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교수(수련교육부장)
"정부가 전공의 수련 비용 지원해야 환자 안전 더 높아질 수 있어"
내년 2월 외과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발족 예정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지난 2018년 대한외과학회가 외과 수련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책임지도전문의제도를 시작했다. 환자 안전과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외과학회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해서 당시에도 눈길을 끌었다. 

책임지도전문의란 전공의 교육 및 복지, 지도전문의 관리·감독 등을 총괄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프로그램 디렉터(Program director)'라는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제도 도입 몇 년이 지난 지금 책임지도전문의의 운영 상태는 어떨까? 외과학회에서 책임지도전문의 관련 전반을 지휘하는 여의도성모병원 김성근 교수(위장관외과, 수련교육부장)를 만나 그동안의 상황을 들어봤다.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김성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김성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2018년 2월 처음 시행 이후 현재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순항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책임지도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고 기초를 닦는 시기였다. 초기보다 권한이 많아졌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유능한 외과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지식과 술기 두 영역으로 나누고, 이를 또 핵심(core)과 전문(advanced)역량으로 분리해 수련시키고 있다.

핵심역량은 전공의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고 수행해야 하는 부분이고 이후 전문역량을 습득하고 수행해야 한다. 

책임지도전문의들이 전공의들과 면담도 하고, 프로세스를 리뷰하면서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부터 외과학회에서 각 수련병원에 이 제도가 잘 운용되는지 실사를 예정하고 있다. 

-책임지도전문의의 역량도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이다. 외과의사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교육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또 책임지도전문의가 되려면 지도전문의 최소 4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지정은 각 병원에서 알아서 하지만, 책임지도전문의가 되면 최소 3년 동안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현재 봄과 가을에 책임지도전문의에 대한 교육과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 대부분 학회에서 책임지도전문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 제도를 운용하는 학회는 거의 없다. 외과학회가 앞장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학회 임원진이 전공의 수련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한 덕분이다. 또 수련병원에서 책임지도전문의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전공의 TO를 배정하지 않는 등의 강수를 뒀던 이유도 있다.

내년 2월 '외과 책임지도전문의 협의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외과가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서면 다른 진료과들도 함께 하지 않을까 한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어려운 점은 없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업무라고 해야 할 정도로 힘든 점이 많다. 교수가 자신의 시간을 따로 떼서 전공의들을 가르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 오히려 환자 진료시간이 줄어 수입이 감소할 뿐이다.

그래서 일부 외과의사는 책임지도전문의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논문을 써 경력 관리를 하는 게 낫고, 진료를 많이 봐 수입을 더 올리는 게 이득이라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책임지도전문의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전공의들을 수련시키려면 정부나 병원에서 지원이 필수적이다. 

-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정부는 전공의들이 교육생이라는 것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번 의사 파업 때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빠져나가자 진료가 마비됐다. 전공의들이 근로자이기도 했다는 방증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도 전공의 수련에 관심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

수련병원들이 수련의들을 잘 교육하기 위해 책임지도전문의 제도를 운용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이를 운영하려면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 희생에는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병원이 책임지도전문의들에게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재원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또 전공의들이 수련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지원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학회에도 보내고, 수술 건수도 파악하는 등 이 모든 것을 책임지도전문의가 할 수는 없다. 책임지도전문의를 지원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정부가 지원해줘야 운영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이런 지원 인력을 의무기록사나 간호사 등이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는 어느 정도 의견 합의가 됐지만,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다. 

- 기재부 등 정부가 지원하려면 왜 세금을 전공의 수련에 투입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 

환자 안전이 첫 번째 이유다. 전공의들이 제대로 수련받아야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려면 전공의들이 교육받을 시간을 담보해 줘야 한다. 지금은 전공의들이 병원 업무를 하느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렵다. 정부가 수련 비용을 지원해주고, 관리하면 된다. 앞으로는 전공의들은 교육받고, 그 빈 자리는 입원전담전문의, PA 등이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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