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을 확보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에 임대(매매) 계약을 했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자금 확보나 계약은 발품을 팔수록 득이 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인테리어는 전문업체에 맡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 "병원 인테리어"를 검색해보면, 수도 없이 많은 업체들이 등장, 검색하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지식IN같은 곳에 "좋은 업체가 어디냐"고 문의해도, 남겨지는 것은 광고성 멘트 뿐. 좋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측면은 무엇이며, 또 시공에 앞서 업체에 강조해야 할 병·의원 인테리어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진료 컨셉따른 맞춤 인테리어 효과적

환자·원장·간호사 동선까지 고려…기능성·디자인 등 꼼꼼하게


카페와 병원 독특한 결합…편하고 탁 틔여 인기

유행 좇기보다 자연스레 진료철학 뭍어있어야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인테리어 업체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주위 친인척 및 동문 선후배 등의 소개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하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친 가격경쟁에 의존한 선택은 삼가라고 강조한다. 물론 똑같은 인테리어를 할 경우 저렴할수록 이득이지만, 저렴한 것이 무조건적인 선택의 이유여서는 안된다는 것. 소비자가 예상한 예산에 맞춰서 시공하는 업체보다 소신껏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기능, 편리성, 디자인을 제안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업체의 "경험"과 "전문성"이다. 홈페이지나 자료 요청 등을 토대로 그간 인테리어 업체가 해왔던 작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병·의원에서 공사를 많이 한 업체에 의뢰를 하는 것이 업체 선정의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병·의원 인테리어는 진료과목·규모별 차이가 많기 때문에 동일 진료과목 인테리어 경험이 많은지를 알아봐야 한다. 진료과목에 대한 특성 및 기본적인 의료장비(용도·규격·전원 등), 환자 및 원장, 간호사 동선 등 기본적인 상식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지도 따져본다. 주변 입지여건 및 마케팅(시장성) 진료과목 특성에 맞는 기능성과 편리성, 디자인 등을 조율해 하자없는 마감을 제안할 수 있는 업체라면 의뢰할 만 하다.

 업체를 선정했다면, 인테리어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예비원장 스스로 원하는 컨셉을 생각, 업체에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이때 유행을 따지는 등 인테리어 자체만 의존할 게 아니라, 생각한 병원과 진료 컨셉에 따른 인테리어를 구상해야 한다. 닥터멤버스 인테리어팀 장성상 실장은 "과거에는 엔틱, 모던풍 등 유행에 민감했지만, 현재는 개인·병원별로 천차만별"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 자체 컨셉이 먼저가 아니라, 진료컨셉과 아이덴티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진료할 것인지, 어떻게 병원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인테리어가 진행되기 전에 명확히 정해져야만 한다는 것. 공간 배치 등의 기본적인 인테리어 컨셉은 원장의 경영마인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인테리어 업체한테 맡긴다고 대신해주지 못하며, 그래서도 안된다.


 이는 "제네럴닥터"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범 원장<사진>도 수차례 강조하는 바다. 김 원장은 카페라는 공간을 병원과 독특하게 결합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주인공.

 김 원장은 "최근 유행해온 모던하고 세련된 풍은 병원마다 똑같은데다, 인위적 느낌이 많다"며 "인테리어 컨셉 따라 병원을 맞추지 말고, 진료 철학을 세워 병원, 인테리어 곳곳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 진료를 항상 챙기는 "지역 주치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김 원장은 환자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의사가 사는 집" 컨셉으로 카페와 함께 문을 열게 됐다. 꽉 막힌 공간이 아닌, 트여있는 진료실에 환자는 소파에 앉아 오랜시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인간적인 진료에 초점을 맞추려다 보니, 카페라는 공간이 환자와의 소통을 위한 중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또한 환자가 왜 아픈지 알기 위해 이루어지는 세심하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편안하면서도 탁트인 진료실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제네럴닥터의 진료실에서는 최소 30분, 최대 4시간까지 진료가 이어지는데, 특히 김 원장은 의사도 행복할 수 있다는 측면을 부각했다. 종일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보통의 원장들이 진료실을 "감옥"이라고 표현하는 터다. 김 원장은 "의사 스스로도 편안하고, 즐겁게 진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며 "진료 컨셉, 의사와 환자 둘다를 위한 편안한 인테리어는 카페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자인회사의 대표이기도 한 김 원장은 환자 중심의 진료 철학을 갖고 있으나, 실현 방법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의료환경, 소통, 도구의 "의료디자인" 설계에 있어서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진료 컨셉을 잡았다면, 인테리어 설계를 시작할 때 살펴봐야 할 부분을 꼼꼼히 따져본다. 병원 인테리어는 다른 곳과 달리, 효율적인 공간 배치가 가장 중요시되어야 한다. 장성상 실장은 "주사실, 수액실 등 공간의 구분이 많은데다, 필요한 장비가 많은 병원 인테리어는 효율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접수대, 진료실, 처치실은 최소의 동선이 되도록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처치베드, 주사대와 의자, 기기선반, 싱크대 등을 배치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며, 주사실이 별도 배치되지 않은 경우 주사실과 함께 진찰대, 주사약장, 검사기기 등을 배치하게 되므로 충분한 공간 확보가 있어야 한다. 벽에는 주사약이 묻어 얼룩이 질 경우가 있으므로 씻어낼 수 있는 마감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개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스테틱을 운영하고 싶더라도, 인테리어를 다시 뜯고 진행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단히 어렵다. 미리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들여올 장비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환자들의 개인 프라이버시에도 유념해야 한다. 골든와이즈닥터스에 따르면,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불편할 경우를 위해 내원 환자에게 긴장감을 주지 않도록 진료실과 시각차단이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진료시간과 고객 마인드 조절이 가능하도록 고객을 편안하게 서로 시선이 닿지 않도록 구성한다. 직원들이 환자를 파악하기 쉽게 하되, 현관에서는 고객이 보이지 않도록 하고, 딱딱한 의자보다는 안락한 의자를 배치하여 환자 심리를 안정시켜주는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인테리어 업체를 결정한 후라도 시공 전 주요 마감 사양에 대한 투시도 및 시공 자재에 대한 견본을 추천받은 후 검토가 필요하며, 공사업체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무작정 업체에 맡기고 "돈을 낼테니 알아서 하라"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업체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그들에게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못한 공간에서 수년간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실이 정말 감옥처럼 느껴지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설계 도면은 잘 모르더라도, 흰 종이를 꺼내 자신의 진료컨셉에 걸맞는 필요한 인테리어 밑그림을 한번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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