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백신 나올 가능성 커지면서 확보·접종 계획에 진입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중국, 러시아에 이어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도 각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9일 mRNA 코로나19 백신 'BNT162b2'이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90%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는 소식에 이어 18일 95%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제약사 모더나-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는 지난 17일 mRNA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이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94.5%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잇따라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교는 23일 바이러스 벡터 기반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19 백신 'AZD1222'이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최대 90% 효능을 보였다고 공개했다. 

분석 결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예상 가격이 1회 접종에 약 3000원으로 화이자가 제안한 1회 접종에 2만원 또는 모더나가 제안한 1회 접종에 약 2만5000원보다 현저히 저렴했다. 

각 제약사 보도자료. 메디칼업저버 자료 재구성. 그래픽 김해인 기자.

 

세 백신은 모두 2회 접종이 필요하지만 화이자는 3주 간격,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는 1달 간격으로 접종을 완료한다. 

각 백신 임상 연구 결과를 보면 백신 후보들은 90% 효능 이상을 보였고 제약사에 따르면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임상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동료평가를 걸쳐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지 않고 보도자료로 발표된 점에서 제한된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미국 등의 보건당국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할 예정이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화이자 백신을 운송하기 위해 영하 70℃에 보관해야 할 수 있으며, 모더나 백신은 비교적 낮은 영하 20℃에 보관, 아스트라제네카는 2~8℃에서 보관할 수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 코로나19 백신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례적인 속도로 이뤄지자 각 나라의 보건당국은 백신을 확보하고 보급 및 접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기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기관은 180개였으며 이 중 35개가 백신 연구의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임상 3상에 진입한 제약사 중에서 선두주자는 중국에서 칸시노 시노팜과 러시아는 가말레아연구소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NIAID, 아스트라제케라-옥스퍼드대, 존슨앤드존슨 등으로 떠올랐다. 

중국 보건당국은 칸시노와 시노팜이 임상 3상을 완료하지 않았지만 백신 후보를 허가하고 접종하기 시작했다. 외신 CNN에 따르면 약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중국발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받았다.

러시아 가말레아연구소도 유사하게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 허가를 받았으며 러시아 보건당국은 이를 보급·접종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제약사들, 특히 화이자가 최초로 90%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는 소식을 평가한 조지타운로스쿨 로런스 거스틴(Lawrence Gostin) 교수는 임상 3상 중간결과가 "가장 낙관적인 기대를 뛰어넘었다"면서 효과적인 백신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미국 NIAID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소장도 백악관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빠른 속도가 안전성을 전혀 타협하지 않고 과학적 무결성을 훼손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성과는 이전에 몇 년 걸렸던 연구가 몇 개월로 단축할 수 있는 놀라운 과학적 발전을 반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백신을 어떠한 근거로 허가할 건지, 어떻게 확보 및 운송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FDA, 곧 긴급사용승인(EUA) 결정을 내린다

제약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백신 허가 절차를 우선 밟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통적인 허가 절차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서 데이터 수준이 낮지만 빠른 백신 허가를 터득할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할 전망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모티즈법대(Mortiz College of Law) 파트리샤 제트러(Patricia Zettler) 교수에 따르면 FDA가 백신을 EUA 절차 하에 승인한 것은 탄저병 테러사건을 제외하고는 없었다며 앞으로 FDA가 EUA를 승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트러 교수는 "지난주부터 화이자는 90% 이상, 모더나는 94.5% 이상의 백신 효능을 관찰했다는 보도자료로 발표하면서 FDA에 EUA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데이터는 보도자료에 나열된 것 밖에 없어 희망을 갖지만, 조심하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의 보도자료가 실제 연구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제트러 교수에 따르면 미국 FDA는 현재 안전성과 효과를 근거를 통해 입증할 필요와, 공중보건비상 상황에서 환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와 더불어 백악관의 정치적 영향과 백신에 대한 사회적 불안 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트러 교수는 "과거에 개인적으로 FDA는 코로나19 백신에 EUA를 내주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유는 역사상 백신에 EUA를 허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만약 이뤄지면 이례적인 사건이 될 정도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FDA는 시간과 상황의 특별성에 따라 EUA를 피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화이자, 모더나가 예상 이상의 데이터를 발표한 것에 따라 더욱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미국 FDA에 따라 우리나라도 허가?

미국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FDA의 EUA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는 가운데, FDA가 EUA를 내주면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움직일 예정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 다섯 종에 대해 우선 구매할 예정이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모더나와 화이자 등과 백신 공급을 위한 양자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제2부본부장에 따르면 백신 개발사는 빠르면 12월 중 유럽연합 또는 자국의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내년 1월부터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에서 접종 이후 부작용 발생 등을 검토한 이후 국내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또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국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의 백신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며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우선접종 대상자에 대한 의견도 모아졌다고 권 본부장이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 도입할 코로나19 백신과 제조사 등 내용은 12월 초에 발표될 예정으로 현재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 어떠한 백신을 접종할 것인가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이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은 현재 이론적으로만 가능했다. mRNA 백신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영하 70℃도에 보관하는 등 초저온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전 세계 어디서도 mRNA 백신을 실제로 보급하고 운송한 적이 없다. mRNA 백신 운송은 미지의 영역이며 화이자 백신을 사용하겠다고 결정하면 새로운 프로토콜, 운송 체계 등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역학조사·PCR 시스템 등을 적용하는 방법과 백신을 보급·접종 방법은 새로운 도전이다.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롭게 풀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거의 확실하지만 개발로만은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제롬김 사무총장도 백신 데이터가 늦어도 2021년 1월까지 제약사 최소 5곳에서 발표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백신 자체는 생명을 구하지 않는다. 백신 개발보다 예방접종이 생명을 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대량 예방접종 프로그램(mass vaccination program)을 준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롬김 사무총장은 "모더나 백신 같은 경우 영하 20도에 보관해야 한다. 백신을 생산하면 도즈를 필요한 지역으로 비행기로 이송하지만 현재 비행기는 생산 지역부터 접종 지역까지 백신을 이송할 수 없다. 2도에서 8도의 차이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를 대처할 수 있는 백신이 무기다"라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리얼월드 근거가 필요하며 장기 안전성 추적관찰도 중요하다. 백신 허가와 긴급사용까지 이르는 과정까지 완화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대량 접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독감백신 사태 반복을 막아야"

백신을 허가·확보하더라도 이를 국민에게 접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전 독감백신 접종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이 많았던 것처럼 동일한 문제가 재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 독감백신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독감백신은 콜드체인으로 이송되지만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경우 상온노출 문제도 있을 것이고 가장 우려되는 것은 독감백신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도되는 등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이후 사망했을 때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사례가 분명히 있을 것. 이에 따라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고 접종률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언론, 전문가들은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