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소송 제기 후 6년 만에 1심 판결 내려져
김용익 이사장 "판결 충격적이고 안타까워...항소 검토"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발생한 손실을 배상하라며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낸 500억원대의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홍기찬 부장판사)은 건보공단이 담배회사인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건보공단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소송 제기 6년 만에 내려졌다.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흡연으로 발생한 환자에게 건보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를 담배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청구액 530억원은 흡연과 인과성이 큰 3개의 암인 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들 중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했고, 기간이 30년을 넘는 이들에 대해 건보공단이 2003~2013년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으로 산정됐다.

쟁점은 ▲건보공단의 직접 손해배상청구권 가능 여부 ▲흡연과 폐암 간의 발생 인과관계 ▲담배회사들의 제조물책임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 책임 ▲건보공단의 손해액 범위 등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자 의무라고 판단했다.

또한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아 흡연 피해자들도 담배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봤다.

20일 1심판결 선고 후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20일 1심판결 선고 후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1심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그동안 건보공단이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대해 법률적 인정을 받으려 했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 여부에 대해선 "항소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담배의 피해를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앞으로 건보공단은 이 문제를 조명하고 법률적으로 인정받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은 "담배 회사들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6만 2000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면서도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지 않았다"라며 "고통을 주고 의료비를 증가시킨 책임을 사법부가 물을 거스로 기대했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회사의 주장을 재판부가 모두 인정한 것이다. 외국 정부는 피해자를 대리해 담배회사에게 배상을 하도록 요구하고 승소했다"라며 "우리나라 사법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입장문을 통해 "6년이 넘는 기간동안 치열한 공방 끝에 나온 이번 판결은 개인 흡연자들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기존 대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담배회사에게 또 한번의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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