정 이 아등바등하고 각박한 세상에 등불이었다.

 나는 경식이 네가 그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에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결혼도 하지 않았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면 맘 놓고 남을 위한 헌신적인 삶을 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너는 이미 깨닫고 있었음을 말이다.

 너는 정말 성자였다.

 너의 독실한 신앙심과 헌신적인 삶을 위해 결혼도 포기 했을 것이고 우리가 농담 삼아 왜 성직자의 길로 아주 가버리지 그러냐고 한 적도 있었다.

 네가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대기 상태에서 솔직히 나는 너를 원망하였다.

아무리 자각 증상이 없어 검사 한번 안했다지만 빈혈이 있어 그 원인을 찾다가 말기인 상태를 알았다니 내과의사인 너의 몸 돌보는 것을 그토록 게을리 하고 오직 남을 위한 삶에만 골똘했음을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술 후 그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며칠 전 갑작스럽게 뇌사 상태에서 해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외과의사인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제 너를 다시 볼 수 없다니 허전하고 허망한 마음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작년 말에 내가 너의 병원을 방문했을 때 정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알코올중독자, 거렁뱅이, 행려자 들을 이발시키고, 목욕시키고, 밥 먹이고 약 지어주고 그 모든 것을 즐겁게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보았다.

그 모든 일에 너의 사랑과 헌신이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동안 20여년 간 42만여 명을 돌보았다니 정말 자랑스럽고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너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희생과 봉사, 성직자 이상의 의타적인 삶의 귀중한 가치를 보여 주었다.

 너는 정말 성자였다.

 너의 사랑의 씨앗은 여기저기로 전달되어 꽃피고 열매 맺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너의 아름다운 삶은 많은 이들이 본받을 것이고 못 다한 일들은 남은 이들이 이어갈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좋은 곳에 가서 그동안의 걱정 고통 다 떨쳐 버리고 평화와 자유를 맘껏 누리기 바란다.

 아! 사랑하는 경식아
 니가 그토록 따르던 주님 품안에서
 편히 쉬거라.










너의 친구 김 영 춘 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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