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도 치료 프로그램도 준비는 되어 있다

 국내 재활의학의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임상에 있어서는 한국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는 상황. 2007년 대한재활의학회(이사장 고영진)가 창립 36년 만에 제4회 세계재활의학회(World Congress of International Society of Physical and Rehabilitation Medicine)를 국내에서 개최했다는 사실은 국내 재활의학의 국제적인 위치를 잘 반영해준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재활치료 프로그램도 이를 반증한다.

개괄적으로 물리치료(Physical Therapy),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 언어치료(Speech Therapy), 심리치료(Psychology Services), 보조기 및 의수족(Prosthetics & Orthotics Lab )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들은 물론 세부적으로 열전기치료(Thermoelectricity Therapy), 수치료(Aqua Therapy), 림프부종치료(Lymphedema Therapy) 등 최신의 기술·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도입, 운용하고 있다. 즉 최고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마련되어 있다는 것.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런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는 재활전문병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재활전문병원의 부족은 자연스럽게 의료전달시스템의 공백을 만들고 그 공백 속에 쌓여가는 재활환자들은 고스란히 대학병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대학병원에서 재활전문병원으로, 그리고 요양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의 미흡함, 그리고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환자수요는 이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고의 시설과 숙련된 치료사들이 있는 대학병원이지만 늘어나는 환자 모두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다. 미완성의 하드웨어로 최신의 소프트웨어를 운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체적으로 대학병원과 재활전문병원들 간의 의료전달체계·연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재활병원이라는 틀 안에서의 역할분담을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안착시키려는 병원들의 움직임들이 있다. 우선 국내 최초 대학병원 부속 재활병원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재활병원을 통해 국내 재활의학의 현주소를 조명해 본다.



국내 최초 대학병원 부속 연세의대 재활병원 엿보기


원내 관련과와 연계…전문적·신속한 협진을

소아환자에 최적환경 고등학교 수준 재활학교

재활전문병원·경험 많은 전문치료사 태부족

진료에 눌려 연구·교육 소홀한 현실 안타까워


 연세의대 재활병원(원장 박인숙)은 국내 최초의 대학병원 부속 재활병원이라는 존재 자체로도 의미를 가진다. 1952년 국내 대학병원 최초의 물리치료실에서 시작하여 1993년 재활원에서 재활병원으로 개칭되기까지의 과정은 국내 재활의학의 역사를 보여준다. 게다가 연세의대 재활병원 이외에 정식으로 부속 재활병원을 가지고 있는 의대가 아직 없다는 사실은 이를 더욱 상징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런 재활병원의 대표적 장점은 대학병원 내 각 전문분과와 연계할 수 있다는 것. 즉 연계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재활이 필요한 다양한 환자에게,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빠른 시간에"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과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교통사고로 인한 척수장애였지만 최근 뇌손상 환자가 가장 많은 현황에서 연계시스템은 빛을 발한다.

 뇌손상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치료 및 재활이 이뤄져야 최대한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다른 분과 안에서 재활의학의 효용성에 대한 높은 인식은 연계시스템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줬다.

 연대 재활병원의 소아재활은 연계시스템과 더불어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연대 재활병원 내 재활학교. 재활학교는 최초 소아마비환자를 위한 기숙사 형식의 소아재활원으로 시작해 이제는 고등학교 수준까지 확대된 정식 학교다.

 정상적인 구조는 아니지만 이 덕분에 소아재활의 비중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치료 프로그램 시설에도 아동물리치료실, 아동작업치료실, 아동일상생활 동작훈련실, 조기유아교육실 등 소아에 관련된 분야가 많이 눈에 띈다.

 소아환자의 병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 역시 뇌손상이다. 그렇기에 소아환자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합병증을 고려할 때 소아신경과를 비롯한 소아정신과, 소아정형외과 등 관련 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연계시스템은 소아환자들에게 든든한 방파제가 된다.

 연계시스템과 함께 연대 재활병원 내에 있는 재활학교는 원활히 움직일 수 없고 일반교육을 받을 수 없는 소아환자들에게 최고의 치료환경을 제공한다. 소아재활은 단순한 기능회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점을 감안해야하기 때문.

 "성장"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소아재활환자는 복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소아재활환자 치료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소아재활에서는 선천적인 기능의 습득과 함께 사회에서 얻어야할 경험적인 부분도 치료과정에 포함시킨다. 일차적으로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이차적으로 오는 경험부족이 기능장애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계시스템의 일부로 진료와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대학병원의 특성도 꼽을 수 있다. 현재 뇌손상에 대한 줄기세포연구는 대표적인 예. 치료해도 차도가 없는 중증 뇌손상환자에게 최신의 방법을 사용해 치료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연구의 효과 및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능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대 재활병원은 대학병원 내 연계시스템의 장점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현 재활의학계의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학병원은 기본적으로 입원 위주의 환자를 돌보지만 연대 재활병원의 경우 입원보다는 급성기·아급성기 환자를 대상으로 기능회복을 통해 일상·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환자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많은 인원이 오랜 시간을 들여 진행되기 때문에 관리할 수 있는 환자의 수에도 한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환자의 순환을 위해서 재활전문병원으로의 전달체계가 있어야 하지만 중간 역할을 맡아야 할 재활전문병원의 부재가 환자 정체현상을 야기한다는 것. 소아재활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소아재활환자는 24시간 가까이 보호자가 보살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이어서 입원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160여 병상을 가지고 있는 연대 재활병원의 경우도 치료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중증환자를 적정수준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요양병원으로 보내야 함에도 이를 위한 의료전달체계가 충분치 않고 직접 찾더라도 적합한 기관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외래를 통해 진료를 할 경우에는 2~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보호자들이 쉽게 소아환자의 치료를 포기하거나 병원 외의 다른 시설에 의탁하는 것 역시 녹록치 않아 대학병원이나 보호자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대학병원의 "역할"에도 영향을 준다. 진료와 연구, 교육이 함께 진행돼야 하지만 진료의 양에 눌려 상대적으로 연구와 교육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는 것은 아니지만 눈앞의 환자를 방치할 수도 없어 답답한 노릇이다. 이에 따른 연구인력의 부족과 교육의 차질 발생도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경영·운영상 어려움을 들 수 있다. 이는 대학병원의 손익 문제를 떠나 치료 시스템 유지가 힘들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인건비 부담으로 치료사를 쉽게 늘리지 못할 뿐더러 경험있는 치료사 확보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아 온 소아환자의 경우에는 치료사와 환자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상황도 발생한다. 심하게는 치료사가 환자를 책임지기에는 버거워져 치료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국내 재활의학이 마주하고 있는 미진한 의료전달체계, 경영난 등의 역풍은 분명 뚫고나가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가 이대로 고착화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재활의학이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것은 현재 재활의학에 대한 필요성과 앞으로의 잠재수요 역시 이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대조건에 맞춰서 시작하는 병원들이 있다. 이 병원들 역시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내듯 조금씩 해결책을 마련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러스크 재활전문병원 그리고 파크사이드 재활전문병원을 통해 대학병원의 변화, 의료전달체계 및 연계시스템 구축, 재활전문병원의 역할에 대해서 조명해 본다.


▶도움말

- 박은숙 연세의대 재활병원장

- 백남종 서울의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 이규한 러스크 재활병원장

- 박인선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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