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높이뛰기 종목 금메달리스트는 딕 포스베리다.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까지 높이뛰기 종목은 앞을 보고 도약해 몸을 비틀어 바를 넘는 스트래들 기술이 대세였다.

193cm의 키를 가진 그는 스트래들 기술로는 성공을 거둘 수 없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높이뛰기 종목 지역 선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선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높이뛰기 기술을 연구, 종목에 대한 접근법 자체를 바꿔버리는 계기가 된 포스베리 플롭, 이른바 '배면뛰기'를 만들었다.

뒤로 점프해 등을 굽히며 바를 넘는 이 기술로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고, 당시 정형화돼버린 높이뛰기 기술의 근본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요즘말로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기업은 모더나와 화이자다.

두 기업은 전 세계의 일상을 뒤바꾼 코로나19(COVID-19) 백신 후보물질을를 개발,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긴급사용을 신청했다.

두 기업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은 94.5%, 95%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모더나 스테파네 방셀 CEO는 "백신이 95%의 사람들을 예방할 수 있다면, 죽음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백신 개발은커녕 물량 확보마저 뒤쳐진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은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이 상용화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5000만회 분량을 공급받기로, 또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와 각각 1억 2000만회분을 공급키로 합의했다. 이는 일본 인구가 두 번씩 맞고도 남는 물량이다.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총 인구를 넘어선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캐나다는 인구 1인당 10.9회분을 확보했고, 미국도 전 국민이 7.9회분을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는 개발 및 임상 추이를 봐가면서 생산이 가능한 거의 모든 백신 업체와 접촉했고, 현재 5곳 정도와 물량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게다가 협상 중인 백신 물량은 국민의 60%가 딱 한 번 접종할 수 있는 3000만명분 정도로 알려진다.

지금이라도 예산 9000억원을 추가, 최대 44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겠다 나선 것은 칭찬한다.

하지만 신종플루 사태 당시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GSK의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구걸하러 다녔던 때는 잊은 것 같다.

이제라도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백신 주권 전쟁에 나서는 한편, 정부와 제약바이오 기업이 천명한 K-바이오 투자 계획을 공염불로 끝내지 않는다면 우리도 딕 포스베리처럼 게임체인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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