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여부 놓고 법학자 간 이견
의협 자율적 면허관리권한 부여 필요도 제안돼

대한의사협회는 26일 한국의료법학회와 공동으로  의료관계법의 제문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한국의료법학회와 공동으로 의료관계법의 제문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지난 8월 의료계 파업 당시 정부가 진료명령을 발동한 근거인 의료법 59조가 의료인을 동반자가 아닌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어 법률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의료법 8조의 결격사유와 관련해서는 확대론과 확대 불가론이 대립됐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한국의료법학회와 공동으로 '의료관계법의 제문제'라는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여한 김봉철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도권과 명령권을 규정한 의료법 제59조는 헌법 제37조 제2항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의료법 59조는 기본권적인 측면에서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양심실현의 자유, 자기결정권,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법 제59조을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을 하더라도 위헌으로 선언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의료분야에서 입법자의 입법재량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은 의료법 제59조가 입법적 하자가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법 59조는 의료인과 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면서, 규제위반에 대한 광범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인은 의료법을 통해 보건의료 정책의 동반자가 아닌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을 위한 도구로 전락된다"며 "의료법 59조는 제2항은 어떠한 절차적 요건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복지부 장관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업무개시 명령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김봉철 연구위원은 "앞으로 보건의료 관련 입법 시 세심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정책 입법과정에서 의료인단체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입법화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도 의료법 제59조가 진료거부에 준하는 구체적 법익침해가 있을 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올바르다며, 법익침해가 발생할지 여부도 모르는 추상적인 위험을 가정해서 명령을 발동하고, 미이행시 처벌하는 것은 균형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변호사는 "지난 8월 파업당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까지 행정명령한 것이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의료법 59조가 의료인의 직업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드러냈다"며 "한 달 내 행정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동세미나에서는 의료법상 형선고 관련 결격사유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발표자와 패널 간 의견차이를 보였다.

'의료법상 형선고 관련 결격사유의 체계적 정합성'을 발표한 이진국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운 교수는 "2000년 개정 이후 의료법이 결격사유와 면허취소사유를 동일하게 설정한 것은 범죄를 범한 현직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의료업에 사전적으로 진입을 제한하는 형선고 결격사유를 터무니없이 좁게 설정하는 것은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의료법 8조 제4호의 결격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선고' 전과로 확대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김봉철 연구위원과 이재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겸 법무법인 명재 대표변호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법 8조 직무범죄만을 결격사유로 한정한 것은 타당하다며, 의료법이 법체계 정합성이 있고 다른 법률들이 의료법을 모델삼아 개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재희 법제이사 역시, 이진국 교수의 결격사유 확대를 통한 의료인 집단 이기주의 탈피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변호사법도 결격사유의 결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듯 의료법의 결격사유 결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봉철 연구위원은 대한의사협회의 자율적인 면허관리권한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자율적인 면허관리기능은 변호사협회처럼 자체적인 징계를 할 수 있는 자율적 권한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다만, 자율적 면허관리에 대한 복지부 장관에게 시정명령, 의견진술권 등의 감독권을 부여해 국가에게 최종적인 관리기능을 부여하는 조건은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의협의 자율적인 면허관리기능 부여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의협이 선제적으로 전문가평가제를 강화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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