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추가경정 자금예산서 확인 결과 의료수익 2조 1178억원, 의료이익 1813억원 예상
본예산에서 각각 1211억원, 1222억원 줄어…의료이익은 본예산 대비 40%까지 하향조정
2019년 의료이익에 못 미칠 듯…의료수익은 줄고 의료비용은 늘어난 형태로 예산 수정

연세의료원 전경
연세의료원 전경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연세대학교의료원이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수입 감소를 피하지 못한 모양새다. 

가장 최근 작성한 추가경정 자금예산서(추경 예산서) 확인 결과, 의료수익과 의료이익 모두 2020년 본예산에 비해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이익은 본예산 대비 4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추경 예산서가 사실상 연세의료원의 2020년 마지막 수정 예산서일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대략적으로만 짐작한 의료기관의 수입 감소가 기정사실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예산편성 기본방침 '코로나19 등에 따른 비상경영체계'

주요 사업계획 '수입감소 대비 관리운영비 등 절감'

이 같은 사실은 연세의료원의 '2020년 회계연도(2020년 3월 1일~2021년 2월 28일) 추경예산서'를 통해 드러났다.

추경예산이란 '추가경정 자금예산'의 줄임말로, 매년 초 예산이 정해진 뒤 새롭게 생긴 각종 사유로 말미암아 이미 정한 본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예기치 못한 요인이 생길 때 수정하는 '보정(補正)예산'과 같은 의미로, 본예산의 부족을 보충하는 '추가예산'과 지출을 삭감하거나 조정하는 '경정예산'을 합해 칭한다.

재무제표 공시의무가 있는 단체나 기관, 법인들은 한 해 동안 이 추경예산을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3~4회 작성하기도 한다.

연세의료원은 통상 매년 11월경에 추경예산을 공시하는데, 그 수치는 이듬해에 공개하는 최종 결산서의 수익·비용·이익 금액과 오차가 크지 않아 당해 마지막 추경예산서만으로도 그해의 살림살이 결과를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올해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연세의료원의 경영에 예기치 못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해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는 수정된 추경예산서 총칙의 '기본방침'과 '사업계획'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 올해 초에 작성한 본예산 총칙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들로 가득하다.

수정된 총칙에 따르면 기본방침의 경우 △기관별 재정건정성 확보 △코로나19 등에 따른 비상경영체계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긴축 예산 편성 △유동성 확보 및 고정비 증가 억제를 통한 위기대응 역량강화 등이고, 사업계획은 △불요불급한 비용 미배정 및 절감으로 재정 안정화 추구 △수입감소 대비 관리운영비 절감 등이다.
 

본예산에 비해 의료수익은 감소했는데 의료비용은 증가
의료이익 본예산보다 1222억원 낮게 책정…인건비만 늘 듯

추경예산서 확인 결과, 연세의료원은 2020년 회계연도에 약 2조 5217억원의 의료수익을 예상했다.

2017년도에 처음으로 의료수익 2조원을 넘긴 이후 4년 연속 2조원 클럽에는 무난히 안착할 전망이다. 

의료비용은 2조 3404억원이 예상되는데, 이는 연세의료원 사상 최고액이다.

의료비용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보면 인건비 8998억, 재료비 9337억, 관리운영비 5069억원을 염두에 뒀다.

결국, 연세의료원의 2020년도 예상 의료이익은 전기(2019년도) 최종 결산 2379억원보다 약 566억원 줄어든 1813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세의료원 2020년 추가경정 자금예산서 재구성.

눈여겨 볼 점은 본예산과 추경예산의 차이다.

연세의료원은 올해 초 본예산 공개 당시에 2020년도 의료수익, 의료비용, 의료이익을 각각 2조 6428억원, 2조 3393억원, 3035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초 2020년의 의료수익, 의료비용, 의료이익 모두 2019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의미다. 

하지만 1월부터 코로나19를 겪고 난 이후 약 10개월 뒤 공시한 이번 추경예산서를 통해 의료수익은 감소하고 의료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 이에 따라 의료이익도 3035억원에서 1813억원(1222억원 하향조정)으로 변화를 줘 예년보다 실적이 하락할 것임을 기정사실화 했다. 

실제로 연세의료원은 추경예산의 의료수익을 본예산에 비해 1211억원 감소시킨 반면, 의료비용은 11억원 증가시켰다.

특히, 총칙의 사업계획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리운영비와 재료비 등을 절감해 코로나19에 따른 수입감소를 대비한 것도 눈에 띈다(재료비 94억원, 관리운영비 139억원 하향조정).

또 하나의 특징은 본예산 대비 추경예산의 증감률과 2019년 결산 대비 추경예산 증감률이다.

우선, 본예산에 비해 추경예산 의료이익이 최종적으로 40.3%까지 하향조정 됐다. 

아울러 의료비용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항목인 인건비, 재료비, 관리운영비 중 인건비만 본예산에 비해 2.8% 증가(8310억원→8998억원)시켰는데 올해 3월 1일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2019년 결산과 비교하면 추경예산의 의료수익, 의료비용은 모두 증가하지만 의료이익은 결국 23.8% 하락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연세의료원은 2020년의 실제 수입이 본예산과 2019년도 결산에 비해 모두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수입감소, 특정 병원만의 현상 아닐 것

코로나19만큼 의료계 파업 영향도 커

이와 관련 병원계에서는 코로나19 악재로 인한 수입 감소가 연세의료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병원에 나타날 현상이라고 확신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아직 추경예산을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본원도 코로나19 때문에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지난해보다 낮은 수입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의 병원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최종 실적이 증가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DB

게다가 8월 초에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계 총파업도 코로나19와 함께 병원 실적을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코로나19보다도 올해 여름에 있었던 의료계 총파업으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현장을 오랫동안 이탈한 것이 경영악화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들린다"며 "여러 가지 변수가 겹쳐 2020년은 지난해보다 많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의료수익이란 의료외수익을 제외한 진료수익, 기타의료수익 등으로 구성된 소위 매출을 의미하고 여기에 의료비용을 뺀 나머지가 순수 의료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의료이익을 뜻한다.

의료비용은 인건비와 재료비, 관리운영비를 모두 합한 수치이며 이 중 인건비는 급여, 제수당, 퇴직급여 항목으로 나뉘고 재료비는 약품비, 진료재료비, 급식재료비로 구성된다.

관리운영비의 경우 소모품비, 복리후생비, 외주용역비, 연구비 등 가장 다양한 항목이 존재한다.

한편, 이번 연세의료원의 추경예산서 집계에는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이 모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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