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응시로 마무리된 올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국시원 "추가 시험계획은 현재 없어...일정 잡아도 정부 승인 필요"
의료계 현장에서는 업무과중·수도권쏠림·기피과 심화 등 우려 한가득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대규모 미응시 속 마무리되며 의료인력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몇 년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 활용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모양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제85회 의사 국시 실기시험의 응시대상자 3172명 중 446명만이 시험을 치렀고 86%에 달하는 2726명은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은 응시자의 상당수는 내년 1월 7~8일 치러지는 필기시험 원서를 제출한 상태이지만, 필기와 실기 모두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어 2700명의 신규 의사 미배출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시원 관계자는 "실기시험은 하루에 108명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2700명이 다 치르기 위해선 평일 기준으로 26일이 소요된다. 두달은 필요하다"라며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에서 아직 이야기가 없어 올해안에 시험을 끝내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시원은 정규 시험일인 내년 9월 전 계획된 추가 시험은 현재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2700명에 대한 시험 계획은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실기시험은 국시원에서 계획을 수립해도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내년 8월까지 사업이 잡혀있는데 이 사업들을 하면서 별도의 시험을 치르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기 시험은 수용 가능한 인원 외에는 볼 수 없다"며 "현재는 2달 간 시험이 진행되지만 내년에 후배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4개월로 시험 기간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원에서는 "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백약이 무효"

내후년 신규 인력 2배되는데..."수용할 역량 안될 것"

정부는 의대생 국시 미응시로 내년 공중보건의는 380~400명, 인턴 2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활용, 응급의학과 전공의 정원 추가 배정,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업무 논의 등을 인력 공백 대책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매년 3000명 가량 배출되던 인턴이 500명으로 줄게되면 기존 전공의와 교수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이들을 모집하는 전국 수련병원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소위 빅5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계 교수는 "2700명이나 되는 인력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다. 인턴이 비면 단순히 1년이 아니라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전문의들과 의대 교수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릴 수 있고, 현장의 혼선도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5병원으로 대부분 몰리겠지만 배출이 예상되는 500명의 인력을 최대한 뽑으려 노력할 것"이라며 "전담간호사를 확충해 진료보조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의사의 업무가 완전히 배제돼야 하기 때문에 인력 확충에 한계가 있다. 사실 백약이 무효하다"고 토로했다.

내후년에 신규인력이 거의 2배가 되는 만큼 그에 따른 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는 "2700명의 공백이 생기면 그 여파는 몇 년을 갈 것"이라며 "병원이 내후년에 인턴을 한번에 두배로 뽑을 능력이 되는지, 뽑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가르치고 수용할 역량이 되는지 미지수다. 인턴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했던 사람들이 더 악화된 상태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인턴 수급이 안돼 윗년차가 그 일을 대신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없다. 레지던트는 년차별로 해야할 일이 정해져있고 복지부도 알 것"이라며 "결국 다른 의사를 채용해서 맡겨야 하는데 인턴이라는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은 재정적 부담도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입원전담의 활용도 언급했지만, 당장 입원전담의 지원 자체도 적은 상황"이라며 "간호사를 많이 뽑으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그것 또한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2022년도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면서 인기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필수의료로 꼽히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와 함께 흉부외과 등 전공의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수련병원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안 교수는 "1년을 쉬었다가 인기과에 낮은 경쟁률로 들어가려는 인턴들도 있을 것"이라며 "기피과 미달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사 국시 추가시험의 실시 필요성을 묻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의 서면 질의에 "의사국시의 추가 기회 부여는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국민적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18일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실무협의를 가졌지만 양측의 입장만 확인하고 마무리하는 등 협상에 진척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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