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계, "임시방편" 불과 자구책 마련돼야

병원계, 업체 입장 이해…연장땐 환자에게 손해



 다음달로 예정됐던 치료재료 상한가 인하가 3개월 유예됐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려면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5월 1일로 예정된 "치료재료급여·비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금액 인하" 품목 중 약물방출스텐트 9개 품목을 제외한 전체 품목에 대해 7월 31일까지 3개월 간 인하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IMF 이후 환율 감소에 따라 인상했던 치료재료 상한가를 인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급격한 가격 인하에 대한 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 이상 인하되는 품목을 지난해 11월 1일과 올해 5월 1일, 2차례로 나누어 인하하기로 한 바 있다. 인하 품목은 1만872개의 치료재료 중 73%인 7920개로, 평균 인하율은 9.14%이다.

 그러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은 최근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함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실제로 지난해에 비해 원자재 가격이 최고 10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환율도 지난해 11월 918원에서 4월 현재 992.50를 기록,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치료재료 중 수입 재료가 79%에 달하기 때문에 치료재료 원가가 상승하면 공급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KMDIA 등에서는 치료재료 상한가 인하를 6개월 유예할 것을 주장했으며 건정심에서 제안을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에 3개월 유예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의료기기 업계는 3개월의 유예기간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방의료기 이진휴 이사는 "3개월 유예로는 부족한 실정이며, 위기에 처한 업계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토로했다. 콜로플라스트 관계자 역시 "치료에 꼭 필요한 치료재료를 보험 재정 절감 측면에서만 살피는 것은 부당하다"며 "치료재료 상한가 인하는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와도 같아, 결국 우수한 제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만 부각되어 치료재료의 질적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병원계에서도 치료재료 상한가 인하는 의료기기 업계에 불합리한 처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환자를 위해서 유예기간 연장을 썩 반기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A대학병원 심사과장은 "병원에서는 어차피 실거래 구입가로 적용되기 때문에 치료재료 상한가가 인하되어도 이익도, 손해도 아니다"라며, "같은 제품을 인하된 가격에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업계만 죽어날 수 있는 처사"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인하에 찬성한다"며 "유예기간을 두어 빨리 인하되지 않은 만큼 환자들에게 손해를 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는 상한가 인하에 따라 연간 약 580억 원의 치료재료 비용 감소가 예상되어 보험자 부담 429억 원, 환자 본인부담 151억 원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터다.

 다만, 의료기기 업계는 이번 3개월 유예를 그나마의 희망책으로 보고, 자구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진휴 이사는 "고시된 사항에 대해 유예가 결정된 것 자체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업계가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선임연구위원은 "환율 뿐만 아니라 원자재와 관련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업 자체적으로 내부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비용 인상요인을 흡수하고, 자원절약형 사업구조로 변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가 및 경영 혁신 등을 통해 원자재가 더 소요됐거나 소재가 비싼 기존 제품에서 낭비요인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하고, 고부가 제품 위주의 시장을 확대해 사업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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