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19일 2차 변론일 12월 17일로 연기신청…식약처에 요청한 사실조회 회신 받지 못해
제조물관리·불법행위·하자담보책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제약사측 주장 반박 준비시간도 필요

서울지방법원 전경
서울지방법원 전경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6개 제약사와 진행 중인 발사르탄 법적 공방에서 제약사 측 주장의 반격 논리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2차 변론기일이 피고인 건보공단의 요청에 따라 12월로 미뤄지게 됐는데, 그 연유가 지난 9월 1차 변론에서 쟁점이 된 내용과 원고측의 준비서면에 반박할 근거 수집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인 것.

특히, 건보공단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요청한 자료를 아직 전달받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건보공단과 대원제약 등 36개 제약사간의 법적 다툼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두 번째 변론을 오는 12월 17일 오후 2시 20분으로 변경했음을 알렸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0월 제약사 69곳을 대상으로 20억 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 고지서를 발송했다.

고혈압 치료제의 원료인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되면서 이미 환자들에게 처방된 의약품을 다른 성분의 의약품으로 교환하는 데 투입된 건강보험 적용 약가를 제약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69개 제약사들 중 26곳만 4억 3600만원 상당의 구상금만 납부해 징수율이 21.5%에 그쳤다.

이에 건보공단은 외부 법률자문 검토결과 제조물책임법의 제조물 결함 사유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 43개 미납 제약사를 상대로 15억 93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검토했다.

이런 건보공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움직임에 36개 제약사는 공동으로 법적대응을 진행,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5억 555만 5500원에 대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그 두 번째 변론기일이 11월 19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지난 12일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했고, 서울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2월 17일로 변경했다.

지난 9월 열린 1차 변론에서는 건보공단이 제약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재판부가 건보공단이 제조물 책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질문한 것인데, 소송의 배경을 정확히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재판부는 "건보공단(피고)이 왜 제조물관리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구상권을 청구한 당사자가 환자가 아니라 왜 건보공단인가"라고 물었다.

이 같은 물음에 피고는 "환자가 진단과 처방을 받고 의약품을 복용하면 최종적으로 급여 형태로 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건보공단이 매수인이 될 수 있다"며 "제조물책임법상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은 소비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명시돼 있는데 피해자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고는 "피고가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매수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민법상 불가능하다"며 "건보공단은 청구 자격이 없다"고 받아쳤다.

결국, 재판부조차도 생소한 법리가 첫 법적 공방에서 예기치 못한 화두로 떠오른 만큼 건보공단은 2차 변론에서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됐던 것이다.

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DB

아울러 건보공단은 첫 변론일을 앞두고 원고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한 반소를 제기, 기존 제조물관리책임뿐만 아니라 일반불법행위책임과 하자담보책임 총 3가지의 책임을 문제 삼았다.

제조물관리책임은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된 것을 따지는 내용이고, 일반불법행위책임은 발사르탄 의약품이 유통돼 건강보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뜻한다.

이어 하자담보책임은 발암물질을 하자로 보고, 하자 수습에 투입된 건보공단의 각종 비용 지출에 대한 손해를 묻는 것으로 일종의 하자보수청구소송과 같은 개념이다. 

1차 변론 직후 건보공단 관계자는 "재판장에서 결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식약처가 어떤 기준과 어떤 근거로 판단을 한 것인지 그 발표의 배경과 구체적인 경위가 중요하다"며 식약처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즉, 제조물 책임이 문제가 되려면 의약품에 결함이 있어야 하는데, 식약처가 이 결함과 관련해 최초 발표에서는 잠정기준치를 넘겼다고 언급했다 최종 발표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발표를 하게 된 과정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2차 변론기일이 다가오도록 식약처에 요청한 사실조회는 건보공단 측에 전달되지 않았고, 이는 변론기일을 변경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다는 게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식약처에 요청한 자료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 변론기일을 연기 신청한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원고측이 1차 변론 이후 제출한 준비서면 내용을 반박하기 위한 준비 시간도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약사 측이 제조물관리책임, 불법행위책임,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준비서면을 최근 제출했는데 이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도 2차 변론기일을 미루게 연유"라고 설명했다.

결국, 식약처에 요청한 자료와 원고측 준비서면에 대한 반박 논리를 마련하는 것이 오는 12월 17일로 한 차례 미뤄진 2차 변론기일 이전에 건보공단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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