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저수가로 실상은 제대로된 치료하기가 겁나

수익 급급해지면 재활서비스 이미지 나빠질게 뻔해


 재활의학과의 상승세는 최근의 전공의 모집 현황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08년 재활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148.7%로 피부과(175%), 정신과(174%), 정형외과(157%), 성형외과(156%)에 이어 총 26개의 전문과목 중 상위 5위의 지원율을 보였다. 올해 전문과목의 절반인 13개 과목이 미달사태를 맞았다는 사실은 상위 인기과에 집중된 지원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증한다.

 2006년 병협이 분석한 2001~2005년 전공의 평균 지원율 증감현황에도 재활의학과는 +13.9%p 상승하며 신경과(+28.5%p), 내과(+27.2%p), 가정의학과(+20.8%p), 정신과(+17.9%p)를 이어 명백한 인기과로 급부상했다. 배출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수도 매해 증가추세로 올해를 기점으로 한해 100여 명의 전문의가 탄생하게 된다.

 재활의학과의 인기는 졸업 후 개원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큰 몫을 한다.

 모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전공의 2년차 K씨는 "최근에는 배출되는 의사 수가 많기 때문에 많은 전공의들이 학교에 남기보다는 개원을 생각하고 있다"며 "재활의학과는 수술 등의 위험부담이 적고 노인인구의 증가로 그 요구도가 높아져서 개원 후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원가 전문의수요 급증

 재활의학과의 인기는 개원가에서도 실감케 하고 있다. 요양병원, 재활병원의 급증에 따른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서다.

 특히 재활의학 전문의 확보에 따른 행위별 수가 인정과 요양병원의 재활치료에 대한 관심으로 다수의 요양병원이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대거 채용에 나서면서 재활의학과 전문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A요양병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몸값이 1억에서 1억5000만원까지 뛰었다"며 "지방의 경우 서울의 두 배까지 올려도 지원하는 전문의가 없다"고 재활의학과 전문의 품귀현상을 토로했다.

 겉보기에는 타과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만한, 재활의학과의 인기를 실감하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작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은 요양병원 자리를 기피하면서 갈 데가 마땅치 않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의학 전문의 B씨는 "재활의학 전문의라고 해도 전문재활치료를 담당하는 제대로 된 재활병원에서 일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호소했다. 대한재활의학회 고영진 이사장도 "진정한 의미의 재활의학과 의사의 역할보다는, 많은 환자를 입원시켜 처방을 내는 수익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요양병원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재활치료의 질과 환자들로 하여금 재활서비스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이미 과잉

 지난 2005년 복지부는 향후 노인요양 수요인구에 대한 추계와 함께 필요시설 규모를 집계한 바 있다. 인구 구조가 고령화를 향해 급속하게 내달리자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의 복지, 의료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의지가 발동한 것이다.

 복지부의 추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10%인 500만여 명을 노인인구로 간주하고 이중 10만여 명을 와상환자로 예상, 8만 명은 재가센터, 2만명은 노인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2005년 당시 전국 요양병상 수는 필요병상 수의 절반인 1만 병상에 불과, 복지부는 오는 2011년까지 요양병원에서 약 3만 병상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요양병상 확충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6년 361곳이던 요양병원이 2007년 558곳으로 1년 사이 200개가량 늘었다. 병상수로는 2007년 7월 기준으로 6만 병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별도의 종별 구분이 없어 정확한 숫자 파악이 어렵지만,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개설해 전문재활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재활(의학)병원도 크게 늘어났다.

 복지부가 2011년까지 목표로 추계한 필요 병상수를 두 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전문재활병원에 승부 걸어야

 이럴 때일수록 재활의학과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며 전문재활치료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병원들이 있다.

 재활병원의 모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보바스기념병원 손성곤 원장은 "요양병원들을 보면 2년만에 수익을 내고 그만두겠다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제대로된 병원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로 보바스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선진국에서나 대형병원에서나 있음직할 정도로 비용이 들지만, 재활치료에 도움이 많이 되는 수중치료를 위해 10억여원의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또다른 모델이 되고 있는 러스크병원도 마찬가지. 러스크병원 박선구 원장은 "마치 수용시설과도 같은 기존 재활병원 시스템으로는 전문재활치료를 담당할 수 없다"며 "환자 편의의 최적을 위해 치료공간을 확보하고, 환자가 치료받으면서도 즐길 수 있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스크병원의 경우,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통해 화면을 보면 잔디밭 위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보행훈련을 실시할 예정 등 새로운 재활프로그램 개발에 한창이다.

치료하면 할수록 적자

 그러나 제대로된 재활치료를 담당한다 해도 수가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손성곤 원장은 "8시간 내내 1대1로 물리치료사가 청구되는 비용은 1만원 수준으로 특히 수중치료의 경우는 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서 검진상품 개발, 병원 앞에 세워지는 실버타운과의 연계로 노인병 예방에 앞장설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등 재활치료 외적인 것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자금력과 규모를 갖춘 병원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러스크병원같은 일반 재활병원은 재활치료에 있어 수익이 나지 않으면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박선구 원장은 "정작 잘되면 피해를 보는 병원은 전문재활치료에 의욕을 갖고 추진하려는 병원"이라며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위해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소수에 불과한 전문재활치료를 담당하는 병원들이 의욕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요양"-"재활" 종별 구분 시급

 엎친데 덮친격으로 급증하는 요양병원 때문에 재활치료비가 삭감까지 되고 있다.

 희민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한재활의학과개원의협의회 박명희 회장은 "현재 90% 이상 병상을 가동해야만 간신히 운영되는 수준이지만, "재활기능치료"라는 항목으로 심평원에 청구하면 요양병원의 잣대를 들이대며 청구건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특히 의료기관에 대한 기획현지조사 대상항목 사전예고 계획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실사에 전문재활치료 청구기관이 들어가면서 삭감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따라서 요양병원보다 급성기, 아급성기 환자를 위해 재활치료를 더 강화한 재활병원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이 종별 구분없이 모두 요양병원으로 묶여져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재활 치료의 필요성을 정부가 인지하고, 감기, 설사 진료처럼 재활치료를 전체국민에 대한 원가만 따지려하지 말아야 한다"며 "5년, 10년 이후의 제대로된 재활치료의 미래를 위해 재활병원을 종별 구분하고 재활수가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간단계 전문병원 확충돼야

 속을 들여다보면 재활의학과를 마냥 장밋빛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당장 시급한 문제가 재활의학의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구멍이 난 곳은 전문재활병원으로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중간단계의 병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세브란스 재활병원 박은숙 원장은 "대학병원은 대기하고 있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3주 이상은 입원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하고 있으나 환자들을 전원시킬만한 중간단계의 재활전문병원이 없어 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요양병원은 많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용소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의료진들도 요양병원에 대한 신뢰가 없어 전원 대상병원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에서 재가치료나 요양병원으로 가기 전 중간 단계의 역할을 해 줄 전문재활병원의 활성화가 재활의학 의료전달체계의 완성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재활의학에 대한 적정한 수가보상으로 우선 재활병원이 요양병원과 종별로 구분되는 작업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어 민간의료시설인 재활전문병원이 보다 질 높은 의료재활을 시도할 수 있도록 재활치료수가의 현실화, 본인부담률 인하 및 낮 병동 수가의 신설 등 실질적인 보험급여지원이 절실하다.

 고령화 시대,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활의학이 바로서지 못하면, 재활의학의 미래는 어둡고 더 나아가 재활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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